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되는 법 How To Be A Detective (1952)

2015.04.25 23:27

DJUNA 조회 수:2962


1952년작 [탐정되는 법]은 구피의 [...되는 법]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하지만 조금 성격이 다르죠. 다른 [...하는 법] 영화들이 교육영화의 형식을 흉내내고 있다면 이 영화는 사립탐정이 나오는 하드보일드 추리물의 형식을 흉내내고 있습니다.

영화의 도입부는 상당히 난폭합니다. 카메라가 아파트 건물을 밑에서부터 쭈욱 훑고 지나가는 동안 그 건물의 모든 방에서는 온갖 종류의 살인과 폭력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거죠. 실루엣으로 그려지고 만화적 과장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밧줄로 다른 남자를 교살하는 살인범의 이미지가 덜 약해지는 건 아닙니다.

구피가 연기하는 조니 아이볼이라는 사립탐정에게 베일을 쓴 정체불명의 여자가 나타나서 알이라는 남자를 찾아달라고 의뢰하면서 시작됩니다. 백 달러를 받고 수사에 나선 구피의 앞을 가로막는 건 피트가 연기하는 강력계 형사와 수상쩍은 족제비 악당. 그 뒤로는 족제비가 온갖 악당스러운 짓을 저지르고, 조니 아이볼이 계속 함정에 빠지거나 곤경에 처하고, 그 때마다 형사가 나타나 이 일은 그냥 경찰에게 맡기라고 충고하는 패턴의 반복입니다. 당연히 사립탐정물의 클리셰를 패러디하는 것이 제1목적이니 이야기의 발전은 없죠. 아니, 이야기 자체가 없습니다. 나중에 보면 알지만 (스포일러가 뒤에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장면들의 묘사는 결말에서 밝혀지는 진상과 제대로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영화의 후반은 카 체이스가 장식합니다. 조니 아이볼이 족제비를 쫓고, 형사가 아이볼을 쫓고, 베일 쓴 여자가 아이볼을 쫓는데 이들은 모두 '알의 택시'를 타고 있습니다. 아이볼은 첫번째 택시에서 쫓겨나 형사가 탄 택시에 합승하고 여기서 세 대의 택시의 추격전이 벌어지는데... 보면 논리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거기에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이 추격전엔 동시에 워너 브라더스 만화의 추격전에서 볼 수 있는 미친 부조리함을 느끼긴 어렵군요. 디즈니식으로 자제를 했다고 할까요.

추격전이 끝나면 반전이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알은 족제비가 아니라 피트 형사였고 베일을 쓴 여자와 형사는 결혼할 사이였던 거죠. 족제비가 주례를 서는 결혼식으로 영화는 끝나는데,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봤던 앞의 이야기는 뭔가요. 그냥 장르 패러디이니 일관성있는 내용 같은 건 신경쓰지 말하야 하는 걸까요? 음, 아마 그렇겠죠. (15/04/25)

★★★

기타등등
같은 해에 워너에서는 대피 덕 주연으로 [The Super Snooper]라는 비슷한 성격의 패러디물을 냈어요. 그 작품에 대해서는 나중에.


감독: Jack Kinney, 배우: Pinto Colvig, Billy Bletcher, June Foray

IMDb http://www.imdb.com/title/tt004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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