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롭슨 Mark Robson

주연
킴 헌터....메리 깁슨
Kim Hunter....Mary Gibson
휴 보몬트....그레고리 워드
Hugh Beaumont....Gregory Ward
에포드 게이지....제이슨 호그
Erford Gage....Jason Hoag
톰 콘웨이....루이스 저드 박사
Tom Conway....Doctor Louis Judd
진 브룩스....재클린 깁슨
Jean Brooks....Jacqueline Gibson
메리 뉴튼....레디 부인
Mary Newton....Mrs. Redi
루 루빈....어빙 어거스트
Lou Lubin....Irving August

1.

기숙학교 학생인 메리 깁슨은 유일한 가족이자 후견인인 언니 재클린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학교를 나와 언니의 약혼자인 제이슨과 함께 언니를 찾아 그리니치 빌리지를 헤매던 메리는 재클린이 악마 숭배자들의 기묘한 음모에 말려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2.

[일곱 번째 희생자]는 [캣 피플]이나 [시체 약탈자]와 같은 다른 발 루튼의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아마 감독인 마크 롭슨의 어정쩡한 위치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롭슨은 자크 투르네처럼 '오퇴르'도 아니고 로버트 와이즈처럼 헐리웃 거장도 아닙니다. 좋은 감독이지만 튀는 사람도 아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를 깎아내리는 것은 부당합니다. 롭슨은 언제나 훌륭한 루튼 영화들을 만들어왔고 [일곱 번째 희생자]는 가장 훌륭한 루튼 영화 중 하나니까요. 모든 류튼의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에도 루튼의 컴컴한 개성이 가득 차 있음은 물론이고요.

3.

[일곱 번째 희생자]는 물리적 폭력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구체적인 폭력이란 한 건의 살인밖에 없지요. 그것도 악의를 품은 의도적인 살인은 아니며 살해 과정이 화면에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루튼 영화들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이건 그렇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물리적 폭력의 부재가 결코 폭력의 부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루튼은 이 비폭력의 폭력을 의식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악역인 악마 숭배자들은 상당히 기묘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로즈마리의 아기]나 [빌리버즈]에 나오는 광신자들도 아니며 특별히 나쁜 사람들도 아닙니다. 단지 보통 사람들과 다른 걸 믿는 온화하고 지적인 뉴요커들일 뿐이지요. 심지어 그들은 철저한 비폭력주의자들이기도 합니다!

재클린의 사형 집행 장면은 그 아이러니컬함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그들은 재클린 앞에 독이 든 술잔을 놓고 모여앉아 마실 때까지 그녀를 설득합니다. 안 마신다면? 어쩌겠어요? 비폭력이 원칙인데.

그러나 이 폭력 아닌 폭력은 물리적 폭력보다도 훨씬 잔인합니다. 물리적인 폭력은 육체적인 해만 입힐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비폭력은 사람들의 영혼을 때려 눕힙니다. 이들한테 처벌당한 일곱 명의 희생자들이 모두 타의에 의해 희생된 것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무척 불쾌해지죠.

끔찍함을 더하는 것은 그들에게 악의도 없다는 점입니다. 이 지극히 이성적이고 온화한 살인들은 분노나 광기에 의한 난도질보다도 더 무섭답니다. 영화의 황량하기 그지없는 엔딩이 그처럼 섬뜩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4.

롭슨은 투르네처럼 매혹적인 영화적 어법으로 이 영화를 장식하지는 않았습니다. [캣피플]이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에서 느낄 수 있는 거의 에로틱하기까지 한 아름다움은 이 영화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그 나름대로의 풍부한 아이디어들과 멋진 분위기가 있습니다. 가장 루튼다운 장면은 아마 사립탐정 어빙 어거스트가 메리를 남겨두고 재클린을 찾아 복도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이겠지요. 악마의 입처럼 어거스트를 삼켜버린 어두컴컴한 복도 앞에서 조바심내며 기다리는 메리의 모습은 루튼 식 간접 화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메리가 지하철에서 어거스트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의 태평스러운 차분함, 끝없는 미로와 그림자로 이루어진 재클린의 마지막 귀로, 그리고 물론 재클린의 텅 빈 방에 놓인 의자와 올가미도 잊을 수 없죠. 하지만 영화팬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메리의 샤워실 장면일 겁니다. 메리의 샤워실에 불쑥 들어와 샤워 커튼 뒤에서 진상을 폭로하는 레디 부인의 흐릿한 모습은 [사이코]의 샤워실 장면과 이상할 정도로 비슷하니까요! 물론 [일곱 번째 희생자]가 한참 먼저랍니다.

5.

이 영화는 킴 헌터의 데뷰작입니다. 이 배우는 나중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스텔라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저희는 늘 [천국으로 가는 계단]의 여자 주인공으로 기억합니다만.

루튼은 [캣 피플]의 루이스 저드 박사를 이 영화에 다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요? 저도 모릅니다. 아마 [일곱 번째 희생자]가 [캣 피플]보다 먼저 일어난 사건인가보죠.

다시 사용된 것이 또 있습니다. [위대한 앰버슨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트들이 [캣 피플]에 이어 계속 재활용되고 있으니까요. 아, 놀라운 절약 정신이여! (99/06/21)

D&P

기타등등

이 영화의 도입부와 결말에서 인용되는 시는 존 던의 홀리 소네트입니다. 대충 다음과 같죠. "I runne to death and death meets me as fast / And all my pleasures are like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