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2 17:24
우울한 글로 듀게를 찾게 되어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너무 답답한 마음에 이런 속을 어딘가에 털어 놓고 싶은데 듀게밖에 생각나지 않아요.
요즘 정말 미칠 것 같아요. 지금도 가슴 쪽이 탁 막힌듯 토할 것 같네요.
제가 보잘 것 없고 못나게 느껴져요.
이런 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함께 누군가 이런 저를 위로해줬으면하며 기대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어요.
처음부터 제 단점들만 보이며 다른 사람과 저를 비교하고 스스로를 미워하지는 않았어요.
대학교에 들어오고 신입생을 거치고 2학년이 되면서부터 이런 우울이 시작된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나름 모범생으로 한 가지 목표만 보고 독하게 그 목표만을 위해 살다보니
오히려 열심히 사는 스스로에게 감동하기도 하고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고 결과 역시 만족스러웠어요.
대학만 들어가면 만사형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하지 못한 일들을 잔뜩해보겠다 생각했고 신입생 때는 정신 없이 (일부러 생각 없이)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즐겁게 보냈던 것 같아요.
2학년이 되면서부터 고등학생 때와 다르게 목표도 없고 꿈도 없이, 학과 공부든 뭐든 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를 인식하기 시작하며 자괴감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제 자아가, 정확하게 말하면 고등학생 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공부든, 도전이든 뭐든 진득하고 독하게 꾸준히 하며 치열하게 살고 싶은데 막상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제 모습이 한심하고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그런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다보니 지금은 신입생 때보다 7kg정도 살도 붙고 이제는 제 외모까지 부끄럽게 느껴져요.
2학년 초반에 정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울증 증상이 심각할 때,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면서 우울에서 조금은 벗어났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을 이용한 것 같아 미안한 감정 뿐이지만, 누군가가 제 존재를 긍정해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것은 정말 큰 위안이더군요.
하지만 연애를 하면서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제 일들 중에서 항상 아래 순위로 밀려나는 것을 느끼고
그 사람이 제 생활에 점점 깊게 들어오는 것이 두렵고 계속해서 드는 죄책감에
마음이 가지 않는 것 같다고 그 사람과 헤어졌습니다.
그 뒤로 그나마 조금 회복되었던 자존감을 가지고 나름 즐겁게 살아보려 노력했어요. 집단 상담도 받으며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차츰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가지게 되었어요.
하지만 정말 이게 쉽지 않네요. 자포자기한 느낌이에요.
열심히 운동도 하고, 흥미가 덜 가는 학과 공부도 (뭐든지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예전의 나처럼 집중하자 해서 집중하려고 해도 다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걱정에 또 안 좋은 생활 습관들을 반복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말 끝도 밑도 없이 쓸데 없이 인터넷 sns나 가십 정보나 시간 낭비하는 서핑을 하고 몸에 나쁜 음식을 막 먹고 후회하고 또 스스로가 미운 마음에 다시 잘해보겠다 다짐하고 또 악순환을 반복하고..
이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정말 앞으로는 건설적으로 생산적으로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것들과 집중해야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자고 결심해도
무의식적으로 '또 실패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자포자기하는 것 같아요.
남들이 보기에는 인간 관계도 원만하고 좋고 열심히 움직이고 밝기 때문에 제가 이런 고민과 스트레스, 우울을 가지고 있는지 제가 털어 놓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요..)
이런 마음을 완전히 털어 놓은 사람은 엄마 정도인 것 같아요. 하지만 부모님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놔도 순간적으로 괜찮아졌다가도
조금이라도 제가 게을러지거나 결심했던 것을 지키지 못하면 심각하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자존감을 잃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에 또다시 연애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약한 마음이 계속 스물스물 올라오다가도
또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비겁하게 생각하는 자신이 미워요.
사실 2학년 때 연애 뒤로는 제가 스스로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진심을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회가 있어도 연애는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헤어진 그 사람을 정말 하루에도 몇 번 씩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제가 혐오스럽고 한심하기도 해요.
2년이나 지난 일이고 제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 때 사랑받던 그 기분과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그 사람 생각에 한참이고 추억들을 되새겨보고 정말 다시 연락해볼까라는 비겁한 마음에 괴로워하다
이기심에 연락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듀게를 찾았네요.
사실 이렇게 듀게에 주절주절 징징거리고 털어 놓는 것도
소용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제가 참 나약하고 밉네요.
결국 문제와 그 해결은 스스로 찾고 노력해야하는데...
스스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싶어요. 그게 올해 제 목표에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저를 사랑하고 아끼고 싶어요.
자존감을 차곡차곡 쌓아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은 참 약한 것 같아요.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욕심이 많고 완벽해야한다는 강박이 문제를 이 지경까지 만든 것 같기도 하네요.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어두운 글을 남기네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조금은 지금의 제 상태가 정리되는 것 같아요.
이제 3~4개월 뒤면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그 전까지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어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최대한 생산적인 활동을 소소하게나마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겠죠.
조금은 덜 완벽하더라도 남은 기간 동안, 절망말고 꾸준히 열심히 살아야겠죠.
화이팅해야겠어요 ^^..
2014.03.12 18:00
2014.03.12 18:45
감사합니다. 의지가 생겼다가 또 금방 자포자기하는 편이라서 이렇게 우울을 칠 때가 있어요 ㅠㅠ
조금씩이라도 변화하는 모습과 근황 종종 올릴게요!
불편한 글 게시판에 올리고 후회스러운 마음에 글 지우려고 다시 들어왔는데 낭랑님 댓글 때문이라도 글 지우지 않고
앞으로 밝은 글로 찾아와야겠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4.03.12 18:24
2014.03.12 18:57
meimei님, 사실 댓글 보고 울컥했어요. 도서관에 앉아서 불안한 마음에 집중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듀게에 들어와 댓글을 확인하는 순간, 왠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났어요. 예전에는 스스로에 대한 기준과 기대치가 높은 것이 제 발전을 위해서 좋을 줄만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높은 기준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상처가 될 줄은 몰랐네요. ㅠㅠ 마음을 좀 더 편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다가도 가끔씩 심한 자괴감이 들 때가 있어요. 이렇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시간들을 거쳐 단단한 심지를 지닌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고 우선은 작지만 정기적인 일들을 늘려가야겠어요. 결국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가장 힘이 세다는 것을 차츰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기말고사만 끝나면 조금 덜 완벽하더라도 수영도 가고 제가 좋아하는 글도 짥게나마 써보고 인터넷 sns를 들여다보며 불안해하기 보다 하루에 몇 장씩이라도 책도 읽어야겠어요. 남들 시선 신경 쓰지 말고 소소하지만 제가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서요. 정말 감사합니다. 보다 나은 하루 하루를 보내도록 노력할게요! 힘힘힘!
2014.03.12 18:44
2014.03.12 19:00
생각이 많아서 일을 그르친다는 말 정말 맞는 말 같아요..ㅠㅠ
아직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만큼 저를 자책하기 보다는 조금 느슨하게 그리고 무심하게 지낼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얼른 힘내서 스스로를 조금씩 용서하고 인정하면서 살아가야겠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14.03.12 19:12
그 자존감이란 것에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쌓아올릴 수도 없는 것이고, 자기 혼자 어떻게 할 수 있는것도 아닙니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해! 같은건 일종의 강박이나 마찬가지죠. 그 보다는 자신을 가치있게 여겨주는 단체에 소속되거나(봉사활동이 좋은 예), 주변에서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든지 이런것에 자존감이 크게 고양된다 합니다.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시고, 그렇게 괜찮아진 나를 알아봐주고 인정해줄 다른 사람을 만나는것 또한 중요하다는 얘기. 아무튼 건투를 빕니다.
2014.03.15 02:40
너무 자존감에 집착하기 보다는 저도 시간을 두고 쌓아가고 싶어요. 나에 대한 좋은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현자님 말씀대로 강박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겠어요~ 실제로 지난 날을 되돌아 봤을 때, 그래도 저 스스로를 가치있게 여길 때는 역시 괜찮은 사람들과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던 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한국 돌아가면 제가 생각해뒀던 단체들과 함께 여러가지 일들을 할 생각이에요. 공부나 토론 같은 것요. 봉사활동도 생각해봐야겠어요! 아무래도 외국에 있다보니 원래 소중하게 생각하던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떨어져서 좀 더 우울해졌던 것 같아요.) 화이팅하겠습니다. ^^
2014.03.12 22:20
저와 상황이 비슷하신 분이군요. 감정적으로 또는 자아가 충만해진 사람이 다른 일을 해내기에도 더 유리한 것 같은 세상이에요.
저는 3학년 마치고 휴학 후 시험 준비중인데, 이 대학생 기간이 참 즐거워야 할 시간인데 그렇게 못하게 받아들이는 제 자신이 싫더군요.
사람을 사랑하는데에도 또 사랑받는데에도 이 학생이라는게 장애물이 된 것 같은 경험을 해서 망상도 커지게 되고 있구요.
사실 그게 문제가 아닐 텐데 말이에요. 아무리 우울해도 글쓴이분 생각 같은 예쁜 생각은 하는 것이 바람직 한것 같아요.
어쩌면 그 생각으로 사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일지도 모르구요. 저는 요즘 거의 서서히 저를 자해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 것 같은데.
같이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
2014.03.15 02:46
이 시기가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힘든 시기인 것은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인생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시기라고는 하지만 그것과 별도로 말이에요.
저도 대학생 생활을 최대한 즐겁게 누리려고 노력하는데 성격이 항상 걱정을 하고 생각이 많은 탓에 완전히 그러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Overgrown님, 정말로 좀 더 같이 힘을 내요. 저도 자신에게 너무 집중하기보다는 이제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사랑도 하고 사랑도 받는 사람이 되어보려 해요.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요.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저에게 독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이런 지점에서 제가 원동력을 찾는 것 같기도해요. 이렇게 고민하고 갈등하고 울고 웃고 하는 것이 지금 이 시기의 핵심인 것 같기도 해요.
같이 힘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