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 와이츠 Chris Weitz

주연
크리스틴 스튜어트....벨라 스완
Kristen Stewart....Bella Swan
로버트 패틴슨....에드워드 컬렌
Robert Pattinson....Edward Cullen
테일러 로트너....제이콥 블랙
Taylor Lautner....Jacob Black
애슐리 그린....앨리스 컬렌
Ashley Greene....Alice Cullen
빌리 버크....찰리 스완
Billy Burke....Charlie Swan
마이클 쉰....아로
Michael Sheen....Aro
다코타 패닝....제인
Dakota Fanning....Jane

벨라와 제이콥

[뉴 문]은 시즌 중반에 방영된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 에피소드 세 개를 하나로 묶은 것 같습니다. 세계는 고정 시청자들에게만 열려있고 제대로 된 기승전결도 없이 느슨합니다. 결말 역시 클리프행어라,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제대로 알려면 다음 편을 봐야 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분위기는 화기애애합니다. 벨라와 에드워드는 공식 커플이 되었지요. 하지만 벨라의 미래를 염려한 에드워드는 그녀를 떠나고, 벨라는 반쯤 맛이 갔습니다. 가끔 경고하기 위해 나타나는 에드워드의 환영을 보기 위해 벨라는 아드레날린 정키가 되고, 그 때문에 사고를 엄청 많이 치지요. 그런 그녀 옆에 있는 건 1편부터 친구였던 미국 원주민 소년 제이콥인데, 그 친구도 영화 중반이 되면 갑자기 샘이라는 동네 깡패가 이끄는 웃통 벗고 절벽에서 다이빙하는 클럽에 들어갑니다. 그 뒤로 그는 웃옷을 거의 입지 않으며, 가끔 화가 나면 필 티펫의 회사에서 만든 CG 늑대가 됩니다.

[뉴 문]은 극악의 클리셰 다발입니다. 같은 베스트셀러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해리 포터] 시리즈는 자기만의 아이디어와 스토리, 생생한 캐릭터가 있죠. 여러분은 허마이오니 그레인저나 론 위즐리를 막연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인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벨라 스완, 에드워드, 제이콥은 그냥 클리셰입니다. 원래부터 개성을 가진 존재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그들은 십대소녀 독자들이 감정이입할 대상이거나 그들이 감정이입해서 절대 로맨스를 추구할 상대들입니다. 이런 경우 오히려 개성은 기능에 심각한 장애가 됩니다.

영화는 점점 뻔뻔스러워집니다. [트와일라잇]은 그래도 종종 정상적인 영화로 기능하려는 티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편의 흥행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었는지, 영화는 그 필터를 치워버렸습니다. 이제 에드워드는 오로지 닭살 대사로만 말합니다. 제이콥에겐 연기보다 상체 근육을 얼마나 멋있게 보여주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벨라는 이제 자신의 민폐성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데, 그건 어차피 대상 관객들이 자신에게 몰입하고 있으니, 로맨스의 영역에서만 벗어나지 않으면 무슨 일을 저질러도 지적당할 일이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벌이는 이야기는 주어진 세계에 너무나도 진지한데, 그 때문에 전 비웃으며 즐기는 재미도 어느 정도 잃어버렸습니다.

여러 번 말했지만, 전 이 세계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친구들은 한 10여 년 전쯤에 이 영화를 봤다면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저도 십대 때는 정말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전 그 때도 횟가루 범벅의 말하는 마네킹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고, 전우주 킹카들이 오로지 나만을 좋아한다는 캔디 설정이 웃기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전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불편함과 잔인함이 제거된 순둥이 뱀파이어/늑대인간 설정을 용납하지 못하겠습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팬들과 저 사이에는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전 그래서 볼투리 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사실 그들에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컬렌 가의 뱀파이어들이 재미없는 순둥이들이라면, 볼투리 가 뱀파이어들은 고루한 고딕 스테레오 타입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뱀파이어처럼 행동하며 배우들도 좋습니다. 뱀파이어 수장 역의 마이클 쉰([언더월드] 팬들은 ‘배반이야! 배반!’을 외칠 것입니다)과 사디스틱한 소녀 뱀파이어인 제인 역의 다코타 패닝은 후반부에 아주 조금 나오지만 그래도 앞에 나왔던 학예회 연기의 독기를 어느 정도 제거해줍니다. (아, 전 [패닉 룸] 때부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팬이었고 앞으로도 이 사람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벨라 역을 하면서 이 배우가 ‘좋은 연기’를 할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뉴 문]은 장황하고 길고 느리고 촌스럽고 느끼합니다. 적어도 [트와일라잇] 팬이 아닌 일반 관객들 대부분은 그렇게 볼 것이며 여기에서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는 못할 것입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보면서 천국과도 같은 황홀감을 느끼는 열성팬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군요. 제가 아무리 이 영화의 기능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드러난 질적 결함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말입니다. 문제점들은 여전히 놓여있고 그것들은 아무리 이 영화의 흥행성적이 좋아도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09/11/24)

DJUNA

기타등등

다코타 패닝과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The Runaways]에서도 공연하지요. 전 이 영화가 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