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1961) * * * 1/2

감독
제롬 로빈스 Jerome Robbins
로버트 와이즈 Robert Wise

주연
나탈리 우드....마리아
Natalie Wood....Maria
리처드 베이머....토니
Richard Beymer....Tony
러스 탬블린....리프
Russ Tamblyn....Riff
리타 모레노....아니타
Rita Moreno....Anita
조지 차키리스....베르나르도
George Chakiris....Bernardo
사이먼 오클랜드....슈랭크 형사
Simon Oakland....Lieutenant Schrank
네드 글라스....닥
Ned Glass....Doc
윌리엄 브래믈리....크럽키 경관
William Bramley....Officer Krupke
터커 스미스....아이스
Tucker Smith....Ice
토니 모르덴테....액션
Tony Mordente....Action
데이빗 윈터스....에이랩
David Winters....A-rab
엘리언 펠드....베이비 존
Eliot Feld....Baby John
버트 마이클스....스노우보이
Bert Michaels....Snowboy
데이빗 빈....타이거
David Bean....Tiger
로버트 바나스....조이보이
Robert Banas....Joyboy
수잔 오크스....애니바디스
Susan Oakes....Anybodys
호세 드 베가....치노
Jose De Vega....Chino

토니와 마리아
지금 와서 보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사랑받기 보다는 존중받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 이 영화의 경계선적인 위치 때문일 거예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고전적인 MGM 뮤지컬도 아니고 20세기 후반 미국 거리 문화의 정수를 제대로 살린 현대 영화도 아닙니다. 구식 할리우드 영화의 어법으로 현대 거리 문화에 접근하려는 시도지요. 아귀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건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필요 이상으로 나이브합니다. 이 영화의 제트단과 샤크단 패거리들은 앤디 하디와 친구들이 분장을 하고 50년대 말의 뉴욕에 뛰어든 것 같아요. 으쓱거리면서 위험한 척하고 있는데, 정작 하는 행동이나 말투는 여전히 아니거든요. 이들을 이용해 편견과 차별과 폭력의 위험성에 대해 설교하는 어투 역시 너무 직설적이라서 그렇게 와닿는 편은 아닙니다. 열의는 있지만 통찰력과 설득력이 부족한 목사의 지루한 설교를 듣는 기분이에요.

비평가들이나 관객들은 다른 단점들도 지적합니다. 이 영화는 뉴욕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정작 주인공인 마리아와 토니는 영화 내에서 가장 흐릿한 캐릭터들이고 배우들의 힘도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특히 토니역의 리처드 베이머는 딱해서 못 봐줄 지경이에요. 로케이션 촬영을 이용한 멋들어진 도입부의 생생함을 후반 스튜디오 촬영부분이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고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다보면 온갖 종류의 변명들이 떠오릅니다. 영화가 그린 틴에이저 갱 아이들이 사실적이 아닌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나온 건 61년이고 당시엔 그 정도의 나이브함은 할리우드에서 비교적 자연스러웠습니다. 60년까지만 해도 미국 틴에이저 관객들은 프랭키 아발론이 나오는 해변 영화들을 쿨한 줄 알고 봤으니 말이에요. 캐릭터들의 입을 통해 직접 전달되는 교훈이 뻣뻣하다고는 해도 전체적인 텍스트는 그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고 입체적입니다. 베이머의 경우는 정말 구제할 구석이 없지만 마리아 역의 나탈리 우드는 베이머보다 낫습니다. 부인 못할 스타 퀄리티와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고 가슴 뭉클한 마지막 결말도 우드의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크죠. 두 주인공이 채우지 못한 자리는 리타 모레노와 조지 차키리스가 충분히 커버하고 있고요. 스튜디오 촬영이 다소 갑갑해 보이긴 해도 우린 사정을 이해해주어야 합니다. 야외 촬영분은 대부분 밤장면이었고 제작비와 뉴욕시 스케줄도 고려해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여전히 옹호될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보다 단순합니다. 이 영화는 여전히 끝내주는 뮤지컬입니다.

물론 우리는 레너드 번스타인, 제롬 로빈스, 스티븐 손드하임과 같은 거장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뮤지컬 영화사에 길이남을 만한 명장면들과 노래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당시 관객들이 익숙해져 있던 소박한 MGM의 뮤지컬과는 전적으로 다른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훨씬 복잡하고 현대적이었고 '클래식'했습니다.

여기서 '클래식'라는 표현은 조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레너드 번스타인과 제롬 로빈스는 기본적으로 클래식 음악과 발레 세계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진지하게 대중 문화에 뛰어드는 경우 관객들의 이해를 위해 자기네들이 당연시하는 기교나 복잡함, 엄격함을 간소화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대중 문화의 어휘를 사용한다고 해도요. 여기서 중요한 건 어휘가 아니라 그 어휘를 다루는 태도입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작품입니다. 춤곡들은 복잡하고 노래들도 기교적으로 부르기 쉽지 않습니다. 제롬 로빈스의 안무 역시 현대 발레의 엄격함과 기교를 요구합니다. 무용수들이나 배우들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져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런 엄격함은 껄렁거리는 50년대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비주얼과 음악이 여전히 빛나는 건 그 어울리지 않는 느낌 때문입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프랭키 아발론의 영화들을 보세요. 그 영화들은 당시 틴에이저 관객들의 감성을 완벽하게 따라간 작품들이었고 바로 그 때문에 지금은 엄청나게 촌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갱단에 대한 나이브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쉽게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껄렁거리는 갱단인 척하는 아이들이 갑자기 완벽한 발레 스텝을 밟는 영화가 어떻게 '낡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시대에서 반쯤 벗어나 있는 기괴한 항구성을 부여받았던 겁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완벽한 작품으로 재평가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 작품이 아니니까요. 웃기는 건 그런 불완전성 때문에 개별 댄스 넘버들이나 노래의 완벽함이 손상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린 더 나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버전을 다른 것과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06/01/31)

DJUNA


기타등등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제가 가장 몰입하면서 보는 캐릭터는 주연들이 아니라 샤크단에 끼려고 발버둥치는 톰보이 애니바디스입니다. 늘 그 아이의 배경과 뒷이야기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