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클레망 비고 Clément Virgo

주연
마틴 빌라파나....주니어 브라운
Martin Villafana....Junior Brown
레인보우 프랭스....버디 클락
Rainbow Francks....Buddy Clark
린 위트필드....브라운 부인
Lynn Whitfield....Mrs. Brown
사라 폴리....버터
Sarah Polley....Butter
마고트 키더....미스 핍스
Margot Kidder....Miss Peebs
티나 수....산드라 다나카
Tina Su....Sandra Tanaka

1.

주니어 브라운은 당뇨병에 걸린 어머니의 과보호 밑에서 사는 뚱뚱한 흑인 소년입니다. 그는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지만 주니어의 피아노 음악에 질색하는 어머니와 반쯤 정신 나간 피아노 교사 미스 핍스 덕택에 진짜 피아노는 거의 접하지 못합니다. 그의 손가락은 늘 줄이 끊어진 피아노 건반과 탁자 위를 오갈 뿐입니다.

주니어의 유일한 친구 버디는 주니어와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습니다. 그는 도시를 집으로 삼는 가출 소년입니다. 도시에는 가출한 틴에이저들로 구성된 '행성'이라는 자치구들이 흩어져 있고, 버디 역시 행성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가출한 백인 소녀 버터와 서툰 사랑을 나누고 그의 육체와 정신에 끔찍한 흉터를 남긴 과거의 기억과 싸워야 합니다.

2.

[주니어 브라운의 행성]은 미국의 아동문학가 버지니아 해밀턴의 동명의 고전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이 70년대 작품이니 그대로 각색할 수는 없었지요. 주니어와 버디의 나이는 조금 올라갔고 무대는 90년대로 옮겨졌습니다. 원작에서는 뉴욕이라는 구체적인 장소가 등장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도시는 이름이 없습니다. 과연 미국인지도 모르겠어요. 이 영화는 캐나다 영화니까요. 영화로 옮겨지면서 상당히 자극적인 작품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이 영화는 청소년 영화여야 마땅하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R등급을 받았지요.

버지니아 해밀턴의 많은 소설들이 그렇듯 [주니어 브라운의 행성]도 결코 '사실적인' 작품이 아닙니다. 소설은 굉장히 많은 상징들로 가득 차 있고, 구체적인 판타지를 의도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야기가 비현실적입니다. 결말도 조금은 당혹스럽습니다. 이 소설은 가출한 아이들의 무정부주의적 공동체를 문제의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각색하기 꽤 까다로운 작품입니다. 가출 소년들처럼 사실적인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작 작품 자체는 반쯤 판타지의 성격을 취하고 있으니까요. 모든 게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는 영화에서는 균형을 잡기가 아주 힘이 듭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도 이런 비현실성이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비현실성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들이 잘 알고 있는 세계에 대한 영화의 묘사가 공허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덕택에 주인공들과 관객과의 정서적 연결도 약해질 가능성이 크고요.

그러나 [주니어 브라운의 행성]은 장점도 많은 영화입니다. 소설만큼 균형을 잘 잡지 못했다고 하지만, 영화가 가진 묘하게 비현실적인 분위기에는 상당히 강한 시적 느낌이 묻어 있습니다. 거의 주제가나 다름 없는 쇼팽의 음악 역시 적절하게 사용되었고요. 배우들도, 주니어 역의 마틴 빌라파나에서부터 버터 역의 사라 폴리까지,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90년대 틴에이저답지 않게 다들 조용하기 짝이 없지만 그들의 표출하는 감정의 폭은 굉장히 넓고 또 믿음직스럽습니다. (00/12/28)

DJUNA

기타등등

1. 미국에서는 [Junior's Groove]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아마 보다 '쿨'한 제목으로 청소년 관객들을 끌어보려고 했던 모양인데,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2. 위에 있는 DVD 커버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마틴 빌라파나의 스틸 사진을 구하는 건 굉장히 힘이 듭니다.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뚱뚱한 흑인 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케팅에서 차별 대우를 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