2017.03.16 10:31
고대 그리스의 고전기(B.C. 5C) 작품들입니다. 지금 막스 폰 뵌의 <패션의 역사>를 읽고 있는데, 문득 이런 구절이 있어서 좀 의아했었죠. ...이 시기에 이르러 그동안 막연하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고대 미술이 마땅히 따라야할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전형이 되었다.... 18세기 말에 시작된 신고전주의 미술의 유행에 대한 설명 중 한 구절입니다.
그런데, 뭔 두려움? 르네상스 때 이미 고대 그리스 미술의 열풍이 일지 않았었나? 새삼 두려울게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작품들 보니 그게 무슨 감정인지 딱 알겠네요.
솔직히 지금 봐도 좀 무섭습니다.....
채색이 되어 있으면 좀 들하려나....
2017.03.16 10:33
2017.03.16 10:40
신화속의 한 장면을 묘사한 건데...그러니까 아마존 여전사들과 그리스 전사들의 전투 장면입니다. 여전사를 말에서 끌어내리고 옆의 동료와 함께 검으로 내려치는 장면을 연속적으로 묘사했죠. 사건을 시간 순으로 평면으로 나열하니까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네요.
2017.03.16 11:11
저는 채색쪽이 더 섬뜩해요.
수잔나 파르치 책에서 봤던 채색 상상도를 잊을 수가 없어요. 파란옷을 입고 붉은 입술을 칠한 아테나상이라니...
탱화 심지어는 단청, 아시아에서 태평양 섬들에 걸친 알록달록한 신부 꾸밈까지 어딘가 무섭거든요. 저만 그런 건지 이건 진짜 궁금하네요.
저 조각에서 느끼신 공포가 제가 느낀 것과 비슷한지 역시 궁금합니다. 저는 별로 무섭진 않은데 '고대 미술에 대한 공포'라니 감이 좀 잡히는 것도 같아서요. 제가 열거한 것들에서 느끼는 공포는 암모나이트를 볼 때도 느껴요. 오로라, 목성,심해와 같은 계열이죠.
2017.03.16 12:52
2017.03.16 16:51
부조 조각들은 얼핏 보면 늪 속에 신체의 절반을 빠뜨린 채 허우적거리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죠.
달리 보면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되었다는, 신체 윤곽을 그대로 유지한 채 죽어있는 시신같기도 하구요.
느끼시는 공포감의 원인이 이런 것들일까요?
전 평범하게 중세시대에 그려진 클래식한 지옥도들을 무서워합니다. 지옥의 형벌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걸 보여주며 무지한 평민들을 협박하고 면죄부 따윌 팔았을 성직자들의 시커면 속마음이 생각할수록 소름끼치더라구요...
2017.03.16 18:15
중세 조각도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현실이 지옥인데 뭘 또 저런 광경들을 상상했을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지옥에 대한 상상없이 어떻게 무지 몽매한 백성들을 선한 길로 인도하겠느냐는 선배 수도사의 한탄에 윌리엄 수도가가 이렇게 일갈하죠. "농민에게는 현실이 지옥인데, 벽에 그려지거나 새겨진 지옥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농민반란에 대한 논의를 하다가 나온 얘긴데 문득 헬조선 얘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든 통한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두려움의 대상... 아니 그냥 무서운걸요; 영화 <300>을 연극무대에서 상연한 느낌적 느낌일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확실히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