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싱글 (2016)

2016.06.11 16:47

DJUNA 조회 수:12691


[굿바이 싱글] 시사회를 보고 왔어요. [1999, 면회]의 감독이고 [족구왕]의 제작,각본을 맡은 김태곤의 첫 상업장편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김혜수는 발연기로 유명하지만 어떻게 20년 동안 버텨온 30대 후반의 탑스타 고주연으로 나와요. 젊은 남자친구의 배반으로 충격을 받은 주연은 자기 편을 만든다며 아기를 낳을 생각을 하는데 검사를 해보니 어느 새 폐경이 와버렸죠. 그래서 이번엔 입양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도 조건이 맞지 않지요. 그러다 우연히 산부인과에서 임신한 중학생 단지를 만나게 된 주연은 단지의 아기를 자기 아이로 삼아 키울 생각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류의 이야기예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우연한 기회에 엮여 대안가족이 된다는 내용요. 하지만 [굿바이 싱글]이 이 공식을 제대로 살린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각본의 문제가 가장 큽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지나치게 많이 일어나요. 주연의 입장을 생각해보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몸을 사리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주연은 가짜 임산부 흉내를 내면서 오히려 밖으로 나가요. 주연은 원래 생각 없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쳐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말려야죠. 주변 사람들도 멍청하다고 쳐요. 하지만 그런 주연이 임신 발표 이후 갑자기 인기를 끄는 건 어떻게 설명할까요?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치죠. 하지만 출산을 얼마 남기지 않은 배우가 [신사임당]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건 그냥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면 스토리에 대한 믿음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모두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억지로 삽입한 설정들인 겁니다.

캐릭터 문제도 있어요. 고주연은 김혜수가 코미디 연기를 뽐내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로, 그 자체로는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각본이 이 캐릭터를 계속 비생산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요. 캐릭터는 표면적으로만 활용되고 진짜로 재미있을 것 같은 방향은 방치됩니다. 여기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단지와의 관계죠. 결국 아무리 소동을 키워도 주연과 단지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인데, 영화는 단지에게 제대로 된 개성을 주지 못합니다. 아이가 너무 깨끗하고 착하기만 해요. 기능적인 역할을 지우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고요. 김현수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재료가 없으면 어쩔 수 없어요.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입니다. 십대 임신은 심각한 소재입니다. 영화도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이런 소재는 멜로드라마의 클리셰로 다루어선 곤란하죠. 이런 상황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깊이 다룬다면 오히려 신선한 코미디의 재료를 찾았을지도 몰라요. (16/06/11)

★★

기타등등
주연은 남자친구가 율곡 이이로 나오는 [신사임당]에서 곽씨부인으로 캐스팅되자 질겁을 하는데, 오히려 그건 남자친구를 막 다루며 괴롭힐 기회가 아니었을까요.


감독: 김태곤, 배우: 김혜수, 마동석, 김현수, 곽시양, 서현진, 전석호, 이미도, 다른 제목: Familyhood

IMDb http://www.imdb.com/title/tt401693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9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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