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파이터즈 영접 후기

2017.08.23 21:27

디나 조회 수:938


   버릇이 나쁘게 들어서 제 돈주고 공연을 잘 안보러 가게 되버렸어요. 또 막상 내한하는 거물급 아티스트들 제가 그닥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그리고 뭔가 공연의 진가는 큰 무대보다 작은 무대에서 바로 코앞에서

   봐야 뭐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뭐 여차저차해서 거의 이런데 잘 안갔는데 라인업이 괜찮길래 덥썩 물었습니다. 결과적으론 정말 보기 잘한것같고 본 공연중엔 최고였던거 같아요. ㅠㅠㅠ


  오프닝은 모노톤즈 였는데 원래 괜찮게 생각했던 밴드고 공연도 좋았습니다. 보통 이런 내한공연에 오프닝 밴드는 푸대접이 많았던것 같은데 의외로 사운드도 좋았고 나름 챙겨줄건 다 챙겨준거 같아 보였네요. 

  그 유명한 차승우의 새 밴드고 뭐 큰 상도 받았고 여러군데서 인정받은 밴드고 음악도 좋고 다 좋았는데 아쉬운게 보컬이었네요. 저는 (욕먹을각오하고) 결국엔 동양인 남자 (혹은 한국인 남자) 는 락보컬로는

  아니올시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모노톤즈도 마찬가지였네요. 음악은 영국 락의 여러유산들을 모듬으로 짬뽕한 (비틀,롤링부터 더 후,지저스앤 메리체인,스톤로지스까지....) 그쪽냄새 물씬나는 음악인데

  보컬에서 딱..... 한국의 맛이 느껴지는데...아.......하는 느낌이. 물론 이건 어느정도 까탈스럽게 봤을때의 이야기고 뭐 그정도면 훌륭하긴 했습니다..... 

  곡이 끝날때마다 멤버들이 90도 각도로 허리숙여 인사하는데 이 밴드의 성실 혹은 세심?한 컨셉에 미소가 좀 나왔습니다. 껄껄...


  그리고 리암이 오르기 전까지 무대 셋팅시간. 앞에도 이야기 했지만 제가 국내 큰 락공연 간지 오래되서 보나마나 시간대로 안되겠지 했는데 왠걸!? 정말 30분 셋팅하고 리암이 뙇 나오더군요. 

  굉장히 더운 날씨였는데 오늘도 바람막이 입고 나올까? 했는데 역시나..... 저는 오아시스의 빅팬은 아니었고 비디아이도 안들었고 사실 약간 리암에 심드렁한 사람이었는데 그의 밴드가 첨 나오자 웃음부터

  나오더라고요. 정말 소나무 같은 취향. 멤버들이 사용하는 기타나 외모적인 스타일이나 플레이나 사운드나 여지없이 그냥 오아시스. 노엘의 클론들로 데리고 나왔더라고요. (설마 맨체스터 출신으로만 뽑은건

  아니게찌?.....) 오아시스의 데뷔곡으로 시작을 했는데 음향도 예상보다 매우 훌륭했고 리암 목소리도 90년대 그 목소리 그대로고 좋았습니다. 마침 이때쯤부터 날이 어두워지면서 바람도 솔솔 부는데 딱 좋았

  네요. 다만 오아시스 곡이 아닌곡들에선 ??????? 이 상태였는데 아시다시피 이 양반 음악스타일이 또 소나무라...그놈이 그놈같은 곡들이 계속 이어지는데 약간 지루했네요. 사실 그보다 밴드의 두 기타리스트를

  자꾸 보게되는데 오아시스/리암의 음악 특성상 기타가 딱히 뭐 플레이를 하는게 아니라 주구장창 징가징가 코드만 긁습니다. 그것도 오픈코드로만! 그러다보니 잠시 멍때리면 틀리기 쉽상이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가끔 사람은 너무 편하면 더 실수하기도....)

  다른 멤버들이 다 나가고 기타 혼자 어쿠스틱으로 바꾸더니 예상대로 원더월을 했는데... 이거 부르고 쿨하게 그냥 들어갔습니다. 돈룩백도 안하고! 심지어 공연 제목인 리브포에버도 안하고! 그냥 쿨하게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중간중간 멘트도 별로 없었고 앨범버전과 좀 다르게 편곡을 한다던지 노래 끝낼때 뭔가 더 한다던지 이런거 일절 없었습니다. 3분30초짜리 곡은 3분30초에 5분짜리곡은 5분에 딱 끝내는

  느낌. 참 리암다운 공연이었습니다. 



  무대셋팅이 상당히 재밌던게 무대 맨뒤에 푸파이터즈의 장비들이 막에 가려있었고 그 앞에 리암밴드의 장비가 있었고 이런식으로 한꺼풀씩 벗겨지는 식이었네요. 그래서 셋팅시간이 생각보다 빨랐나 싶기도....

  확실히 헤드라이너?라 그런지 (는 아니고 그냥 음악스타일) 푸파의 장비들은 화려했습니다. 드럼셋도 탐이 막 줄줄이 있고 심벌들이 여러개있고 아 그리고 킥드럼엔 크리스코넬의 얼굴이 그려져있었네요ㅠㅠ

  기타앰프 캐비넷도 거의 뒤에 벽처럼 쌓여있고...  


  푸파도 역시나 예정시간에 딱 등판했는데 뭐 공연내내 그랫지만 드럼 테일러와 데이브그롤의 에너지가 엄청나서 정말 폭탄이라도 터진것같은 분위기를 만들더군요. 첫 곡 딱 시작하는데 이번에도 놀란게

  사운드가 너무 좋더라고요. 엄청나게 드라이하고 꽤 선명했습니다. 모든 파트의 플레이가 또렷하게 잘 들리고 데이브그롤의 보컬톤은 리버브감이 거의 없어서 그냥 바로 코앞에서 부르는듯한 사운드였네요.

  그냥 앨범사운드 그대로 재현한것 같았습니다. all my life,learn to fly,pretender,my hero 초반에 히트곡들 연달아 달리는데 데이브가 하도 ㅈㄹ난리를 쳐서 정말 저러다가 빈혈오는거 아니야 싶을 정도....


  사실 저는 푸파이터즈의 지금의 라인업에 궁금증이 있었는데 몇년?전부터 합류한 맨 오른쪽에 있는 팻스미어라는 머리희끗한 할?아재의 존재였어요. 사실 보통 락밴드에서 기타가 셋씩이나 있을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일렉기타라는 악기는 꽤나 시끄럽고 지저분해서 두대만 넘어가도 믹스가 골치아파지고 뭐 아무튼 그래요. 뭐 음악스타일이 엄청 복잡하고 장황하지 않는 이상 두대이상 필요가 없죠...

  보통의 락밴드에 기타가 셋이 있다면....그것은 음악적인 이유보단 인간적인 이유가 클것이다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뭐 이런거죠. 기타중 한명이 나갔다......새 멤버를 영입했다...시간이 지나 나간 기타가 

  돌아온다......그렇다고 새 멤버를 짜를순없고.....위고투게더? 뭐 이런테크. 역시나 팻스미어란 사람도 예전에 푸파이터즈를 하다가 나가고 후임으로 지금까지 쭉 있는 크리스 쉬플렛으로 교체가 되고....

  최근 몇년사이에 밴드에 재합류를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양반이 공연영상을 봐도 딱히 하는게 없어요....그냥 코드만 칩니다.... 데이브그롤만 있어도 충분히 되는데 ... 뭘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이 사람이

  80년대 초반의 악명높은? 혹은 전설적인 하드코어펑크 밴드였던 germs의 멤버였더라고요....머리 희끗한 사람좋아보이는 이 아재...나름 펑크레전드인겁니다. (너바나 투어멤버도 했엇다고....) 

  네 그래서 굳이 그를 데리고 있는 이유는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궁금햇던건 실제로 이 사람이 무대에서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 이걸 너무 확인하고 싶었는데  무슨곡이엇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크리스가

  멜로디를 치고 데이브는 노래만 하고 마침 팻이 담배피느라 기타를 농땡이를 치다가 마저 다 피우고 주섬주섬 코드를 잡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분명히 존재감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 양반 기타앰프의

  마이킹은 그냥 off되있는거 아니야? 라는 의심은 그로써 눈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이로써 제가 푸파공연에서 확인하고 싶던것 하나는 달성했습니다....ㅋㅋㅋㅋ


  푸파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건 미칠듯한 에너지 뭐 이런것도 있지만 모든곡의 '라이브버전화'입니다. 왜 그런거 있잖습니까 70년대 락의 전성시대.. 앨범에는 4분짜리 곡이 라이브에선 8분으로 늘어나는 

  기적이 일어나던 그 시절의 분위기. 2절까지 하고 기타솔로나 브릿지하고 마지막 코러스(후렴)을 하기전 다이나믹을 확줄이면서 코드를 무한 뺑뺑이 돌리면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면서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키는 그 뻔하고 뻔하지만 언제나 먹히는 그 고전적인 방식. 락의 전성시대에 많은 밴드들이 보통 자신들의 최고 히트곡을 마지막에 부르며 저 짓을 하곤 했습니다. 근데 푸파는 농담 안하고

  어제 부른곡의 한 3분의2는 저렇게 했습니다!!! 그래서 싫었냐고요? 아니요 존나 좋았어요ㅠㅠㅠㅠㅠㅠㅠ 곡 늘이는 방식도 참 가지가지로 다양하게 하더라고요. 게다가 그런식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마지막 코러스를 미친듯이 연주한다음에 끝내는 척 하다가 또 돌리고......또 돌리고....원 모어.......라스트원.....그리고 엔딩은 난타저리가할 정도의 드럼의 미칠듯한 매타작으로 끗....  푸파는 정말 관객들

  미치게 하는데 꾼이었어요. 한술더떠서 멘트. 데이브는 곡 사이사이에 성실하게 관객을 향한 작업멘트를 남발했는데 굉장히 감동했다는듯한 표정을 연신 지으며 '너네가 최고다 최고의 관객이다 미친

  한국인들 블라블라....' 또 그걸 그냥하는게 아니라 반드시 기타아르페지오를 깔면서 한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저 양반 꾼이네......


  데이브그롤의 활동을 보면 자기가 무슨 로큰롤협회 회장 위원장이라도 되는것처럼 이런저런 일들을 해요. 사운드시티를 봐도 그렇고 푸파 공연에 게스트로 예전 레전드들을 부르거나 하는것도 그렇고 

  저사람 사명감이라도 있나? 싶을정도로요. 그가 얼터너티브의 화신같은 너바나 출신인건 이제 잘 생각이 안날정도로 데이브란 사람의 성향과 푸파는 70년대 아메리칸 하드록의 계승 혹은 재현에 완전히

  몰두한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나 얼모스트 페이머스에 나올거같은 어린소년이 자기 꿈을 다 이루고 살면 그게 데이브그롤 아닌가 싶은. 


  근데 정말 체력좋아야겠다는 생각이. 데이브그롤 69에 테일러호킨스 72. 50대중반도 한창 나이인 요즘 거물락밴드들 분위기로 보자면 아직 청춘입니다만....지금의 퍼포먼스 유지하려면 건강관리 잘 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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