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 JOE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2014.07.13 21:35

Q 조회 수:4224

Joe.


미국, 2013.   ★★


A Worldview Entertainment/Dreambridge Films/Muskat Filmed Properties/Rough House Co-Production, Distributed by Roadside Attractions. 화면비 2.35:1, 1시간 56


Directed by: David Gordon Green

Screenplay: Gary Hawkins

Based on a novel by: Larry Brown

Cinematography: Tim Orr

Editor: Colin Patton

Music: Jeff McIlwain, David Wingo


CAST: Nicolas Cage (조 랜섬), Tyle Sheridan (개리), Gary Poulter (웨이드), Ronnie Gene Blevins (윌리), Brenda Isaacs Booth (개리의 엄마), Anna Niemtschk (개리의 여동생 도로시), Adrien Mischler (코니), Heather Kafka (레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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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방이 모처럼 출중한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해서 의외로 각광을 받았던 한편인데, 캐서방이 훌륭한 연기자라는 것은 이제는 더이상 따로 증명이 필요없는 사안이다. 문제는 그의 능력이 아니고 그가 최근에 출연한 영화들의 퀄리티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케이지 이외에 또 어떤 다른 헐리웃 남성 스타가 [고스트라이더] 같은 열화된 키치로 치부해버리기는 아까울 정도로 괴상한 수퍼히어로 액션영화에 나와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열연을 보여주고, 또 갑자기 [악질 경찰] 같은 난해한 (?) 스릴러에 등장해서 눈뜨고 보기 힘든 수준으로 고통스럽게 내면적으로 찌그러지는 심리적 연기를 구사할 수 있겠나? 아무리 캐서방이 오버한다고 평론가들이나 안티들이 비웃어도, 케이지선생 정도의 스타가 됐으면 (돈은 사기당하고 어쩌고 해서 다 날려버렸는지 모르겠지만 ^ ^ 그러니까 영화에 부지런히 출연하는 거는 진짜 돈벌려고 그러는걸 수도 있다) 이렇게 열심히, 진지하게 (허접스러운 역할을 포함한) 모든 배역의 연기에 파고들 필요성은 아마 없을 것이니, 이분이 이렇게 인생을 사는 것은 그냥 그게 본인의 생긴 모습이거나, 아니면 독특한 나름대로의 연기론에 기초를 든든하게 박고 연륜을 거쳐 쌓아올린 직업의식이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이지 싶다. 어느쪽이든지 간에 나는 호감이 간다.


[] 를 보는 재미 중의 하나는, 미쳐 날뛰기 일보 직전인 파괴적 에너지를 온몸에 빳데리처럼 충전하고 살지만, 우연히 만나게 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키는 소년을 돕고 싶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그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려고 노력하는 주인공 조와, 정신없이 폭발하는 연기력의 에너지를 어떻게 해서든 절제하고 다듬어서 정밀한 캐릭터의 조형을 위해 써먹으려고 노력하는 캐서방의 연기자로서의 목적의식이 영화안에서 그대로 겹쳐져서 구현되고 있다는 점이겠다.


[] 의 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은 노스 캐롤라이나 시골 구석에서 자라나는 흑인 소년의 성장담을 그려낸 [조지 워싱턴] (2000년도 작품- 워싱턴 대통령의 전기영화가 아니다) 으로 장편 데뷔한 뒤 (데뷔작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고 크라이테리언 DVD 로 출시된 바 있다) 남부의 노동계급. 경제적인 소외 계층의 위태롭고 힘든 가족 관계에 관한 영화들을 계속 찍었는데, [저류 Undertow] (2004) 를 찍은 다음에 갑자기 저드 아파토우가 각본을 쓴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2008) 를 위시한“헬렐레뽕 코메디”장르에 감독으로 기용이 되어서 이제는 그 분야의 감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난 코메디를 워낙 안보는지라 [저류] 이후의 이사람의 영화를 제대로 본 일이 없는데, [] 에서의 그린 감독의 접근 방식은, 멜로적인 감성의 굴곡을 대패질하듯이 다듬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철저하게 캐릭터들의, 그것도 억눌림을 당한 폐쇄적인 감정 상태의 표면하의 움직임에 맞추어 영화를 전개한다. 그 때문에 일부 한국 관객분들께는 참을 수 없이 정적이고“답답한”영화로 비추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막판과 도중에 주로 총기를 사용한 폭력장면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 역시 장르적인 통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주인공 조도 그렇지만 등장 인물들 대부분이 구조적인 모순으로 가득차고 빈곤에 시달리는 자신들의 삶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둔중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양식의 배경에는, 파행적인 폭력이 가져오는 파멸적인 결과에 대한 반성 (조의 경우처럼) 도 있고, 반대로 그런 파행에 스스로 동참하면서 무작위한 파괴성을 사방에 분출하는 (개리의 아버지 웨이드처럼) 삶의 양식도 있다.


보건대 [] 에서 가장 흥미있고도 움찔스럽게 무서운 캐릭터는 만년 알콜 중독자 웨이드이다. 이 인물은 빠리 바게트에서 샌드위치하고 꽈배기 도너츠 사먹으면 간당간당할 정도의 돈을 벌려고 (그래서 그걸로 술 사 마시기 위해) 열 두살짜리 자기 딸에게 매춘을 강요할 정도로 (다행스럽게도 이 계획은 현실화되지는 않는다- 이부분을 읽고“이 영화 안봐”라고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서 노파심에 한마디 ^ ^) 썩어버린 인간이지만, [] 에서 보여주는 너무나 인간적으로 나약해보이기 까지 한 모습은 차마 그에게 돌을 던지기 힘들게 한다. 무엇이 이 사지가 멀쩡하고 한때는 자식들을 위하고 생각할 줄 알았던 한 인간을, 술 한방울을 위해 자기 자식들의 인생을 짓밟는 악행을 태연히 저지를 수 있는 알코올의 노예로 만들었을까. 그의 퀭한 눈동자와 눈매로부터는 그 마음속을 가림할 수 없다. 웨이드를 연기하는 게리 포울터라는 아저씨가 실제로 길거리에서 댄스등 즉석공연을 하면서 먹고 살던 홈레스였다가, 이른바 스트리트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그린 감독이 그의 연기를 빚어내는 솜씨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조의 직업-- 벌목회사에 돈을 벌어주기 위해 멀쩡한 나무에 농약을 퍼부어서 죽이는, 환경운동가들이 보자면 펄쩍 뛸 만한 악랄한 작업-- 을 위시한 조의 인생과 개리 소년과의 관계의 묘사에 너무 상징성이 과다하고, 또 “뻔한 스토리” 아니냐라는 식의 비판을 가할지도 모르겠는데, 글쎄, 우리의 실제 삶도 그정도의 상징성은 있고, 우리가 아는 모든 얘기는 사실 거의 다 뻔한 스토리다. 그게 싫으신 분들은 수퍼히어로 꽝폭발영화나 막장드라마만 열심히 골라 보시면 될것이고. 요즈음 영화에 대한 의견들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이나 생김새의 영화에 대해서는 무조건 짜증을 내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짜증 내지도 말고 괜히 남들한테 쓸려가서 보고 싶지 않은 영화도 보지 마십시오. 짜증 내고 살면 빨리 늙어요. ^ ^ 스포츠를 하시던가... 아님 책을 읽으시던지.


나보고 [] 의 책을 잡으라 한다면 나는 오히려 절제가 지나쳐서 막상 조가 중대한 선택을 하는 부분에 이르러서 감동이 약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신파로 빠졌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좀 더 캐서방의 뛰어난 연기적 표현력에 중심을 둔 진득한 묘사가 보고 싶었다는 거다. 그리고 윌리라는 조의 숙적 (이라기보다는 찌질이 대왕... 정말 이런 색기가 같은 동네에 살면서 자꾸 집적거리면 나라도 살인미수 걸려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정도로 지독한넘) 이 조와 웨이드의 관계에 있어서 일종의 촉매적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친구의 캐릭터도 다른 보조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리얼하긴 하지만 (한국영화에 나오는 찌질이 색기들도 실제로 그런 놈들이 한국사회에 존재하긴 하니) 뭔가 다른 촉매적 존재를 상정할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살짝 든다 (윌리의 막판의“고놈 잘 당했다”순간도 뭔가 아쉽다. 웃기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 는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가슴이 아리게끔 만드는 감동은 없었지만, 데이빗 고든 그린의 남부의 빈곤층을 묘사한 일련의 작품군의 하나로서, 그리고 캐서방과 다른 연기자들의 훌륭한 연기를 음미할 수 있는 한편의 드라마로서 충분히 관람의 가치가 있다. 나한테는 제니퍼 로렌스를 스타로 만들어준 [윈터스 본] (2010) 보다 좋았고, 제프 니콜스의 [머드] (2012) 와는 비슷한 제재인데 감독의 감성이 다르면 이렇게도 다른 영화가 나오는구나 할 정도로 다르지만 같은 강도로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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