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근무 출근 전에 자다가 살풋 잠에서 깨어나서 아이폰을 켜고 언제나처럼 트위터를 확인했습니다.
요양병원 화재 사고 소식을 접했고 20명이 넘는 사상자에 한 번 더 놀랐습니다.
요양병원 같은 경우엔 환자 특성상 사상자가 많을 수 밖에 없긴 합니다.
노령 뿐만이 아닌 뇌졸중 같은 지체 부자유 환자나, 치매 환자처럼 인솔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도 대체 거긴 스프링클러도 없는 건지 어쩌다 저리 됐나 싶기도 하는데, 계속 트위터를 통해 기사를 접하다 보니 한 부분이 눈에 계속 들어옵니다.
'노인 환자 1명이 침대에 묶인채 참변'
물론 그렇게 돌아가신 건 슬픈 거지만, 죽지 않을 사람이 억제대 때문에 죽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좀 그렇더라고요.
간단히 이야기할게요.
의료진으로 일하다보면 억제대 사용이 절실하게 필요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엔 기사에서 억제대 때문에 한 명이 죽었다는 걸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억제대를 제대로 적용했다면 20여명의 사상자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던 거니까요.
근데 한국선 억제대의 이미지가 정말 안 좋죠. 관련 법령도 제대로 없고.
예전 응급실서 일할 때 병원서 난동부리는 취객 환자 땜에 경찰 신고하고, 날뛰는 환자 붙잡아 억제대 적용하는 중 경찰이 왔어요.
결론은?
날뛰었던 취객 환자가 아닌 경찰만이 가지는 사지 억제의 권한을 남용했단 이유로 담당 차지 간호사가 경찰서에 출두해야 했습니다.
전 지금 캐나다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병원 특성상 정신병력 환자들을 볼 일이 많고, 억제대 사용은 한국에서에 비해 일상화 되어있다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억제대 사용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우선 환자의 자유 의사에 반하여 적용하기 때문에 일정 사항을 충족해야만 적용이 가능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환자 본인의 안전 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과 의료진의 안전이 중요합니다.
자살 시도자처럼 환자 본인의 안전을 해하려는 경우나, 다른 환자나 의료진에게 폭력을 시도하는 경우 억제대 사용을 고려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 의사의 판단 아래 mental health act에 기거, 환자를 certify 합니다. 이 후, 환자의 요구는 의료적 판단에 우선하지 못합니다. 이 certification은 48시간 동안 유효하고, 48시간 내로 다시 환자의 안전을 점검해 이 것을 취소하거나 연장할 수 있습니다.
안전하지 못한 경우와 certification 이 합쳐져 억제대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니까 이건 캐나다 법령이 정하는 경우가 명확합니다. 의료진이 판단할 수 있는 범위와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정해져있습니다.
근데 한국은 법도 없고, 하면 한다고 이번 처럼 욕먹는 경우도 많고, 안 해서 컨트롤 불가능해지는 상황도 많고!
그러니까..제 말은 듀게분들이라도 이번 사고 기사 보고, 대체 어떻게 사람을 묶어둘 수 있냐며..분개하지는 말아주십사 하는 겁니다.
사람들 다 대피하는 와중에 묶인 걸 풀어주지 않았다는 걸 비판하는 것과 아예 묶은 것 자체를 비판하는 건 다르니까요.
에혀.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앞으로는 이런 일 없게 소방법 확실히 지켜 방화벽,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배치, 활용되길 바랍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지만 저는 억제대 사용에 대해 의료진들을 비난하진 않아요. 슬프고 억울한 일이긴 하지만요. 억제대에 대해 법적 프로토콜이 제대로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