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아침

2010.11.09 06:27

bogota 조회 수:1539



 제 친구는 동성애자였고, 아웃을 한 건 아니지만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며 그걸 알았던 케이스구요.



 버스 안에서 이동중인데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왔었죠.

 영화를 보자고 하더군요.

 무슨 영화가 보고 싶어? 물었더니

 무슨 무슨, 영화가 보고싶다 (제목은 이제 잊어버렸어요)고 하더군요.

 저는 무심코 그런 거 너는 안 좋아하잖아? 라고 했고

 너는 이러 이런거 좋아하지 않아? 라면서 살짝 친구의 동성애적 취향을 배려한다며 대답을 했는데

 그 순간 전화가 끊기더니, 그 날 이후 저에게는 전화하지 않고 받지 않고, 편지 보내도 답장이 없더군요.

 그렇게 오랜동안의 친구를 잃었어요.


 그런 경험을 하고서야 이젠 알겠더라구요.

 그 친구는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단 한순간도 마음 편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요.

 내가 친구이긴 했지만, 그 친구를 '이해' 하지는 못했구나 하는 생각.

 친구는 나랑 있으면서 외로웠겠구나 하는 생각..

 별별 생각이 다 들고, 반성하고 후회했지만 소용 없는 일이지요.


 동성애자인 친구가 한 사람 더 있는데

 그 친구 같은 경우는 활발하고, 털털하고, 그래요. 연락 끊긴 친구에 비하면요.

 제게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하고, 이건 네가 이성애자라서 잘못 알고 있는거다라고 일깨워도 주고요.

 아웃에 대한 이야기들, 그 이유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눈물 쏟아지더군요.

 그 친구, 하루 하루를 즐겁게 잘 살아가고 있는데

 제 친구가 듀게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보면

 마음에 상처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내일만은 여기 들어오지 말라고

 미리 문자라도 보내둬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면 설마 벌써 다 읽어버린거니)



 글쎄요,

 논란에 논란을 보탤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굳이 바쁜 아침 출근 준비하는 길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너무 당황스러워서입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제가 친구 생각만 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도 있겠구나하는 생각.

 그리고 저에게는 없는 형제에게 (저는 외동이라 잘 감정이 그려지지는 않지만)

 동성애자인 언니 오빠 여동생 남동생에게

 오늘 듀게의 글을 보여줘야 한다면 저라면, 필사적으로 막을것 같습니다.

 역시 이기적인 걸까요.


 무척 혼란한 아침이네요.

 엉성하고,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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