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올 파커 론 산티아노 Ron Santiano

주연
미셸 오닐....다이애나 프린스/원더우먼
Michelle O'Nell....Diana Prince/Wonder Woman
로버트 맥케인....뉴트럴라이저
Robert McCain....The Neutralizer
조 스펜스....스티브 트레버
Joe Spence....Steve Trevor
다이애나 게일....히폴리타 여왕
Diana Gayl....Queen Hippolyta
미카 그린....위저드
Micah Green....The Wizard
로랑-콜린스 지저....클락 켄트/수퍼맨
Laurent Collin-Szlejer....Clark Kent/Superman

원더우먼

2003년, 론 산티아노라는 남자가 [Wonder Woman: Battle of Justice]라는 6분짜리 [원더우먼]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세계정복을 꿈꾸는 World Inc.라는 사악한 다국적 기업과 원더우먼이 싸운다는 영화였지요. 사실 별 내용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영화 대부분이 원더우먼과 악당들이 치고받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었으니까요. 악당 설정도 순전히 농담이었어요. 마지막에 양복쟁이 악당 두목이 원더우먼과 일대일로 싸우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지요.

2006년, 론 산티아노는 이 작품의 속편인 두 번째 팬필름을 냈습니다. 이번 제목은 [Wonder Woman: Balance of Power]. 그 동안 야심도 커졌어요. 이번 이야기엔 스토리도 있고 특수효과도 나오며 수퍼맨도 게스트로 등장하는 데다가 러닝타임도 40분이나 됩니다. 엔드 크레딧이 만만치 않게 길고 에필로그가 장황해 사실 그렇게까지 긴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요.

영화는 World.Inc의 사주를 받은 악당인 뉴트럴라이저가 스티브 트레버를 인질로 잡고 원더우먼을 유인하면서 시작됩니다. 뉴트럴라이저의 함정에 빠져 포로가 된 원더우먼은 남은 시간 동안 그 함정에서 빠져나와 스티브 트레버와 자신을 구해야 하지요.

이 영화의 설정은 조금 잡다합니다. 원더우먼은 여전히 다이애나 프린스의 아이덴티티를 빌리고 있지만 IADC 대신 CIA 요원입니다. 스티브 트레버는 주니어 대신 그냥 스티브인 것 같고요. 그러면서도 저스티스 리그나 게이트웨이와 같은 만화책 설정이 등장할뿐만 아니라 심지어 [스몰빌]의 설정도 조금 이식됩니다.

이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원더우먼] 1시즌의 영향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살짝 설정을 바꾼 1시즌 후반 에피소드에 가까워요. 원더우먼이 스티브를 구하러 왔다가 함정에 빠져 기절하고 자기 올가미에 묶여 정체를 밝히고 다시 탈출하고 하는 설정은 막연한 1시즌 위기 상황을 뭉뚱그린 것 같지요. 스티브와 원더우먼의 로맨스가 강하게 그려진 것도 미진했던 1시즌의 결말을 자기나름대로 보완하려는 것 같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에피소드는 그렇게까지 잘 만들어진 편은 아닙니다. 순전히 액션만으로 채워졌던 단편인 1편과는 달리, 40분짜리 중편인 2편은 어쩔 수 없는 아마추어 팬필름의 한계를 노출합니다. 긴 대사와 드라마가 들어가자 배우들의 약점이 드러나고 특수효과는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긴 듯하며 원더우먼의 위기 상황이 너무 장황해서 장점인 액션의 비중이 줄어들기도 하지요. 다이애나와 클락 켄트가 신세타령하는 에필로그는 너무 길고 원더우먼이 주인공이면서 엉뚱하게 슈퍼맨의 로고 클로즈업으로 끝나는 결말은 좀 생뚱맞습니다.

결국 이 영화의 교훈은 "능력에 맞게 일하자"인 것 같습니다. 전에도 지적했지만 팬필름은 팬필름의 영역이 있지요. 거기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그걸 무리하게 넘어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는 없는 거죠.

그래도 3편이 나온다는군요. 엔드 크레딧 끝에 달린 쿠키를 보니 렉스 루터의 조종을 받는 수퍼맨(또는 그의 클론)과 원더우먼이 싸우는 내용인가 봅니다. (06/10/04)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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