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맨 The Double Man (1967)

2015.08.31 17:56

DJUNA 조회 수:2539


러시아 출신 미국 배우 율 브리너는 제가 알기로 두 편의 냉전 스파이 영화에 출연했는데요. 그 중 하나는 프랭클린 J. 샤프너가 감독한 영국영화 [더블 맨]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영화인 [모스크바의 야간탈출]이었죠. [더블 맨]에서 그는 댄 슬레이터라는 CIA 요원으로, [모스크바의 야간탈출]에서는 알렉세이 블라소프라는 소련 망명자로 나오는데, 당연히 후자가 더 어울립니다. 하긴 두 영화 모두에서 그는 그냥 율 브리너일뿐이지만.

[더블 맨]에서 브리너가 연기하는 댄 슬레이터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스키 사고로 아들을 잃습니다. 아들이 몇 년째 학생으로 있던 오스트리아의 국제학교에 도착한 그는 그 사고가 조작된 살인이라고 결론짓고 수사를 시작합니다. 전직 MI5 요원이고 지금은 그 학교의 교장인 친구 프랭크 위틀리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돕고요. 그러는 동안 베르톨트 대령이라는 인물이 이끄는 적국의 스파이 세력은 뭔가 수상쩍은 음모를 꾸미고 있는데, 그 표적은 바로 슬레이터입니다.

헨리 S. 맥스필드라는 작가가 쓴 [Legacy of a Spy]라는 소설이 원작입니다. 검색을 조금 해봤는데, 영화와 원작은 댄 슬레이터라는 주인공이 나온다는 것 이외엔 별 유사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에게 검색이 불가능한 소설의 한 부분에서 영화의 아이디어가 나왔을 수도 있긴 있어요. 하지만 장편 각색물보다는 긴 단편 같은 영화입니다. 작고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에만 기대어서 끝까지 가는 영화예요.

그 아이디어는 중반에 밝혀지는 반전과 관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인데, 어차피 검색하면 금방 나오는 것이고 심지어 제목도 그게 뭔지 대충 밝히고 있느니 말하렵니다. 베르톨트 대령의 계획이란 댄 슬레이터를 오스트리아로 유인해 제거하고 성형수술로 그와 똑같이 만든 스파이로 대체한다는 것이었죠. 물론 이런 종류의 영화 악당들이 대부분 그러는 것처럼 쓸데없이 질질 끌면서 일을 망치고 맙니다.

아이디어만 보면 거의 보르헤스의 단편처럼 추상적인 추리물에 가깝고 그 때문에 이 부분을 조금 더 팠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그에 맞추어 댄 슬레이터라는 캐릭터를 이용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이 거의 고딕 소설 수준의 판타지스러운 설정을 이용한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두 사람을 세워놓고 누가 진짜인지 밝혀야 하는 결말 부분 같은 것 말이죠. 여전히 얄팍하고 가벼운 영화지만 적절한 스타 캐스팅과 냉전 시대의 편집증이 그럴싸하게 엮인 소품입니다. (15/08/31)

★★☆

기타등등
브리트 에클란트가 돈많은 영국인 아줌마의 컴패니언으로 나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아, 저 직업이 60년대 말까지 살아있었네?"라고 생각했던 게 기억나요.


감독: Franklin J. Schaffner, 배우: Yul Brynner, Britt Ekland, Clive Revill, Anton Diffring, Moira Lister, Lloyd Nolan, George Mikell, Brandon Brady

IMDb http://www.imdb.com/title/tt006159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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