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글로 듀게를 찾게 되어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너무 답답한 마음에 이런 속을 어딘가에 털어 놓고 싶은데 듀게밖에 생각나지 않아요.

요즘 정말 미칠 것 같아요. 지금도 가슴 쪽이 탁 막힌듯 토할 것 같네요. 

제가 보잘 것 없고 못나게 느껴져요. 


이런 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함께 누군가 이런 저를 위로해줬으면하며 기대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어요.

처음부터 제 단점들만 보이며 다른 사람과 저를 비교하고 스스로를 미워하지는 않았어요.


대학교에 들어오고 신입생을 거치고 2학년이 되면서부터 이런 우울이 시작된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나름 모범생으로 한 가지 목표만 보고 독하게 그 목표만을 위해 살다보니 

오히려 열심히 사는 스스로에게 감동하기도 하고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고 결과 역시 만족스러웠어요.

대학만 들어가면 만사형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하지 못한 일들을 잔뜩해보겠다 생각했고 신입생 때는 정신 없이 (일부러 생각 없이)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즐겁게 보냈던 것 같아요.


2학년이 되면서부터 고등학생 때와 다르게 목표도 없고 꿈도 없이, 학과 공부든 뭐든 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를 인식하기 시작하며 자괴감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제 자아가, 정확하게 말하면 고등학생 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공부든, 도전이든 뭐든 진득하고 독하게 꾸준히 하며 치열하게 살고 싶은데 막상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제 모습이 한심하고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그런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다보니 지금은 신입생 때보다 7kg정도 살도 붙고 이제는 제 외모까지 부끄럽게 느껴져요. 


2학년 초반에 정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울증 증상이 심각할 때,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면서 우울에서 조금은 벗어났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을 이용한 것 같아 미안한 감정 뿐이지만, 누군가가 제 존재를 긍정해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것은 정말 큰 위안이더군요. 

하지만 연애를 하면서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제 일들 중에서 항상 아래 순위로 밀려나는 것을 느끼고 

그 사람이 제 생활에 점점 깊게 들어오는 것이 두렵고 계속해서 드는 죄책감에 

마음이 가지 않는 것 같다고 그 사람과 헤어졌습니다. 


그 뒤로 그나마 조금 회복되었던 자존감을 가지고 나름 즐겁게 살아보려 노력했어요. 집단 상담도 받으며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차츰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가지게 되었어요.

하지만 정말 이게 쉽지 않네요. 자포자기한 느낌이에요. 

열심히 운동도 하고, 흥미가 덜 가는 학과 공부도 (뭐든지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예전의 나처럼 집중하자 해서 집중하려고 해도 다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걱정에 또 안 좋은 생활 습관들을 반복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말 끝도 밑도 없이 쓸데 없이 인터넷 sns나 가십 정보나 시간 낭비하는 서핑을 하고 몸에 나쁜 음식을 막 먹고 후회하고 또 스스로가 미운 마음에 다시 잘해보겠다 다짐하고 또 악순환을 반복하고..


이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정말 앞으로는 건설적으로 생산적으로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것들과 집중해야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자고 결심해도

무의식적으로 '또 실패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자포자기하는 것 같아요.


남들이 보기에는 인간 관계도 원만하고 좋고 열심히 움직이고 밝기 때문에 제가 이런 고민과 스트레스, 우울을 가지고 있는지 제가 털어 놓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요..)

이런 마음을 완전히 털어 놓은 사람은 엄마 정도인 것 같아요. 하지만 부모님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놔도 순간적으로 괜찮아졌다가도 

조금이라도 제가 게을러지거나 결심했던 것을 지키지 못하면 심각하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자존감을 잃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에 또다시 연애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약한 마음이 계속 스물스물 올라오다가도 

또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비겁하게 생각하는 자신이 미워요. 

사실 2학년 때 연애 뒤로는 제가 스스로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진심을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회가 있어도 연애는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헤어진 그 사람을 정말 하루에도 몇 번 씩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제가 혐오스럽고 한심하기도 해요.

2년이나 지난 일이고 제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 때 사랑받던 그 기분과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그 사람 생각에 한참이고 추억들을 되새겨보고 정말 다시 연락해볼까라는 비겁한 마음에 괴로워하다 

이기심에 연락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듀게를 찾았네요.


사실 이렇게 듀게에 주절주절 징징거리고 털어 놓는 것도 

소용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제가 참 나약하고 밉네요.

결국 문제와 그 해결은 스스로 찾고 노력해야하는데...


스스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싶어요. 그게 올해 제 목표에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저를 사랑하고 아끼고 싶어요.

자존감을 차곡차곡 쌓아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은 참 약한 것 같아요.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욕심이 많고 완벽해야한다는 강박이 문제를 이 지경까지 만든 것 같기도 하네요.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어두운 글을 남기네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조금은 지금의 제 상태가 정리되는 것 같아요.

이제 3~4개월 뒤면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그 전까지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어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최대한 생산적인 활동을 소소하게나마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겠죠. 

조금은 덜 완벽하더라도 남은 기간 동안, 절망말고 꾸준히 열심히 살아야겠죠.

화이팅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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