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탄 Little Evil (2017)

2017.09.16 10:10

DJUNA 조회 수:6440


[작은 사탄]이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봤어요. 큰 야심은 없는 코미디이고, 제목과 스틸만 봐도 아시겠지만 [오멘] 패러디입니다. 대단한 영화는 당연히 아니었고 솔직히 말해 대놓고 유치했죠. 근데 전 이 영화가 오리지널 [오멘]보다 조금 더 좋았습니다.

애덤 스콧이 게리 블룸이라는 부동산회사 직원을 연기합니다. 게리는 얼마 전에 에반젤린 릴리가 연기한 사만다와 결혼했어요. 문제는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사만다의 아들 루카스가 암만 봐도 적 그리스도인 것 같다는 거죠. 주변에서 수상쩍은 이유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생각해보니 대재난이었던 결혼식 때부터 애가 좀 수상했습니다. 아이를 막아야 할까요? 아니면 다가오는 인류 멸망을 지켜보고 있어야 할까요?

이 영화의 코미디는 당연히 기독교 계열 아포칼립스 장르의 세계와 그 안에서 혼자만 어리바리한 코미디를 하고 있는 평범한 남자 주인공의 충돌에서 나옵니다. 대충 짐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게리는 그냥 평범한 행복을 바라고 평범한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이에요. 그런데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종말론자들인 겁니다. 양쪽이 모두 서로의 역할에 충실할수록 코미디는 강도가 높아집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해피엔딩이죠.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그래도 되는지 가끔 궁금하긴 하지만.

앞에서 전 이 영화가 [오멘]보다 조금 더 좋았다고 말했는데, 그건 영화가 아브라함 종교의 종말론을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다루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멘]을 보면서 진짜로 공포를 느끼려면 광신적 기독교 종말론의 설정을 받아들여야 하죠. [오멘]만 그런 게 아니라 묵시록에 예언된 종말을 그린 영화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종말을 예언하는 자, 종말을 실현하려는 자, 종말을 막으려는 자 모두가 이 기독교 설정집을 믿고 있죠. 하지만 게리는 설정집 대신 상대적으로 문명화된 상식을 믿습니다. 그에겐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하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 고대 종교가 예언한 흐리멍덩한 이야기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작은 사탄]은 선과 악의 대결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종교적 광신과 세속주의의 대결에 대한 영화입니다. 무척 건전한 영화란 말이죠. (17/09/16)

★★★

기타등등
알이라는 캐릭터가 나옵니다. 이런 영화에 언제나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의 단짝 친구 역할이라 그 자체는 특별할 게 없는데, 이 역을 브리짓 에버렛이 연기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여자 사람 친구인 건 아니에요. 알은 자신이 여자라는 생각이 티끌만큼 없고 그냥 남자처럼 행동합니다. 심지어 얼마 전에 아들이 있는 여자와 결혼까지 해서 게리처럼 '새아빠'죠.


감독: Eli Craig, 배우: Adam Scott, Evangeline Lilly, Bridget Everett, Owen Atlas, Sally Field, Clancy Brown, Tyler Labine, Brad Williams

IMDb http://www.imdb.com/title/tt293736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8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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