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2 20:05
안녕하세요. 제목만 봐도 아시겠지만 우울바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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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우울한 겨울이었습니다.
듀게가 사라지고 갈 곳이 없어진 전 트위터에 정착했습니다.
트위터란 곳은 듀게만큼 파급력이 있지는 않지만(전 파워트위터리안이 아니니까), 듀게가 흐르는 강과 같다면 트위터는 유성우가 떨어지는 들판 같았죠.
제가 우울한 말들을 수없이 흘려도 누군가 주의깊게 보지 않는 한 계속 흘러가기만 하죠.
하지만 딱히 쓸 말도 없었습니다.
뭔가를 쓴다는 행위에 할애할 만큼의 의욕조차도 없었으니까요.
우울함은 점점 깊어져갔고 전 죽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렸죠.
원래부터도 그다지 꼭 살아야한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마이너스에 도달한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낫는 기미도 없고, 눈에 비치는 모든 것과 숨쉬는 시간 하나하나마저도 고통으로 가득찬 듯한 시간이었죠.
그 시간을 되돌아보면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대체 어떻게 지나왔는가 하는 것조차 희미해요.
여러분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자원의 소모만 일어나는, 유익한 점이라곤 하나도 없고 해악만이 있는 그런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 겨우 자기 자신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었다고 깨달았습니다.
점점 세상에서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거나, 아니면 쓸모없는 인간이었는데 겨우 깨달았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은 세상에 살아있을 필요가 없다고도 생각했죠.
죽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모르겠어요.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왔던지.
이 나이 되도록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 친구도 하나 없고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죽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았는데 살아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죠.
남의 눈치 보는 법도 모르는데.
자기 손으로 벌어 먹고 살 줄도 모르는데.
뭣 때문에 살아왔던가 하는 생각만 들었지요.
그리고 더는 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그것은 그것대로 기쁜 일이라 생각했지요.
더는 내게 무거운 짐을 지고 살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 그것은 참으로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죠.
죽음에 필요한 이것저것을 준비하면서, 나는 그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죽지 못한 건
늘 화내고 히스테리를 부리던 어머니가 요즘 들어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너가 없으면 못 산다고.
자꾸 죽을 것 같다고 토로했더니, 예전에는 들어주지도 않으시더니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모를 일이었지요.
지금까지 내가 받아온 이러저러한 전문가의 상담이라든지, 정신과의 약보다도 내 자살을 막는 데 효과가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작은 변화였다는 게
역설적이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누군가가 저에게 화내는 게 너무나 싫고 끔찍해요.
어머니도 그랬고 직장에서도 그랬죠. 감정적으로 너무나 지치고 힘드는 게, 이렇게 살 거라면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만큼 힘들었죠.
모두가 이런 일들을 참고 견디는 건가요? 그렇다면 저는 이런 당연한 일들을 견딜 수 없을 만큼 약하고 못난 인간인가요?
그렇다면, 이런 당연한 일들을 견디기조차 힘들다면, 그냥 죽어버리는 일이 모두에게 편하고 좋은 결말이 아닐까 하고 바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낭비하고 헛사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고 하죠.
지금의 전 그렇게 인생을 흘려보내면서. 죄악감에 시달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저도 할 수만 있었다면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단지 내 삶에, 살아서는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없다는 것만 뼈저리게 느꼈을 뿐...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걸 보며 저는 떠나간 이들을 부러워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겠구나, 하고 안도할 수 있으니까요.
자기 자신의 무가치함과 해악만을 여실히 깨닫고, 무엇하나 내 손으로 해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인생이란 험로에서 더 이상 걸어갈 수 있다는 자신을 갖지 못하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할지 아는 분이 있으시다면 부디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사람은 대체 뭘 직업으로 삼아서 먹고 살 수 있는지 아시는 분 계시다면 부디 언제라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진심으로 그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찾고 있을 것 같습니다.
잠시 저의 바낭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좋은 밤 보내세요.
2014.03.12 20:47
2014.03.12 21:10
괜찮아요. 인생을 좀 헛살면 어떤가요. 폭언이나 비난, 경쟁을 견딜 수 없다면 그것과 마주하지 말고, 도망다니세요. 괜찮아요. 도망만 다니며 살 수는 없다고 하지만
도망치지 않으면 당장 죽어버리는 세상인걸요. 비겁하다고 흉보는 사람 말 신경쓰지 말고, 죽지 마세요. 헛되이 보내는 시간을 그냥 견뎌보세요. 에아렌딜님은 죽고
싶은 생각을 꽤 오래 품고 있었는데, 서둘지 마세요. 거기에 초조하게 쫓겨다니지도 마시고요.
2014.03.12 21:22
2014.03.12 21:31
2014.03.12 21:50
글 자주 쓰세요 글 자주 쓰세요
2014.03.12 23:29
네 찬성
2014.03.12 22:00
2014.03.12 22:07
사랑하는 사람의 응원과 지지가 힘이 되지 않았습니까??
에아렌딜님도 그 사랑하는 사람의 힘이 되어 주셔야지요.
2014.03.12 22:10
에아렌딜님은 글을 차분하게 마치 수필처럼 쓰시네요. 소화가 잘 되는 정갈한 식사 같은 글이랄까...
매번 우울한 감정을 토로하시지만 신기하게도 그게 지겨운 자기 비하의 반복이란 생각이 안 들어요.
무엇이 되었든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글을 쓰는 걸로 발걸음을 떼는 것이 어떨까요. 먹고 살거리가 될 것인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지옥 안에 있는 마음은 나아질 것 같아요.
저는 에아렌딜님 글이 참 좋아요.
2014.03.13 02:32
에아렌딜님 글은 예전부터 봐왔지만 정갈한 느낌으로 호소력이 있어요. 이렇게 글을 쓰실 줄 아시면서 자신이 쓸모없다니요... 힘내시구 좀더 '뭐 어때? 남들은 뭐 다들 금테두르고 사는것도 아닌데'라는 여유를 가지셨으면 해요. 다들 부족함을 느끼면서 사는거죠 뭐.
2014.03.13 10:58
원래 우리는 다 광합성도 못하는 주제에 많이 먹고 과하게 똥을 누는 존재입니다. 마더 테레사도 그랬고, 세종대왕도 그랬죠.
한글을 만들던가 말던가 사실 지구에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그냥 알파벳을 쓰던가 상형문자를 쓰던가...
쓸모는 무엇이고 쓸모가 없는건 또 무엇이겠습니까... 의미 부여를 하면 하는거고, 그게 없다치면 또 없는건데요.
굳이 남들이 하는 의미부여는 의미가 있는거고 나는 그런게 없다고는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니시던 회사의 높으신 분들은 뭐 지구에 크게 도움이 되는 분들이고, 가까이 어머님은 좀 쓸모가 있으신 분이시던가요?
그런 분들은 무슨 의미가 있고 쓸모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지 모르겠네요.
본인의 쓸모를 골똘히 생각하셔서 "쓸모없음"을 확인하는 그대로 하시면 세상의 그 누구도 사실 별로 쓸모없음을 확인하게 되시지 않을까요?
거기에서 다시 시작해보시죠. 그 분들의 쓸모를 발견하시게 되면 그게 본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게 아닌지 생각해보시구요.
좋은 밤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