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른스트 루비치 Ernst Lubitsch

주연
모리스 슈발리에....니콜라우스 폰 프레인 중위
Maurice Chevalier....Lieutenant Nikolaus von Preyn
클로데트 콜베르....프란지
Claudette Colbert....Franzi
미리암 홉킨스....안나 공주
Miriam Hopkins....Princess Anna
찰스 러글스....막스
Charles Ruggles....Max
조지 바비에....아돌프 15세
George Barbier....King Adolf XV
후 오코넬....니키의 당번병
Hugh O'Connell....Niki's Orderly

안나 공주와 니키

모리스 슈발리에가 주연한 루비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미소짓는 중위]도 왕년에 꽤 인기가 있었던 오페레타가 원작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니키는 비엔나의 바람둥이 중위인데, 바이올리니스트인 여자친구 프란지에게 추파를 던지다가 그만 비엔나를 방문한 어느 소국의 공주인 안나에게 추파를 던졌다는 오인을 받게 됩니다. 스캔들에 휘말리고 변명을 만들어내던 그는 어쩌다보니 안나와 결혼까지 하게 되지요.

영화의 공식적인 주인공은 '미소짓는 중위'인 니키지만 사실 그는 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는 가끔 사랑에 빠져 행복해하거나 덫에 걸려 투덜거리거나 모리스 슈발리에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지만 그 이외엔 하는 일이 없죠. 그의 의지는 이 영화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잘 포장된 상품과 같은 존재입니다.

영화의 진짜 주인공들은 그를 사랑하는 두 여자들입니다. 안나 공주는 니키를 사랑하지만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해 좌절합니다. 프란지도 남자친구 니키를 사랑하지만 그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죠. 다행히도 두 여자들은 서로를 말려죽이는 대신 비교적 생산적인 해결책을 찾습니다. 프란지는 니키를 포기하는 대신 안나에게 니키를 유혹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남자친구를 떠나는 대신 그의 아내에게 자신의 일부를 심어놓는 거죠. 이 영화의 드라마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그 적극적인 포기와 극복의 과정에 있습니다. 이 영화의 해피엔딩에 녹아있는 씁쓸한 느낌도 여기서 나오죠.

이 영화를 모리스 슈발리에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는 하는 일이 별로 없거든요. 그는 그냥 평소대로 모리스 슈발리에의 매력을 폴폴 흘릴 뿐입니다. 하지만 클로데트 콜베르와 미리엄 홉킨스는 자신의 재능을 살릴 기회를 얻습니다. 클로데트 콜베르가 유혹적인 연인과 씩씩한 패배자를 연기하는 동안 미리엄 홉킨즈는 뻣뻣한 왕족에서 20년대식 재즈 걸로 대변신을 시도하죠. 둘은 놀랍도록 죽이 잘 맞는 콤비여서 둘이 만나 남편과 서로에 대한 감정을 토로하는 장면은 불꽃이 튑니다. 둘이 함께 부르는 노래 'Jazz Up Your Lingerie'는 프리 코드 시절에나 가능했던 경쾌한 도발이었고요. 슈발리에의 콤비인 지넷 맥도널드가 이번에 등장하지 않은 것도 두 여자 배우들의 연결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미소짓는 중위]는 잊혀진 루비치 영화였습니다. 한동안 필름이 모두 소실되었다고 믿어졌던 이 영화는 70년대에 덴마크에서 재발견되어 다시 관객들을 찾을 수 있었죠. 그래도 지금 남아있는 버전은 원래 오리지널 버전보다 조금 짧답니다. 아마 안나와 니키의 결혼식 장면이 삭제된 모양이에요. (04/11/26)

DJUNA

기타등등

어떻게 보면, 이 영화도 궁극의 남성 판타지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내와 여자 친구가 서로를 물어뜯거나 남편을 물어 뜯는 대신 남편을 만족시키기 위해 합심한다고요? 좋기도 하겠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