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실체)

2016.08.27 18:23

여은성 조회 수:775


 1.나는 김경란의 정색을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TV화면으로 본 바로는 정색을 잘 한다고 소문난 김경란이 내 앞에서 아무리 정색을 해도 안 쫄 자신이 있어요. 아니 진짜로요. 정색을 잘하는 걸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사람들을 몇 년이나 열받게 만들어보면서 다닌 나거든요.


 Q를 머리끝까지 열받게 해 본 적은 없고 정색하도록 만든 적은 몇 번 있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각오한 거긴 하지만 Q의 정색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어요. Q의 정색을 마주하는 건 좀 압박스러웠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최고 클래스의 정색이란 걸 경험해 보는구나 싶어서요.


 Q 만큼은 다른 사장과 달리 한번 머리끝까지 열받게 해버리면 화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어요. 실수로 Q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Q의 역린을 알아두고 싶어요.



 2.약간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바에 자주 가는 이유 중 첫번째는 이거예요. 그곳 사람들과는 한번 신뢰관계가 되면 일반사람들과 친해지는 속도보다 수십배정도 빨리 친해지거든요. 반년 정도만 알아도 일반 사람들이 거의 6~8년은 가깝게 알고 지내야 해주는 인생의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어요. '사실은 말이야...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어.'뭐 이런 거요.


 아마 이유는 이걸거예요. 일반 사람들은 이 녀석에게 당나귀 귀 얘기를 해도 괜찮을 녀석인지 아닌지 한참동안 재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착한 사람인데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간보는 기간을 굳이 견디고 싶지가 않아요.  



 3.아니...저는 정말로 나쁜 사람이 아니거든요. 사실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냥 만난 사람들은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믿지 못해요. 아니 애초에, 이런 안전한 도시에서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긴 힘들어요. 어떤 녀석들은 살살거리거나 입에 발린 말을 하거나 하면서 호감을 얻지만 그건 도저히 못하겠어요. 사람들과 잘 지내 보려고 해도 사람들은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 보라고 하지 도저히 믿어주지를 않아요. 그리고...내게 공격을 해오는 것도 아니고 잘 대해주는 것도 아닌, 이상하게 틱틱거리기 시작하게 되는 거죠. 


 그들이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한번...두번...세번 참은 후 나도 어쩔 수 없이 포문을 열고 방아쇠를 당길 수밖에 없어요. 물론 나는 중간은 없으니, 한번 포를 쏴대기 시작하면 가진 총알을 다 쓴 다음에 공격을 완료해요. 뭐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거죠. 


 

 4.휴.


 

 5.하지만 술집에 가면 그곳 사람들은 모두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해주는 거예요. 그런데 나는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다른 모든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과 똑같이 대하거든요. 그래서 대체 뭘 보고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믿게 됐는지 물어보면...그들 나름대로의 표현으로 대답을 해주지만 결국 답은 이거예요.


 '지랄하지 않으니까.'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뭐야...고작 지랄하지 않으니까 착한 사람이라니, 너무 허들이 낮은 거 아닌가.'라고 하겠지만 사실이예요. 남자라면 아마...98%정도는 자기 돈을 주고 그곳에 간다면 지랄을 하게 될 걸요. 하지만 나는 대체로 지랄하게 되는 곳에 가도 지랄하지 않아요. 왜냐고요? 착한 사람이니까요. 


 문제는 이거예요. 뭔가를 하는 착한사람이 아니라 뭔가를 안하는 착한사람은, 일상 생활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거예요. 하지만 솔직이 소위 '뭔가를 하는'착한 녀석들은 착한 녀석들이라는 평판을 얻기 위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착한 녀석들이라서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단 말이예요. 대체로 전자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죠. 그래서 '뭔가를 하는' 녀석들은 안 믿어요. 


 이건 내 생각이지만 결국 확실하게 무해하다고 할 수 있는 녀석은 나쁜 짓을 안 하는 착한녀석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나쁘거나 무례하게 굴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걸 다들 아니까 결국 나쁜 모습은 안 보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가 사실은 좋은 녀석이고 누가 사실은 나쁜 녀석인지 늘 헷갈려하는 거예요.



 6.즉 이것이 술집에 가는 두번째 이유예요. 착한 단면을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해도 모두들 내가 좋은사람이라는 걸 곧 믿어 주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멋대로 오해하고, 멋대로 오해해놓고는 해명을 요구해오곤 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말이죠. 


 그런 놈들에게는 '자 너는 적반하장이라는 말의 뜻을 알까?'라는 말을 시작으로 포문을 여는데 이상하게도 놈들은 총알을 다 쓰기도 전에 그냥 퇴각하려고 하곤 하요. 한데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일단 말싸움을 먼저 걸었으면 이쪽이 준비한 탄창을 다 비우는 것 정도는 기다려 줘야죠.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건 좋은 일이긴 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끼리는 쉽게 주고받는 걸 아양을 떨어가며 얻을 필요는 없는거예요. 어쨌든 유감스럽게도, 스스로 통찰력이 있다고 믿고 말아버린 인간들은 있지도 않은 걸 상상하고 의심하느라 나같은 좋은 사람과 잘 지내게 될 기회를 놓치는 거죠. 



 7.Q의 얘기로 시작한 걸 보면 알 수 있듯 사실 이 글도 이야기 시리즈였는데...쓰다 보니 개인적인 일기가 되어서 잡담글로 제목을 고쳐요. 


 고흐야 그림을 잘그렸으니까 사람들이 고흐의 괴팍함을 참아 줬겠죠. 큐브릭이나 우디 앨런...폴란스키야 뛰어난 감독이니까 사람들이 그들의 이상한 면을 참아줬을테고요. 하지만 나는 결국 사람들이 나를 참아주게 만한 어떤 특별한 것을 손에 넣지 못했어요. 참아준다...라기보다 좋은 사람일 거라고 여기게 만들고 기대하게 만들 만한 어떤 것이라고 해야겠네요.


 사람들의 통찰력이라고 해 봐야 별것 없고 결국 모두가 상대에게서 보고 싶어하는 것, 상대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면을 보고 판단하게 되니까요. 뭐 할 수 없죠.


 휴.


 이 글이 우울한 글이라고 여길 누군가를 위해 쓰자면...내 기분은 괜찮아요. 이렇게 사는 것도 꽤 신나거든요. 나는 어떻게 살든 거기서 신나는 점을 하나쯤은 늘 발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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