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2 01:33
* 모친이 오래전(이라고 해봐야 2005년 쯤일겁니다) 간병인 일을 잠깐 했던적이 있는데,
오늘의 논쟁을 모니터 앞에 두고 일당을 물어보니 35, 45정도였다는군요. 35만원 45만원이 아니라 3만5천원 4만5천원. 금액이 많을까, 적을까.
일주일에 한번 집에 온 모친은 늘 파김치가 되어있었죠.
요즘 어떤지는 모르지만 당시 제 기억은 이래요. 밥도 제대로 못먹고 잠은 쪽잠을 자야하고 환자 수발드는게 보통일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건 싫으면 다른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사실 직업이라는게 그렇게 딱딱 합리적선택이 가능한 영역이 아닌 경우가 많죠.
뭐 결과적으론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의 '합리적 선택'이겠지만, 그 합리적 선택의 도달 과정에선 여러가지 생각이 충돌할겁니다.
해당 직업의 사회적 가치, 노동 강도, 자신의 능력, 자신의 가치관, 취향, 처해있는 환경 등등.
심지어 관성도 있죠. 그나마 하던 일이니까, 아니면 다른 일보다는 나은 것이겠지라는 생각 말이죠.
대학근처 가보신 분은 아실겁니다. 지방만해도 최저시급이하가 수두룩합니다.
그래도 대학교 근처면 지원자가 많아요. 너도 나도 하겠다고 합니다. 좋아서? 합당한 대우를 받으니까? 아뇨. 그냥 참고일하는거죠.
억울하면 신고하거나 항의하면 그만이라는데 세상이, 특히 우리나란 그렇게 안돌아가지요.
어떤게 이익인지는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알지만, 뉘앙스가 중요할겁니다.
여러가지 선택가능한 옵션이 있고 내가 기꺼이 선택할 수 있기에 하는 것인지, '그나마'할 수 있으니 꾹꾹 참아가며 하는 것인지.
최근 모친은 요양보호사던가 하는 자격증을 땄습니다.
간병인보다야 쉽겠지라고 생각했고, 하루종일 붙들려 있는 간병인을 생각한다면야 3일 출근하고 쉰다는 요양쪽은 시간대비소득이 높을 수도 있겠지만 계산은 안해봐서 몰라용.
실습을 몇번 나가본 모친은 도저히 못하겠다며 걍 자격증만 따고 그 일은 안하고있습니다.
생판 모르는 남 똥받고 알몸 닦아주고 그런걸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는군요. 간병인때도 그런 일은 잘 안들어왔는데 요양쪽은 일의 특성상 그런 일이 많다고 합니다.
최근 마트에서 청소일을 하는 모친을 보면 이 일이나 그 일이나 궂은건 마찬가지일텐데...
아니, 오히려 처우만 따지자면 요양보호사쪽이 더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메피스토는 그 일을 직접 하지도, 보지도 못했기때문에 그냥 모친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 사실 이런 개인적인 경험담은 다 쓸모없는 얘기고..
결과만으로 생각한다면야 모든 현실은 인간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물이지요.
허나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세상이 바뀌겠어요.
2014.03.12 01:39
2014.03.12 01:39
처우라고하시지만, 요양보호사보다 마트 청소일이 노동강도는 더 약할 겁니다. 쓸고 닦는 일도 물론 힘들긴 하지만 의외로 고강도의 노동을 요하지는 않아요.
일단 대게 50대~60대 아주머님, 할머님들이시기도 하고요.
2014.03.12 01:51
휘오나/
청소라고 해서 쓸고닦기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일단 제가 청소는 아니더라도 마트 쪽 일 유경험자라서-_-;...파트에 따라선 의외로 고강도의 노동이 요구되지 않지만 일부 파트같은 경우는 그 나이대 남성도 힘든 일들이 있죠. 단적인 예로 마트가면 바닥이 반질반질하죠? 며칠or몇주에 한번꼴로 그 작업을 하는데 그거 광택내는게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모친의 얘기에 따르자면 요양보호사쪽 일이 물리적 강도는 더 약하다고 하더군요. 이건 휘오나님이 듣거나 겪으신 것과 제 모친의 판단에 영향을 끼친 환자나 환경-일이 달라 그런 것일수도 있을겁니다. 요양보호사도 요양소쪽과 출장쪽...뭐 세부적으로 나뉜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마트 청소일은 말씀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50대~60대들이죠. 그 나이대는 고학력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설령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런류의 일이 아니라면 딱히 뽑아주거나 써주는 곳이 없는....나이먹어 완력이 약하다는 상대적인 노동강도까지 고려한다면 이 분들에겐 힘든일이에요.
2014.03.12 07:11
메피스토/ 밑에 어떤분 말씀에 따른다면 어차피 님 어머님 같은 사람 깔렸으니 못배운처지에
그나마 그거라도 받고 일하는데 감사하게 생각하셔야 할듯합니다.
어머니는 교회에 딸린 어린이집 애들 밥 차리는 일도 힘겨워 하시더군요. 그러니까 사람과 관계되어 수발을 드는 일의 강도는 뭔가 달리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나중에라도 부모님 편찮으시면 수발을 나나 동생이 들 수 있는 그런 형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