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브루스 셜리 Bruce Shelley

감독
앨런 크로슬랜드 Alan Crosland

주연
린다 카터....원더우먼/다이애나 프린스
Lynda Carter....Wonder Woman/Diana Prince
라일 와고너....스티브 트레버 주니어
Lyle Waggoner....Steve Trevor Jr.
손드라 샤프....이브
Saundra Sharp....Eve
톰 크라토치빌....I.R.A.C.의 목소리
Tom Kratochvil....Voice of I.R.A.C.
크리스토퍼 스톤....라이언
Christopher Stone....Ryan
조셉 R. 시카리....리치
Joseph R. Sicari....Leech
버바 스미스....로작
Bubba Smith....Rojak
게리 크로스비....그리스
Gary Crosby....Grease
티토스 반디스....서튼
Titos Vandis....Sutton
그렉 모리스....커리브
Greg Morris....Caribe
주디앤 엘더....마지
Judyann Elder....Marge

시놉시스
릴 택스턴이라는 금고털이가 요트 안에서 토니 라이언이라는 도둑 앞에서 면접을 보는 중입니다. 토니는 안톤 커리브라는 인물의 부하인데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계획을 위해 사람들을 모집하는 중이죠. 요트가 커리브의 은신처로 가는 동안 릴은 옷을 갈아입겠다면서 선실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물 속으로 뛰어들어요.

원더우먼은 다시 다이애나로 변신해 근처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티브와 만납니다. 여기서 우린 커리브가 전설적인 대도둑으로 지난 세 건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걸 놔두다간 나라의 경제가 흔들릴 판이죠. 그 때문에 다이애나가 금고털이로 변장해 여기에 투입된 것이고요.

아직 릴 택스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커리브는 전직 경찰인 부하 리치를 동원해 릴의 과거를 조사하게 합니다. 리치는 경찰 자료를 뽑기 위해 그가 이전에 일했던 경찰서로 가죠. 하지만 이미 경찰로 변장한 스티브가 가짜 서류를 그 안에 넣어둔 뒤였어요.

다이애나는 눈가리개를 하고 커리브의 은신처로 들아갑니다. 여전히 커리브는 릴 택스턴에 대한 확신이 없죠. 그 때 텍트론 경보 시스템 회사에서 경보 장치를 다 업그레이드했다는 정보가 날아옵니다. 다이애나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새 설계도를 받아오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날 밤,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회사로 들어갑니다. 경비원에게 올가미를 씌워 복종하게 한 그녀는 가볍게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갑니다. 커리브의 명령을 받은 리치가 그녀의 뒤를 추적하지만 원더우먼은 그를 벽장 안에 가두고 다시 다이애나로 변신해 그를 다시 구출하죠.

스티브는 다른 IADC 요원인 이브와 함께 다이애나가 구해온 자료를 IRAC에 입력합니다. IRAC는 이런 경보장치를 사용하는 은행은 아직 없다고 답변합니다.

설계도를 들고 돌아온 다이애나에게 커리브는 자신의 계획을 알려줍니다. 그가 털려는 건 은행이나 국가 기관이 아니라 경쟁자 도둑인 서튼의 금고였어요. 그는 76년에 베이루트 은행에서 5천만 달러를 훔친 적 있는데, 그걸 다시 훔치려는 것입니다. 그는 폴 로잭과 그리스라는 또 다른 동료를 다이애나에게 소개시켜 줍니다.

그 때 리치가 릴 택스턴의 감방 동료라는 여자를 데리고 들어옵니다. 잠시 모두 긴장. 하지만 그 마지 더글러스라는 여자는 다이애나의 얼굴을 알아봅니다. 사실 그 마지는 진짜 마지가 아니라 마지로 변장한 이브였지요.

커리브의 계획은 트로이의 목마와 비슷합니다. 얼마 전에 대영박물관에서 훔친 네테르티티 왕비의 관에 다이애나를 넣은 뒤, 토니가 밀고자인 척 하며 서튼에게 관을 넘깁니다. 그럼 다이애나가 빠져나와 경보 장치를 해제하고 동료들을 들여보내는 것이죠.

하지만 일은 제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서튼은 관을 그냥 사무실에 남겨두는 대신 금고 안에 넣고 개 두 마리를 시켜 지키게 했거든요.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금고 문을 열고 개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명령한 뒤 경보 장치를 해제하고 동료들을 들여보냅니다. 서튼의 돈을 모두 관에 담은 동료들은 무사히 빠져나가지만 금고 털이에 사용한 레이저총을 가지러 돌아갔던 다이애나는 다시 작동한 경보 장치에 걸려 금고실에 갇히고 말죠. 커리브의 부하들은 달아나고 다시 원더우먼으로 변신한 다이애나는 개들이 경보 장치를 작동한 것으로 서튼을 속이고 금고실에 숨습니다.

커리브의 부하들은 모두 은신처로 돌아옵니다. 토니는 다이애나를 데려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지요. 하지만 그것도 잠깐. 원래의 신분으로 돌아온 다이애나는 스티브와 경찰들을 이끌고 커리브의 은신처를 습격합니다.

'Light-Fingered Lady'
'Light-Fingered Lady'는 원더우먼 2시즌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에피소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70년대식으로 쿨하고 모던한 스릴러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문제는 그게 이 시리즈의 성격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한 번 이야기를 보죠. 대도둑 1번이 대도둑 2번의 보물을 훔친다는 설정은 이런 식의 [스팅]식 도둑 이야기가 인기였던 70년대엔 딱 맞았습니다. 신분을 위장한 정부요원이 이들 사이에서 도둑인 척 하며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다는 설정도 괜찮았고요. 따지고 보면 이건 원더우먼 캐릭터에게 탈출구를 제공해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원더우먼은 멀쩡히 자기 일을 하는 성실한 회사를 텁니다. 올가미로 경비원을 조작하고 황금 팔찌로 보안 시스템을 깨트리지요.

그러나 역시 이 이야기는 원더우먼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원더우먼은 기본적으로 외향적인 캐릭터입니다. 파란색과 빨간색과 황금색으로 요란하게 차려입은 액션 치어리더지요. 이런 캐릭터가 구석에서 눈에 뜨이지 않게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어색해요.

원더우먼도 이 이야기에 맞지 않습니다. 다이애나는 이 에피소드에서 원더우먼으로 자주 변신하는데, 모두 그 이유가 하찮습니다.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신분을 위장하고 일을 쉽게 하기 위해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하는 것이죠. 한마디로 이건 반칙입니다. 서스펜스의 싹을 처음부터 꺾어버리는 거죠. 심지어 원더우먼은 클라이막스 장면에 등장도 하지 않아요.

'Light-Fingered Lady'의 설정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미션 임파서블]용이지 [원더우먼]용은 아니에요. 그 쪽에서라면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을 겁니다.

속고 속이기
설정이 나쁘지 않다고 했지만 안톤 커리브의 계획은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닙니다. 어떻게 대도둑이 되었는지 몰라요.

일단 서튼이 네페르티티 왕비의 관을 그냥 사무실에 방치할 거라고 믿은 것부터 실수입니다. 오히려 금고나 보안장치가 된 방 안에 두는 게 더 상식적인 행동이잖아요. 5천만 달러나 되는 현금을 네페르티티 여왕의 관 안에 챙겨가지고 나오는 행동 역시 그렇게 상식적이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요. 이럴 때는 그렇게 비싼 진짜 관을 써서는 안 되는 겁니다.

커리브를 다루는 IADC의 행동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들의 첫 번째 임무는 커리브를 체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우선 순위가 바뀔 수밖에 없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커리브의 개입없이 서튼이 훔친 돈을 회수하고 커리브의 은신처를 찾아내 그를 체포하는 게 순서입니다. 그를 꼭 서튼의 돈을 훔친 도둑으로 몰고 갈 필요는 없어요. 이미 그의 집에는 네페르티티 왕비의 관이 있으니까요. 뭔가 다른 것들도 분명 있었을 걸요.

이브
이 에피소드부터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흑인 여성 IADC 요원인 이브지요. 이 캐릭터가 등장한 이유는 스티브의 역할이 줄어들어 그 빈 갭을 채우기 위해서라는군요. 당시엔 블랙플로이테이션 영화가 유행이었으니 이런 식의 흑인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도 쿨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원더우먼]에서 이브의 첫 임무는 릴 택스턴의 감방동료로 변장해 다이애나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브는 [미션 임파시블]식 변장을 하는데, 이건 순전히 서스펜스를 만들기 위한 서비스일 겁니다. 이브에게 이런 식의 변장을 시켜 적진에 투입해야 할 필요는 별로 없거든요. 진짜를 이용하거나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의 이름을 이용해 진짜 얼굴을 들이밀어도 되니까. 리치도 가짜 마지를 억지로 두목의 은신처로 데려갈 필요 없어요. 그냥 사진만 보여줘도 되거든요.

토니와 스티브
토니 라이언은 비교적 냉정한 이 에피소드에 약간의 로맨스 분위기를 불어넣습니다. 토니는 전형적인 70년대 텔레비전 식 바람둥이 남자입니다. 눈치는 없고 남성중심적이지만 여자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죠. 그가 다이애나에게 푹 빠져있는 게 너무나도 분명해서 시청자들은 토니가 좀 안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의도이기도 했고요.

스티브와 다이애나의 관계는 가깝고도 멉니다. 이제 그는 다이애나와 화면을 공유하는 장면도 별로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다이애나는 첫번째 접선 때 그의 볼에 키스를 하는데, 그 의미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그렇게까지 가까운 사이가 아니지 않나요?

언급할 필요가 있는 배우
커리브를 연기한 그렉 모리스는 오리지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전자 전문가 바니 콜리어 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윌리 아미티지를 연기한 피터 루퍼스를 뺀다면 시리즈 전체를 완주한 유일한 배우죠. 그의 아들 필 모리스도 배우이고 80년대에 잠시 방영된 [미션 임파서블] 리메이크 작의 주연이었습니다. 극 중에서도 바니 콜리어의 아들이었고요. 두 사람은 리메이크 작에서 부자역으로 한 번 공연한 적도 있습니다. (06/04/27)

DJUNA

기타등등

이 에피소드에 네페르티티 왕비의 관이라고 나온 건... 참 못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