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데이빗 케첨 David Ketchum
토니 디마코 Tony DiMarco

감독
찰스 론도 Charles Rondeau

주연
린다 카터....원더우먼/다이애나 프린스
Lynda Carter....Wonder Woman/Diana Prince
라일 와고너....스티브 트레버
Lyle Waggoner....Steve Trevor
리처드 이스트햄....블랑켄쉽 장군
Richard Eastham....Gen. Blankenship
비어트리스 콜린....에타 캔디
Beatrice Colen....Etta Candy
그레첸 코벳....에리카 벨가드
Gretchen Corbett....Erica Belgard
로버트 로기아....한스 아이클러
Robert Loggia....Hans Eichler
존 힐러먼....콘라트 스타이글러
John Hillerman....Conrad Steigler
톰 리스....칼
Tom Reese....Carl
허브 볼란드....오스먼드 박사
Herb Voland....Dr. Osmond
미키 모튼....가르강추아
Mickey Morton....Gargantua

시놉시스
1942년 5월 나찌령 아프리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원더우먼이 정글에 등장합니다. 잠시 뒤 커다란 고릴라 한 마리가 등장해 원더우먼을 공격해요. 고릴라가 원더우먼을 집어들자 원더우먼은 호각을 불고 마스크를 벗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원더우먼으로 알고 있었던 사람은 원더우먼으로 변장한 에리카 벨가드였죠. 고릴라는 에리카의 명령에 따라 특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훈련된 가르강추아였고요.

1942년 9월. 가르강추아는 서커스를 따라 워싱턴 D.C.로 옵니다. 에리카와 스파이 칼은 서커스 직원으로 변장해 따라왔고요, 그들의 임무 두 가지입니다. 하나, 미국에 투항한 독일군 스파이를 납치해 귀국시키는 것. 둘, 그러는 동안 원더우먼이 방해하면 제거하는 것.

그 독일군 스파이 이름은 스타이글러입니다. 스티브 트레버는 워싱턴 D.C.의 취조 본부에서 그를 심문하고 있지요. 그는 지금까지 미국에 투항한 스파이들 중 가장 거물이지만 이중 스파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버려진 정유공장에 아지트를 마련한 에리카와 한스, 칼은 가르강추아를 트럭에 태우고 스타이글러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 잠입합니다. 에리카의 명령을 받은 가르강추아는 헌병들을 제압하고 4층으로 올라가 스타이글러를 납치해옵니다. 가르강추아를 직접 본 하사는 거대한 고릴라가 공격했다고 보고하지만 트레버는 믿지 않습니다.

임무에 성공한 나찌 스파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에리카는 원더우먼에 계속 미련을 가지고 있었죠. 한스와 칼은 지나친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에리카는 가르강추아의 능력과 자신의 연구결과를 입증하고 싶습니다.

다음 날, 가르강추아가 서커스에서 탈출했다는 기사가 실립니다. 다이애나는 공공연하게 가르강추아에 대한 동정심을 표출합니다. 어제 스타이글러를 납치한 게 가르강추아라고 믿게 된 트레버는 저명한 동물행동학자인 오스먼드 박사를 불러옵니다. 오스먼드 박사는 현장에서 발견된 털을 조사하고 납치범이 아마도 나찌에 의해 훈련된 고릴라일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 털에는 정제되지 않은 원유가 묻어 있어서 가르강추아가 정유소 어딘가에 있었다는 단서가 되어줍니다.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에리카 일당이 기다리고 있는 정유소로 달려갑니다. 스타이글러에게 권총을 들이댄 그들은 가르강추아와 원더우먼이 싸울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합니다. 원더우먼은 싸우지 않으려 하지만 가르강추아는 원더우먼을 공격하다 트레버와 함께 들어온 하사의 총에 팔을 맞습니다. 에리카 일당은 스타이글러를 데리고 달아나고요.

원더우먼과 트레버 소령은 가르강추아를 오스먼드 박사의 연구실로 데려옵니다. 원더우먼은 파라다이스 섬의 주민들은 모든 동물들과 평화롭게 공존한다며 동물보호론을 폅니다. 오스먼드 박사는 나찌의 세뇌를 풀 수 있게 가르강추아를 재교육시키겠다고 말합니다.

스파이들을 태울 잠수함이 떠날 시각이 다가옵니다. 한스와 칼은 조바심을 내지만 에리카는 가르강추아를 그대로 두고 갈 수 없습니다. 에리카 일당은 오스먼드 박사의 연구실로 쳐들어가 가르강추아를 납치해 옵니다. 에리카는 전기요법을 이용해 반쯤 세뇌가 풀린 가르강추아를 다시 세뇌시킵니다.

스파이들이 머무는 창고가 발견됩니다. 다이애나는 다시 원더우먼으로 변신해 스파이들을 덮칩니다. 원더우먼이 올가미로 에리카를 잡자 가르강추아가 등장해 원더우먼을 공격합니다. 하지만 원더우먼은 결국 가르강추아를 설득하는 데 성공합니다. 스타이글러는 구출되고 달아나던 한스와 칼도 체포됩니다.

며칠 뒤 원더우먼은 가르강추아를 서커스단에서 탈출시켜 아프리카의 초원에 풀어줍니다. 전쟁부로 돌아온 다이애나는 트레버와 에타에게 친구를 배웅하고 왔다고 말합니다.

가르강추아
아마 'Wonder Woman vs. Gargantua!'를 처음 본 시청자들은 이 에피소드의 뻔뻔스러운 [뽀뽀뽀]스러움에 기가 막힐 것입니다. 어린이 프로그램도 아니면서 고릴라 옷을 입은 남자가 심각하게 진짜 고릴라 흉내를 내니 말이죠. 하지만 [원더우먼]이 만들어진 건 70년대 말. 당시엔 이런 게 그렇게까지 안이한 짓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당시 시청자들도 고릴라 옷을 보고 웃긴 했겠죠. 이 에피소드에서 1시즌의 싼 티가 바닥을 쳤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고요.

가르강추아의 설정은 '음탕'하기도 합니다. 네, 전 또 이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1시즌 끝나기 전에 몇 번 더 써야 할 걸요. 가르강추아와 원더우먼의 대결은 느낌표를 붙일만큼 극적인 몸싸움이 아닙니다. 원더우먼은 싸우지 않고, 가르강추아는 그런 무방비의 원더우먼을 주로 앞이나 뒤에서 얼싸안죠. 많은 남자 시청자들은 가르강추아를 사악한 악당이나 고통받는 동물보다는 그냥 '운좋은 놈'으로 봤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긴 이 고릴라는 다른 '운좋은 놈들'에 비하면 유달리 운이 좋죠. 두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위협했는데도 불구하고 원더우먼은 끝까지 가르강추아에게 친절하게 대하니까요.

그래도 전 가르강추아를 연기한 미키 모튼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형편없는 분장과 그만큼 어처구니 없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고릴라 탈을 뒤집어 쓴 모튼의 눈빛 연기는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습니다.

환경론자 원더우먼
대부분 1시즌 에피소드들이 그렇듯, 'Wonder Woman vs. Gargantua!'는 수상쩍은 묘사와 건전한 메시지가 반반씩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건전한 메시지는 자연보호와 동물의 권리지요. 원더우먼에겐 죄없는 고릴라를 살인무기로 세뇌시킨 게 전향한 나찌 스파이를 빼돌리는 실질적인 위협보다 더 중요합니다. 에피소드 내내 원더우먼은 자기를 죽이려는 가르강추아를 옹호하고 돕습니다. 가르강추아를 세뇌하고 고문한 에리카에겐 굉장히 강한 증오심을 표출하기도 하죠.

이 건전한 메시지는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조금 사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원더우먼은, 파라다이스섬의 주민들은 모든 동물들과 평화롭게 공존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공존'이 뭡니까? 그 동네 사람들은 채식주의자가 아닙니다. 반대로 사냥은 아주 일상적인 스포츠지요. 드루실라도 자기가 석궁으로 쏘아죽인 숫사슴에 대해 자랑하지 않았던가요? 물론 그들이 채식주의자이고 사냥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연은 결코 평화롭지 않습니다. 먹고 먹히는 일은 언제나 일어나죠.

원더우먼이 지나치게 가르강추아에게 신경을 쓰는 통에 이야기가 무척 맥이 풀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원더우먼은 도대체 싸우질 않습니다. 심지어 마땅히 신경을 써야 하는 나찌 스파이들에게도 무관심해요. 원더우먼이 처음 가르강추아를 만나는 장면을 보세요. 아무리 고릴라가 불쌍해도 일단 인질부터 구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요? 하지만 원더우먼은 스타이글러에게 눈길 한 번 주고 곧장 고릴라에게 달려갑니다.

전체적으로 이 에피소드는 동물 학대 방지 메시지에 감상적으로 매달리느라 액션과 오락의 의무를 충분히 다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고릴라 옷을 입은 덩치 큰 남자가 원더우먼을 휘어감고 있는 광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시청자들은 별 불만이 없겠지만요.

고릴라
이 에피소드에서 가르강추아는 진짜 고릴라라기 보다는 서구인들이 가지고 있는 유인원에 대한 막연한 상의 종합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이 고릴라의 이야기는 유명한 다른 이야기들에서 조금씩 가져온 듯한 느낌이 강하죠.

가장 노골적인 건 [킹콩]의 인용입니다. [킹콩]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에피소드도 고릴라를 야만적인 남성의 위치에 놓은 [미녀와 야수] 이야기입니다. 야만적인 야수가 미녀의 친절함과 아름다움에 굴복한다는 설정도 같고요. 단지 가르강추아는 킹콩보다 운이 더 좋습니다. 원더우먼은 앤 대로우와는 달리 엉망이 된 상황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액션 영웅이었거든요.

에드거 앨런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스타이글러를 납치하기 위해 건물을 기어오르는 가르강추아의 모습은요. 여기서 가르강추아는 포우의 소설에 나오는 오랑우탄처럼 낯선 도시의 환경 속에서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르는 야만적인 동물입니다.

앞의 둘이 19세기적인 유인원 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유인원에 대한 세뇌나 교육은 당시에 인기였던 유인원들에 대한 동물행동학자들의 연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당시엔 이들이 정말 인기였죠. 아프리카에서는 리처드 리키가 보낸 인류학자들이 흥미로운 보고서들을 보내오고 있었고 미국에서는 프랜신 페터슨과 같은 학자들이 고릴라들이나 침팬지들에게 수화를 가르치고 있었으니까요.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스파이들
이번 에피소드는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에피소드가 만들어진 70년대 스파이물에 더 가깝습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건 아니지만(반 프로이트파 심리학자였던 원더우먼의 원작자 몰튼 자신도 이 에피소드가 다룬 많은 것들에 익숙했으니까요), 파블로프 조건 반사를 이용한 세뇌나 에피소드 초반에 에리카가 쓰고 나오는 [미션 임파서블]식 가면, 수상쩍은 상황 속에서 전향한 적군 스파이의 정체 밝히기는 모두 70년대 스파이물의 인기 재료들이죠.

원더우먼이 가르강추아에 매달리는 동안, 정면으로 진지하게 다루었다면 굉장히 흥미로웠을 소재가 거의 무시되고 있습니다. 스타이글러의 정체 말이죠. 아마도 그는 이중 스파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에피소드 끝까지 스타이글러의 진심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원더우먼의 황금 올가미로 묶고 진심을 떠봐도 좋았을텐데요.

언급할 필요가 있는 배우들
로버트 로지아는 1950년대말부터 맹렬히 활동해온 중견 성격파 연기자입니다. 장르 관객들은 [인디펜던스 데이]의 그레이 장군이나 [미녀 뱀파이어]의 마피아 두목, [빅]에서 톰 행크스를 채용한 장난감 회사 사장으로 나왔던 그를 기억할 겁니다. 데이빗 린치의 팬들은 [로스트 하이웨이]의 미스터 에디를 잊을 수 없을 거고요. 그는 1986년 [톱니바퀴 칼날]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스타이글러로 나온 존 힐러먼의 대표작은 [매그넘 P.I.]입니다. 그는 이 시리즈에서 연기한 조나단 히긴즈 역으로 에미 상에 네 차례, 골든 글로브에 다섯 차례 후보로 올랐고 각각 한 번씩 수상했습니다. 그것만으로 모자랐는지, [사이먼과 사이먼], [제시카의 추리극장], [퀀텀 리프]에 같은 캐릭터로 게스트 출연하기도 했지요.

그레첸 코벳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제임스 가너가 사립탐정으로 나오는 텔레비전 시리즈 [록포드 파일]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코벳은 주인공 록포드의 변호사겸 여자친구로 등장했습니다. 시리즈는 성공적이었지만 코벳은 4시즌 후 시리즈를 떠났죠. (하지만 코벳은 90년대에 나온 세 편의 [록포드 파일] TV 영화에는 출연했습니다.) 코벳과 힐러먼은 이 에피소드 이후에도 만난 적 있습니다. 코벳은 두 차례나 [매그넘 P.I.]에 게스트 출연을 한 적 있으니까요. (05/05/03)

DJUNA

기타등등

이 에피소드의 원더우먼은 2시즌엔 있었던 능력 하나가 없습니다. 동물과 말을 할 수 없지요. 하긴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이번 에피소드는 정말 싱겁게 끝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