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현석

주연
김주혁....광식
봉태규....광태
이요원....윤경
김아중....경재
정경호....일웅
김형민....의동
김일웅....명찬

광식이와 광태

[광식이 동생 광태]는 연애에 대한 남자들의 자기 변명입니다. 어느 정도는 "앞으로 이렇게 살지 않겠습니다"식의 반성문이기도 하죠. 그렇다고 여기서 엄청나게 날이 선 이야기를 기대하지는 마시길. 반대로 이 영화는 곰인형처럼 귀엽고 순하며 애교가 넘칩니다.

영화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장인 [광식]의 주인공 광식은 7년 전에 짝사랑 했던 동아리 후배 윤경을 친구 결혼식장에서 만납니다. 여전히 윤경을 마음에 두고 있는 광식은 어설프게 윤경에게 접근하지만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그게 영 쉽지가 않아요. 두번째 장 [광태]에서는 광식의 바람둥이 동생 광태가 예술제본 장정가인 경재와 연애를 시작합니다. 처음엔 그냥 이전처럼 가볍게 끝낼 생각이었는데, 경재가 먼저 광태를 차버리고 말죠. 동시에 진행되었던 두 형제의 이야기는 마지막 장인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하나로 합쳐지고 거기서 두 남자는 나름대로 삶의 해답을 찾습니다.

광식과 광태는 어떻게 보면 연애에 임하는 남자들의 단점들과 문제점들만 골라서 인간으로 만들어 놓은 존재들입니다. 광식은 지나치게 수줍고 소극적이며, 광태는 가벼운 섹스에 지나치게 집착하느라 진지한 정서적 관계를 맺는 데 서툽니다. 양 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이지만 둘 다 모두 여자에게 그 간단한 "사랑한다"라는 말을 못하는 건 같죠.

한 마디로 말해 두 사람 모두 철이 덜 들었습니다. 김현석 감독이 보도자료에 써놓은 걸 보면 "남자들은 절대로 철 안 든다!"라는 명제의 타당성을 따져보고 궁극적으로 부정하는 게 이 영화의 목적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남자들은 절대로 철 안 든다"는 꽤 굳건한 명제로 남습니다. 광식이와 광태가 그럭저럭 인생의 해답을 찾는다고 해서 그게 보편적인 정답은 아니죠. 영화가 내놓은 대체 명제는 "가끔 운 좋아서 철 드는 남자들도 있다"인 것 같습니다.

뭐, 상관 없습니다. 아무리 영화가 "우리 모두 철이 들자!"라고 외쳐도,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들은 이 두 남자들의 철없는 행동들이니까요. 김현석은 철없는 남자들의 바보짓을 재미있고 귀엽게 꾸며내는 데 굉장한 실력을 발휘합니다. 마치 남의 집 창문을 깨먹고 "저어기이요, 제 야구공이 저기로 넘어갔는데요오오..."라고 웅얼거리는 장난꾸러기 남자애를 보는 것 같아요. 그게 조금 지나쳐서 주제가 방향을 잃을 정도죠.

그래도 결말은 만족스럽고 정직하며 (아무리 영화의 매력이 사방팔방으로 튄다고 해도) 주제는 명확합니다. 결국 제대로 살고 제대로 연애를 하려면 모두 철이 들어야 하는 겁니다. 그게 자기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나 이익이죠. 철 못 든 사람들은 극장 관객들의 구경거리밖에 되지 못합니다. (05/11/08)

DJUNA

기타등등

화면 비율이 2.35:1입니다. 그래서 메가박스에서 시사회를 했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전 김현석의 전작인 [YMCA 야구단]을 대한극장 8관에서 봤습니다. 그 때도 감독은 그 극장이 2.35:1 화면 비율을 살리지 못한다고 불평이었어요. 이번엔 절대로 '화면비율도 살리지 못하고 사운드도 엉망인 강북의 어떤 극장들'에서 시사회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모양이더군요.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야 합니다. 자존심이 있는 감독이라면 자신의 작품을 언론에 처음 소개하는 극장에도 신경을 써야 마땅해요. 좌석수가 많다고 서울 극장 2관 따위에서 시사회를 하게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