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2016.09.20 10:16

칼리토 조회 수:920

탁재형의 글을 좋아합니다. 


스피릿로드도 좋고 여행수다도 좋습니다. 재미있는 것, 약간 삐딱한 것, 온순하고 체제에 순응하기 보다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두리번 거리는 사람들을 태생적으로 좋아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작가이자 여행 다큐멘터리 PD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탁재형의 말과 글을 좋아합니다. 


올초만 해도 그와 저는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니지.. 작년인가 와일드라는 영화의 시네토크 행사에 그가 왔었고 거기에서 잠시 스친 인연 정도는 있군요. 그때만해도 연예인을 보는 심정이었던 것이 올초에 있었던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거쳐서는 얼굴 알고 지내는 지인 정도로 격상이 된 것 같습니다. 사석에서는 형, 동생 하는 사이지만 쌓아온 시간의 켜가 두껍지 않아서 심정적으로는 여전히 팬의 마음입니다. 


그가 쓴 책이 8월말에 나왔습니다. 마음속에서 스피릿 로드를 이길만한 책을 쓴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미리 단정지었고 거의 한달에 걸쳐 신간을 읽으면서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피릿 로드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 하나에 몰두해서 스로틀을 최대한 열고 미친듯이 달려가면서 쓴 책이라면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라는 신간은 강물위를 떠가는 카누에서 지나온 궤적과 앞으로 가야할 궤적을 떠올리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어느쪽이 더 좋으냐라는 질문보다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 다를 책들입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작물은 말라죽고 소나기라는 단편 소설은 나올수도 없었을 것이며 갑자기 내린 스콜을 피하려고 뛰어든 처마밑에서 우연히 바라본 무지개 같은 것도 없겠지요.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라는 책은 여행의 이야기, 인간의 이야기, 그 여행과 인간사이에서 느낀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제법 잘팔리고 있는것 같아서 굳이 제가 책에 대한 홍보같은 이런 글을 쓸 필요도 없겠지만.. 읽고나니 혼자 읽고 말기에는 아까운 책이라 굳이 글을 보탭니다. 마무리는 역시.. 책에 등장하는 구절들로


비가 멈춘것도 아니고

갈이 변한 것도 아니다.

발부리에 채일 돌멩이와 정강이에 박힐 엉겅퀴 가시는 

비어가는 컵과 관계없이 내일 지나칠 그곳에

그대로 있다. 


근데 말이지. 

어차피 비는 멈추지 않을 거잖아. 

어차피 길은 변하지 않을 거잖아.


오늘 저녁,

온 힘을 다해 한잔의 무스탕 커피를 마시는게 왜 간사해

온 힘을 다해 즐거운 생각을 하는게 어디야

온 힘을 다해 지금 이 순간,

내 안의 행복을 끌어 모으는게 뭐가 어때. 


그러니까.. 다들 따뜻하고 마음의 위안이 되는 커피나 차 한잔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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