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여인 Col cuore in gola (1967)

2014.07.21 22:55

DJUNA 조회 수:5062


런던에 사는 프랑스인 배우 베르나르는 클럽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살해된 시체를 발견합니다. 시체 옆에 있는 사람은 자긴 아무 죄도 없다고 주장하는 17살 소녀 제인 버로우즈. 엉겁결에 제인과 엮인 베르나르는 순식간에 살인누명을 쓰게 되고 경찰과 살해당한 사람의 부하들에게 쫓기게 됩니다.

[치명적인 여인]은 틴토 브라스의 지알로입니다. 이 양반이 이 장르에 도전했는지는 몰랐어요. 하지만 1960년대 이탈리아 장르 감독이라면 대부분 가리지 않고 뭐든지 했었죠. 브라스의 지알로라고 해서 특별히 이상한 일탈은 아니고, 당시엔 그도 엉덩이 변태 에로 영화 전문가는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대부분 지알로 영화들이 그렇듯, [치명적인 여인]도 피상적으로만 추리물과 닮았을 뿐입니다. 논리고 뭐고 없어요. 브라스가 영화로 만들어서 그렇게 된 건지, 원작소설도 처음부터 그 꼴이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흐릿하게 추리소설의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지만 추리소설보다는 추리소설을 읽다 환각상태에 빠진 마약중독자의 꿈에 비슷합니다. 악몽까지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설정만 보면 최악의 상황이지만 그래도 베르나르는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즐기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영화적 스타일의 과시에 더 공을 들입니다. 화면 분할, 만화적 효과의 도입, 흑백 필름의 삽입, 끊임없는 시각적 인용... 거의 아방가르드 영화처럼 보이고 정말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혼란한 시각적 홍수가 영화의 정신나간 스토리와 썩 어울려 보이기도 하고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런던이 무대입니다. 물론 관객들은 이 사실을 알아차리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탈리아어로 말하고 있으니까요. 반핵시위의 연사가 영어로 말하는 장면이 조금 있고, 베르나르가 자신이 프랑스인임을 보여주기 위해 종종 불어를 쓰는 장면이 있을 뿐. 하지만 영화는 60년대 영국이라는 시공간을 보여주기 위해 꽤 공을 들이는 편입니다. 단순히 지리와 문화 묘사에만 그치지 않고 반전과 반핵 운동과 같은 정치적인 면까지 커버하고 있죠. 그리고 그 시공간과 미로처럼 배배 꼬인 해결불가능한 범죄라는 소재 때문에 직전에 나온 안토니오니의 [블로우 업]과 비슷해보이기도 해요. 당시 이탈리아 장르 영화의 제작 속도를 고려해보면 정말 아류작이었을 수도 있고.

브라스의 대표작은 당연히 아니고 지알로 영화의 대표작으로 보기에도 부족함이 많지만, [치명적인 여인]은 한 번쯤 볼만한 괴작입니다. 하지만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든 버전은 화질이 엄청나게 나쁘더군요. 비내리는 낡은 필름이라면 운치라도 있지, 이건 거의 인터넷에서 VHS 영상을 뜬 파일을 다운받아 트는 수준. (14/07/21)

★★★

기타등등
진지한 추리물이었다면 결말은 당연히 충격적이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거의 웃기더군요. 비웃음이 아니라 코미디 볼 때 나오는 그냥 웃음요. 하긴 그 때는 어떤 결말이 나도 그랬을 거예요.


감독: Tinto Brass, 출연: Jean-Louis Trintignant, Ewa Aulin, Roberto Bisacco, Charles Kohler, Luigi Bellini, Monique Scoazec, 다른 제목: Deadly Sweet

IMDb http://www.imdb.com/title/tt006149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7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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