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랜드 Outland (1981)

2014.09.10 23:55

DJUNA 조회 수:3656


알라딘에서 피터 하이암즈의 [아웃랜드] DVD를 떨이로 팔아서 샀습니다. 옛날옛적에 비디오테이프로 봤던 영화인데 제대로 된 화면 비율과 좋은 화질로 한 번 더 보고 싶었죠. 하지만 플레이어에 넣자마자 실망할 수밖에 없었으니, 화질이 극악이었습니다. 아니, 아무리 화질이 좋다고 해도 4:3 스탠더드 화면에 맞추어진 레터박스로 2.35:1 영화를 HD 텔레비전으로 보면 끔찍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건 제 텔레비전에 대한 모욕입니다.

목성의 위성 이오에 있는 채굴기지가 무대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오에 대한 과학적 정보가 따닥따닥 나와요. 81년작이니 보이저에서 온 정보를 각본에 활용하기엔 좀 아슬아슬해보이는데, 그래도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같은 말이 나오면 사람이 기대를 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기대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박살이 납니다. 광산노동자들 중 한 명이 정신착란을 일으키며 우주복을 벗는데, 그 순간 얼굴이 만화처럼 터져나가는 거죠. 이런 장면이 영화 내내 여러 차례 반복됩니다. 해설만 멋지게 했을 뿐, 중력은 지구랑 똑같고, 진공 상태와 저중력/무중력을 연결시켜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부분도 많으며, 목성에서 쏟아지는 방사능에 대한 언급은 아무도 하지 않는군요. 조금만 지나면 무대가 이오인 건 지구에서 1년 쯤 떨어진 천체에서 벌어지는 서부극을 쓰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지요.

사실 [아웃랜드]는 SF로 리메이크된 [하이 눈]입니다. 적어도 후반부는요. 숀 코너리가 연기한 오닐은 이오 채굴기지에 막 도착한 보안관이에요. 그는 그가 도착한 뒤로 일어난 수상쩍은 사고들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마약 때문이며 여기에 회사 고위층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라자러스라는 의사 정도이고 나머지는 구경만 하고 있지요. 그리고 곧 도착하는 셔틀에는 오닐을 제거하려고 파견된 킬러들이 타고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우주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는 편입니다. 액션 대부분은 보고 있으면 폐소공포증에라도 걸릴 거 같은 구질구질한 세트 안에서 벌어지죠. 단지 우주복을 입은 사람들이 기지 밖에서 벌이는 후반 액션은 상대적으로 나은 스펙터클을 보여줍니다. 그게 만화처럼 얼굴이 폭발해 죽는 장면의 연속이라고 해도요. 뭐라도 신기한 게 일어나는 게 심심한 것보다 낫죠. 인트로비전이란 프론트 프로젝션 테크닉이 화면 합성을 위해 사용된 최초의 영화인데, 유감스럽게도 이 화질로는 효과가 어떤지 말을 못하겠습니다. 블루레이로 보면 좀 낫겠죠.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건 제리 골드스미스의 음악입니다. 그 때문에 종종 영화가 [에일리언]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하긴 이 영화 자체가 [에일리언]의 성공에 자극받아 만들어졌다죠. [에일리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숀 코너리가 굳이 이오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냥 지구 무대 영화의 서부극이 나왔을 거라고. (14/09/10)

★★☆

기타등등
원래 제목으로 [이오]를 쓸 생각이었대요. 하지만 사람들이 [Io]를 숫자 10으로 착각할 거 같아서 바꾸었다고 합니다.


감독: Peter Hyams, 배우: Sean Connery, Peter Boyle, Frances Sternhagen, James Sikking, Kika Markham, Clarke Peters, Steven Berkoff, John Ratzenberger,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008286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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