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아 2 Ha phraeng (2009)

2015.04.18 23:15

DJUNA 조회 수:3371


전작 [포비아]와 마찬가지로 [포비아 2]도 호러 앤솔로지입니다. 단지 들어간 단편 수가 하나 늘었죠. 다섯 편입니다.

[수련승]은 심각한 사고를 치고 도망치듯 숲 속 절로 도피한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수련승이 된 소년은 배고픈 영혼들에게 음식을 주어 달래는 니붕 나무에 바친 음식을 훔쳐 먹다가 저주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저주는 그가 밖에서 친 '심각한 사고'에 대한 처벌로 연결되지요.

가장 전통적인 태국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 앤솔로지에서 가장 약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여기 저기 툭툭 떨어지는 호러 쇼크는 게으르고 소년에게 가해지는 처벌은 권선징악으로 보기엔 좀 곤란합니다. 소년이 아무리 재수 없는 악당이라고 초자연적인 판관이 내리는 처벌이라면 조금 다른 태도를 취해야 맞죠.

[병동]은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다쳐 입원한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독실을 신청했지만 병원은 만원이라며 죽어가는 노인이 있는 병실로 남자를 보내죠. 그리고 그는 뇌사상태라는 옆 침대 환자가 그를 공격하는 환영을 반복해서 보게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공식적인 작품입니다. 호러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특정 장치를 아무런 개조없이 그대로 쓰고 있죠(몇 년 전 할리우드에서도 같은 공식을 사용한 영화가 한 편 나왔습니다.) 반전이 나와도 그렇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호러 효과는 적절하게 쓰이고 있고 페이스도 괜찮습니다.

[배낭여행객]은 방콕으로 가려고 지나가던 트럭에 히치하이킹을 한 일본인 배낭여행객 커플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그 트럭 뒤에는 그들이 봐서는 안 되는 것이 들어있고 여행 중간에 대형 사고가 터집니다.

줄거리 소개가 가장 짧아야 하는 작품입니다. 영화 진행 도중 계속 국면 전환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심지어 중간엔 장르도 한 번 바뀝니다. 다소 정신없고 장르 연결점도 좀 억지이긴 한데, 그 때문에 박진감은 상당히 높은 편이고 페이스도 좋습니다. 이리저리 마구 튀어다니는 고무공을 구경하는 기분이랄까요.

[구원]은 사고로 망가진 차를 수리해 파는 중고 자동차 판매상이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은 혼자 어린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이기도 한데 그만 가게 차고에서 RC카를 갖고 놀고 있던 아이가 사라집니다. 차고 안을 뒤지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주인공은 CCTV 녹화를 돌려보는데 차 안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보입니다.

정통 동아시아 귀신 호러의 클리셰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그리고 CCTV나 RC카처럼 적절하게 활용되는 장치도 많습니다. 단지 이 영화는 1편보다 더 심각한 결말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처벌이 가해지는데, 정작 아무런 죄를 지지 않은 사람이 가장 큰 희생을 치르는 거죠. 전 이런 식의 처벌담은 만드는 사람의 윤리적 맹점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 작품인 [공포영화의 결말]은 이 앤솔로지에서 가장 메타스럽습니다. 감독 반종 파산다나쿤이 2007년에 찍은 [샴]의 속편이 촬영되고 있는 중인데. 1편의 주인공이었던 마샤 왓타나파니크가 실명으로, 같은 감독의 [포비아] 1편과 [피막]에 나온 푼수 4총사가 스태프로 그대로 나옵니다. 심지어 영화 중간에 주인공들이 [포비아] 1편에 자기네들이 나왔던 에피소드의 반전을 폭로하기도 하죠.

영화의 이야기는 촬영 중 병원으로 실려갔던 귀신 역 배우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배우가 세트장에 다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다 달아나고 우리의 주인공들과 마샤 왓타나파니크는 어떻게든 귀신과 함께 촬영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괜찮은 코미디이고 태국 호러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배꼽잡을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단지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후반부가 좀 긴 편이고 결말은 그냥 결말을 맺기 위한 목적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호오도 순으로 순서를 매긴다면 [공포영화의 결말], [배낭여행객], [병동], [구원], [수련승] 순입니다. 사실 뒤는 다 고만고만해요. 호러효과만을 고려하면 순서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만. (15/04/18)

★★☆

기타등등
이 영화도 1편과 마찬가지로 개봉했었는데 전 포기했었습니다. 한밤중에 1회 상영하는 영화였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전철 끊기기 전에 집에 돌아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감독: Paween Purikitpanya, Visute Poolvoralaks, Songyos Sugmakanan, Parkpoom Wongpoom, Banjong Pisanthanakun, 배우: Jirayu La-ongmanee, Dan Worrawech, Akiko Ozeki, Charlie Trairat, Nicole Theriault, Marsha Wattanapanich, 다른 제목: Phobia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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