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포비아 (2014)

2015.03.13 23:05

DJUNA 조회 수:11174


군대 내 자살을 비웃는 트윗이 뜨자, 성난 트위터 찌질이들이 현피를 뜨겠다며 트윗 주인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문이 열린 아파트 안에서는 시체가 랜선에 목을 메고 매달려 있고 아프리카 VJ까지 끌고 간 통에 그 광경은 인터넷에 생중계됩니다. 자살이라지만 트위터에서 그렇게 공개적으로 욕을 해댔으니 간접살인이나 다름 없죠. 이들 중 두 명은 경찰 지망생이라 고민이 많습니다. 이것 때문에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하지만 그들 중 한 명이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만약에 이것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면? 만약 우리가 진범을 잡아낸다면?

홍석재의 [소셜포비아]는 우리가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 두 개를 분석합니다. 하나는 인터넷 마녀사냥이죠. 어떻게 몇 줄의 글이 집단의 공분을 끌어내고 그 공분이 바보 같지만 끔찍한 폭력으로 이어지는가. 다른 하나는 음모론입니다. 보통 때 같으면 묻힐 수도 있는 사소한 음모가 어떻게 인터넷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성장하는가. 그리고 영화는 한국어로 SNS와 인터넷을 하는 관객들에게 어이없을 정도로 익숙한 피투성이 난장판을 보여줍니다. 보고 있으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해질 정도입니다.

영화는 이를 추리물의 형식으로 묶습니다. 인터넷과 SNS를 비판하기 위해 '추리물 장르를 빌린'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좋은 추리물이에요.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퍼즐 미스터리를 기대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구멍도 많고 끝까지 매듭 지어지지 않는 이야기선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추리장르의 형식과 재료들을 상당히 진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단지 '완벽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보다 그런 탐정이 되길 바라는 어중이떠중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고, 결말보다 그 과정에 집중하고 있을뿐이죠.

호감 가는 사람들은 안 나오는 영화입니다. 나오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스테레오타이프거나 클리셰고 모두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나마 어느 정도 깊이있는 묘사가 시도되는 건 희생자 레나 정도? 이 영화의 태도를 고려해보면 큰 단점이 아니죠. 이들은 깊은 이해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종종 완전히 해독되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얇고 불쾌해요. 그러나 이 사실이 배우들의 연기에 방해가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감정이입에 한계가 있는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터져나올 수 있는 불필요한 나르시시즘이 제거된 것일 수도 있지요. (15/03/13)

★★★☆

기타등등
점점 트위터 소재의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렇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감독: 홍석재, 배우: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하윤경, 유대형, 오희준, 박근록, 이강욱, 다른 제목: Socialphobia

IMDb http://www.imdb.com/title/tt420320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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