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2 03:20
자영업자의 수가 한국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게 IMF 이후라고 합니다.
월급노동자였던 사람들이 한창 일할 나이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아직 은퇴하고 연금이나 저축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상태일 적에
선택의 수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 자영업을 시작하여 편의점이던 분식집이던 그 무엇을 하여도 결국 월급노동자였던 시절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살아가는 사람보다는 퇴직금 쏟아부어 창업한 뒤 근근히 버티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죠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 직종의 임금의 적정 수준이 얼마여야 하는지는 전 잘 모르겠어요.
그걸 누가 알수 있고 결정할 수 있겠어요.
다만, 지불능력이 없으면 고용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주장은 자영업자의 구체적인 상황과 맞물려 생각해보면
간단치가 않아요.
지불능력, 즉 더 많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털 능력이 없는....이 자본주의 적자생존의 경쟁에 잘 적응하는 사람들은
저런 욕을 들어 처먹을 일이 없을거 같고 그 반대의 경우는
월급노동자도 못되고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터무니 없이 올라가는 일이 저렇게 경쟁에서 뒤처지는 자영업자들의 목을 졸라매게 된다는 인과관계는 근거가 있을까요?
과연 그게 전부일까요?
그렇게 임금이 올라가면 지불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아예 창업을 포기하거나
고용인 없이 혼자서 코피 터저 가면서 일을 해야겠죠.
특히나 편의점처럼 24시간 문을 여는 곳은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선택가지에서 제외 될거 같아요.
그러면 그 편의점 본사인 대기업은 모든 점포를 직영을 해야되거나 편의점 사업을 접게 되지 않을까요?
편의점은 사라진다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상에 큰 장애가 초래되지는 않아요.
24시간 편의점이 생기기 전에도 다들 사는데 문제 없었어요.
그리고 일자리가 줄어들겠죠.
그런데 한편, 자영업을 포기하게된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월급노동자가 다시 될 수도 없고
살 날은 억수로 많이 남았고....
2014.03.12 03:41
2014.03.12 04:12
문제는 [강자 - 약자] 프레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다 약자 무리에서 누군가는 강자의 역활을 하고, 누군가는 약자의 역활을 하는 것 뿐이죠. 강자 역활에겐 그 역활만의 고충과 혜택이 있으며, 그 반대 또한 지극히 마찮가지더군요. 쉽게 예를들어 편의점 주인이 알바생보단 강자라고 '느껴'지겠죠. 근데 편의점주가 정말 강자일까요? 아니거든요. 그 분들 정말 엄청나게 약자예요. 오히려 기준을 달리하면 정해진 시간 일하고 정해진 급여 받는 알바생이 더 강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뜯겨나가는 것, 본사에 지불되는 고정값, 인건비, 거기다 자신이 그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강자라 부를 유일한 조건은 그가 그의 가게에서 고용주라는 사실 하나 뿐이죠. 그는 딱 고용주 만큼의 권리와 그 만큼의 책임을 지고 있고, 알바생은 그 반대 편에 있을 뿐이에요. 결국 대부분은 약자들이고 그냥 그 안에서 아둥바둥 사는 것이죠. 강자-약자 프레임이 위험한 게 뭐냐면 특정 기준에 의해 강자로 분류된 사람들은 정말 강하고 더 많은 걸 갖고 있으며 일단 그들이 양보해야만 한다는 논리인데, 그들 또한 약자로 불리는 사람들과 똑같이 선택권은 없어요. 단지 그 안에서 각자 '형식이 다른 권력'을 갖고 다른 책임과 부담을 갖는 것일 뿐이죠. 어쩔 수 없이 편의점주가 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그 권력을 휘두르며, (휘둘러야만 하며) 부담과 책임을 지고 있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알바생이 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그 작은 급여와 작은 권리와 작은 부담을 갖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사실 모두 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정말 강자라고 부를 사람들은 따로 있지 않을까요? 진짜 강자들은 편의점주나 알바생의 속성을 떠나 선택권의 여유를 가진 자들이죠. '어쩔 수 있는' 사람들이 강자예요. 그래서 별 부담과 책임도 없이 권리와 선택권이 더 있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 강자죠. 제가 보기엔 편의점주나 ,알바생,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선택권은 별로 없어요. 선택권이 없다는 게 진짜 약자거든요.
2014.03.12 04:16
강자-약자 프레임이 문제가 아니에요. 이건 법으로 규정된 최저임금을 안 내는 불법을 저지르느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배고파서 빵을 훔친 사람이 안타까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범죄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사람이 왜 빵을 훔쳤느냐라는 질문을 통해 사회적 모순과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빵을 훔친 것을 용인하면 이 사회의 체계는 무너지고 말 겁니다.
2014.03.12 05:52
법으로 강제해야만 하고 심지어 잘 지켜지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시스템이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실패한 시스템에서 '법대로 해' 만 외친다고 문제가 해결 될 리 없죠.
2014.03.12 06:02
물론 맞는 말씀이지만, 편의점 예를 들자면, 이상하게 수도권 내 편의점에서는 최소임금을 잘 지켜주지만 수도권만 벗어나면 그러지 않는 곳이 태반이죠. 수도권 편의점이 지방 편의점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요. 해외 몇 개국에 진출한 카페베네 보세요. 그 회사는 더 이상 '영세 구멍카페'가 아닙니다. 근데 걔네들이 돈이 없어서 알바들 최소임금을 안 주나요?
최소임금 법은, (물론 하고 싶어도 못하는 영세한 점주가 없지는 않겠지만), 점주들 정신상태 문제인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2014.03.12 04:24
네, 머루다래님. 물론 법 체계는 중요하죠. 맞는 말씀입니다. 제 말은 이 문제의 프레임을 만들거면 제대로 만들거나, 그게 아니라면 아예 만들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최저임금 문제는 제 논지가 아니었어요.
2014.03.12 04:52
자영업도 포기해야하는 총체적난국의 을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다시 취업전선으로 자동편입되는거죠.
예전같은 월급 노동자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다른직종의 월급 노동자가 되는거죠.
무능력하면 죽는것은 아니지만 무능력하기에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것은 현실입니다.
2014.03.12 07:09
IMF 이후로 자영업자가 늘어났다는것에 근거가 있는지 여쭙고 싶네요.
제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독일 같은 제조강국에 비해 많이 높은데 그게 역사가 꽤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제조업 종사자가 많은 나라는(양질의 일자리가 만은 나라는) 당연히 자영업 종사자가 적고
반대인 나라는 자영업 종사자가 많습니다.
독일의 경우 제조 관련 종사자가 25%, 자영업 관련 종사자가 15%
우리나라는 정반대 이구요.
이러한 비율은 90년대 초부터 지속된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가 자영업 지옥이 된건 양질의 일자리가 적기 때문입니다.
퇴직해도 2차 취업이 쉽고 기업들이 사람이 부족해서 은퇴한사람도 데려다 쓰고 한다면 자영업 하는 사람이 당연히 줄어들겠죠.
IMF 이후로 급증했다는 소스를 좀 알고 싶습니다.
2014.03.12 14:04
통계도 보고 했던거 같은데 지금 그걸 다시 찾기는 귀찮네요.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가 적으면 자영업자의 비중이 올라간다는 논리 재미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첫번째로 드는 생각은... 도대체 우리는 누가 더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작지만 그래도 알바생들이 보기에는 큰 돈인 자본이란 것을 들여서 창업을 한 사람일까요, 아니면 쥐꼬리만한 최저임금을 받으며 (때로는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주인 밑에 일하는) 알바생들일까요.
우선은 최저임금을 올리는 논의는 언감생심, 지정된 최저임금 이하를 주는 것은 안된다라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자영업자들의 고충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는 게 타당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