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4 03:34
운전을 배웁니다. 이제서야.
사십을 훌쩍넘겨 배우려니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안따라주거나 몸은 아는데 머리가 착각해 실수하는 인지부조화? 같은 일이 제 손으로 벌어지네요.ㅡㅡ
미리미리 따두면 좋을것을...지난해의 엉망진창인 운전면허를 따면 더 쉽게 땄을려나요
장내는 세 번만에 겨우 통과하고 이제 도로주행입니다만...으음.
첫 수업시간에 성추행을 당했네요....제 허벅지에 교본책을 놓으라더니 책 위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댈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그 땐 좀 불쾌했지만 애써 손바닥으로 책을 받치며 설마.....했더랬죠. 아니나 다를까
핸들그립이 틀렸다며 장갑도 안낀 손으로..(참고로 다른 멀쩡한 강사분들은 다 드라이빙장갑인지 뭐시긴지를 끼고 계시더군요) 제 손을 덥석덥석 잡더니
기어조작이 틀렸다고 손목을 잡고..심지어는 설명을 쓸데없이 제 팔뚝을 잡고 합니다...?
어이는 없고, 운전교육중이라 정신은 하나도 없고...그 와중에 뭣이 신난것인지?매우매우 즐거워 보이던 (간만에 만만한 먹잇감에 즐거운가?) 강사새끼?는
제 팔에 일부러 기대서 설명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그러더니 한 선생님에게 계속 배워야 운전이 잘 는다고
스을쩍 학원에서 두시간마다 강사를 교체하는 시스템에 언질을 주라는 언질?을 내게 합니다.
그러더니 기어이...브레이크 제 때 못 밟앗다고 제 허벅지를 터치하네요.....
첫 수업이 끝나니 멍...하더군요. 제가 뭘했는지도 모르겠고
대놓고 화를 내거나 반응을 했어야 하는데....그게 이 나이에도 잘 안된다는 사실에 절망했네요.
밀폐공간이고 운전중이라는 위험도도 한몫한거 같은데..어쨌거나 나이는 헛먹었나 싶은 자괴감.
대놓고 뭐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후회감. 화도 나고 구역질나고....사무실로 가서 이 분 말하는 방식을 알아듣기 힘들다고(사실이기도 했지만)
이 강사와는 더 배우고 싶지 않다고 해놓고 왔습니다만
제 자신에게 혐오감이 들고 뒤늦게 드는 분노감때문에 잠도 안오더군요.
일주일뒤인 월요일. 사무실로 가서 모조리 얘기한다음 블랙박스 화면있으면 달라 경찰에 얘기하겠다고 하고
신입직원밖에 없던 사무실은 내일 아침에 답을 준다고 하고........ 돌아옵니다...그게 낮 상황이네요.
.....
대학 1학년때 작은 개인 화랑에서 제 등을 일부러 만지는 사장놈에게 제대로 대꾸도 못하고
다음날 전화도 없이 그냥 알바를 안나갔던 그때와 전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렇지만 이건 제가 익숙해져야 하는일은 아니겠죠? 좀 더 현명하게 대처를 했더라면..하면서 저를 괴롭히는 스스로를 봅니다.
어르신들이 보면 애숭이같겟지만 그래도 이 나이를 먹어서도 이런일을 겪어야 하는건지...울적하군요.
사무실에다 말하기도 했지만 이런 아줌마한테 저지경이면 여기 어린 학생들도 많던데 어떨줄 아냐고.
아니 되려 만만한 아줌마라 더 쉽게 손이 나간걸까요???
어떤 동호회내 성폭행사건이 생겨서 난리가 났는데 거기서 제 친구가 그 범인에게서 들은 말도 생각나요
그 범인은 주로 유부녀회원만 골라 건드렸는데 이유가
물에 배 한번 더 지나간다고 표나겠어? 이러고 웃더랍니다. 그게 생각나버렸네요. 젠장.
원하는 것을 하기위해 용기내 시작한 면허따기가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네요.
학원태도를 보건대 기대도 안 합니다. 애초에 교육용 차량에 내부 블랙박스가 있었다면 그놈이 그런짓을 그리 쉽게 하겠어요
제 얘기를 다 하고 속을 풀긴 했지만 더 답답해집니다. 이 이상은 더 할 게 없는거 같아서.
그 새끼가 좀 더 조심은 하겠죠. 그정도겠죠.
제가 뭔가 더 할수있는게 있을까요???
있다고 한들 제가 감당할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하루종일 이 생각으로 심정이 상해 힘듭니다.
제가 경찰에 고발하면 저놈이 해코지하는건 아닌가 겁도 나고요....
복잡하네요..
푸드덕~
2017.03.14 07:55
2017.03.14 09:49
저도 운전교습 받을 때 성추행 당했네요. 운전교습 중이라 대응을 잘 못한다는 걸 아주 잘 아는 것 같습니다.
2017.03.14 10:13
뻔뻔하고 대담한 성추행범이로군요. 그리고 "물에 배 한번.." 이건 참... 말 같지도 않은 걸 말인줄 알고 씨부리는 족속들이 있다는게 참 역겹습니다.
2017.03.14 10:13
2017.03.14 11:12
제버릇 개 못주니 아직도 저런 개잡놈의 행동을
2017.03.14 13:38
제목만 보고 박범신처럼 노년이 되어서도 성추행을 저지르는 작자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당하는 얘기시군요. 으... 정말 제가 다 가서 뒤집어 엎고 싶어지네요!!
블랙박스는 어디나 있지 않을까요? 경찰이 가서 블랙박스 내놓으라고 하면 제출해야 할 것 같고요. 쇠부엉이님이 내놓으라고 하면 증거인멸할 수도 있으니, 쇠부엉이님은 경찰에 신고하고 민원도 넣으세요. 요새 민원은 꼭 처리해야 해서 어떻게든 답을 주더라고요. 그리고 그 새끼는 하도 성추행한 수강생이 많아서 쇠부엉이님이 신고했는지 감도 못 잡을 겁니다.
단호하게 거부하기, 이것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심폐소생술도 가끔씩 떠올려봐야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잖아요. 혼자서 가끔 연습해 봐요.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 하면서 표정이랑 '지금 왜 내 허벅지를 만지는 거야? 성추행 멈춰!'하고 반말로 쩌렁쩌렁하게 외치는 연습을 해봐요. 실제 상황에서 바로 반응이 나올 수 있게요.
2017.03.14 14:41
2017.03.14 14:44
깝깝하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부끄럽습니다.
2017.03.14 15:01
윗분들 말씀처럼 민원을 넣으시고 신고도 하시길... 바라시는 결과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2017.03.14 15:50
2017.03.14 17:15
정말 성추행범 대응 이미지 트레이닝을 매일 하기라도 해야하는건지도요. 바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은 하지 마세요.
저도 종종 그러는데 왜 미친x은 자책은 커녕 양심의 가책도 없는데 피해당한 사람은 자책이란 걸 해야하는지 참 화가납니다.
저라면 사무실에도 얘기하지 못하고 에이 미친X하고 넘어갔을지도 몰라요.
운전면허도 꼭 따시고, 하시기로 한 것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2017.03.15 00:47
아이고 정말 욕 보셨네요. 그래도 글쓴 분 잘못도 실수도 조금이라도 아니니까 그런 부분은 자책하지 마시고요. 뒷 처리가 무사히 끝나서 무사히 면허 따시기를 바랍니다.
허허. 참. 세상엔 별 놈 다있죠? 그만함 잘 하셨어요. 어떤 경로던 얘기가 들어갔을거고 그 놈은 한 소리 듣고 조심하겠죠. 다른 수강생들에게는 조심도 좀 할거고. .. 그 놈 언젠가는 선을 넘다가 호된 사람에게 걸려서 그런 일로 콩밥 먹을겁니다. 그런 버르장머리는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더군요.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면허는 어려운대로 그냥저냥 잘 될겁니다. 누구나 그렇게그렇게 다 취득 하더라구요, 그냥 뭉긋이 견디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