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24 10:09
아래 떠난다는 글을 남긴 컴포저님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가 있어 흔적을 남깁니다.
액정 너머의 세상을 보고 싶고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크게 동의해요.
저로서는 한국에 사는 게 아니니만큼 액정속의 세상이 딴 세상이고 액정안의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슬픔이 오프라인에서는 아무 맥락이 없을 때가 많아요.
저녁에 가족끼리만 있을 때도
아들은 LOL
딸은 아이패드로 오디션 프로그램 유투브 서치
남편은 폰으로 뉴스
저는 티비 채널을 리모콘으로 하염없이 돌리고..
같이 있는데 같이 없는 상황이죠.
이게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그냥 현대 가정의 한 단면일 수도 있는데
다른 걸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래서 가족 회의 끝에 2주일에 한번 일요일을 unplugged 의 날로 보내면 어떨까 결정을 했죠.
저는 매주 하고 싶었는데 반대가 심했어요...
특히 주말에만 게임을 할 수 있는 아들의 반대가.
아마 우리는 보드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각자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정원에 나가 잡초를 뽑고..
또 뭘 하나.
같이 희곡을 읽고 싶기도 하고요.한국어 공부도 겸해서.
캔버스 아트를 같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두려워요. 무한도전 안보는 일요일이라.
컴퓨터와 티비가 얼마나 큰 친구인데..
저녁 먹고 할 게 없어서 서로 얼굴 쳐다보고 있으면 어떡하죠?
좋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이러다 한번 해보고 폐기처분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2015.04.24 10:22
2015.04.24 10:41
님 말대로 결국은 할 게 없어서 서로 어쩔 줄 몰라봐야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티비 뿐 아니라 폰도 안되는 거라 오는 전화만 받기로 했어요. 아마 게임하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폰이 아니라 두꺼운 영영사전을 찾아봐야겠죠.
2015.04.24 10:37
밥먹는거와 같아 경우에 따라 며칠씩 단식도 하는데
이런 삶이 아무리 생각해도 좀 심하긴 합니다.
컴포저님이 그래서 잠시
2015.04.24 11:07
4인가족이시네요.
3명은 고스톱을 치고 한명은 광을 팔면 되겠군요.
한나절 정도는 후딱 갑니다.
현금이 오가는 것이 불건전하다고 생각하신다면 현금대신 칩이나 산가지 등을 사용해서
일정점수에 먼저 도달하는 사람에게 특정한 가사일을 면제해 주는 등의 특전을 두는 것도 가능합니다.
2015.04.24 11:49
근데 저는 아드님 입장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가족 중 다른 사람들의 plugged는 하루쯤 덜어내도 상관없는 일상인 반면
주말에만 할 수 있는 LOL의 시간을 뺏는 건 뭔가 공정하지 못하게 느껴져요 ㅠㅠ
2015.04.24 13:29
+1. 꼭 뭔가를 같이 해야만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대화단절로 문제가 생길 정도로 심각한 게 아니라면 그냥 각자 하고 싶은 거 하면 안되나요.
2015.04.24 18:44
티비없이 사는거 다큐를 한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님처럼 어쩔 줄 몰라하다가 나중에는 도서관 가서 책을 빌려 오는 등 결국 다른 소일거리ᅟ를 찾고 대화도 많아지고 그러더군요. 처음이 힘들고 어색하죠. 그러나 항상 그래왔듯이 답을 찾아 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