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엇은 은퇴한 광고 에이전시의 대표입니다. 업계에서 엄청난 업적을 쌓았지만 완벽주의자이고 성격이 고약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그녀는 마무리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 마무리의 시작은 완벽한 부고를 준비하는 것이죠. 해리엇은 이를 위해 부고전문 신문기자인 앤을 고용합니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설정이 이상한 걸 떠나 캐릭터와도 잘 안 맞아요. 일단 해리엇은 남의 험담에 그렇게까지 민감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해리엇의 인생만 봐도 얼마든지 멋진 부고기사가 나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꼭 막판에 인생 보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이건 모두 셜리 맥클레인과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엮기 위한 얄팍한 술수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도 그렇게 말이 되지는 않습니다. 해리엇이 영화 내내 하는 일들은 좋은 부고와 별 상관이 없어요. "죽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할 거 다 해보자"라는 목적이었다면 모를까.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이 제대로 꽃피지 못한 채 방치됩니다. 예를 들어 해리엇이 멘토가 되는 흑인 소녀 브렌다는 영화 끝날 때까지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단 셜리 맥클레인은 여전히 압도적인 매력을 가진 할리우드 대스타예요. 아무리 이야기가 수상쩍어도 배우의 카리스마와 존재감 때문에 그냥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죠.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중간중간에 코미디로서의 재미와 대리만족의 즐거움이 없는 것도 아니거든요. 무엇보다 맥클레인과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합이 참 좋습니다. 사이프리드는 이전에도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연기호흡이 참 좋았는데, 이 배우의 장기가 아닌가 싶어요. 왕년의 대배우와 기죽지 않고 어울리며 노는 거요. (17/08/08)

★★☆

기타등등
원래는 [스위트 채리티]를 볼 생각이었는데 상영취소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1969년 셜리 맥클레인을 보려다가 2017년 셜리 맥클레인을 보았어요.


감독: Mark Pellington, 배우: Shirley MacLaine, Amanda Seyfried, AnnJewel Lee Dixon, Thomas Sadoski, Philip Baker Hall, Gedde Watanabe, Tom Everett Scott, Joel Murray, Yvette Freeman, Valeri Ross, Anne Heche

IMDb http://www.imdb.com/title/tt502326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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