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엘 코엔 Joel Coen

주연
빌리 밥 손튼....에드 크레인
Billy Bob Thornton....Ed Crane
프랜시스 맥도먼드....도리스 크레인
Frances McDormand....Doris Crane
마이클 바달루코....프랭크 라포
Michael Badalucco....Frank Raffo
제임스 갠돌피니....데이빗 앨런 '빅 데이브' 브루스터
James Gandolfini....David Allen 'Big Dave' Brewster
캐서린 보로위츠....앤 너들링거
Katherine Borowitz....Ann Nirdlinger
존 폴리토....크라이튼 톨리버
Jon Polito....Creighton Tolliver
스칼렛 조한슨....레이첼 '버디' 아번다스
Scarlett Johansson....Rachael 'Birdy' Abundas
리처드 젠킨스....월터 아번다스
Richard Jenkins....Walter Abundas
토니 살룹....프레디 리든슈나이더
Tony Shalhoub....Freddy Riedenschneider

에드 크레인

코엔 형제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에서 첫 영화 [블러드 심플]의 무대로 삼았던 제임스 M. 케인의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불륜과 살인이 컴컴한 운명의 굴레바퀴 속에 얽히면서 주인공들을 예측 못할 미래로 집어던지는 그 컴컴한 하드보일드 물의 세계로 말이에요. 단지 이번에 그들은 그 복귀를 보다 철저하게 했습니다. 이 영화는 하드보일드물의 전성시기인 194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흑백입니다. 프로젝트 배경을 쓴 자동차 장면처럼 복고적인 터치도 눈에 들어오는군요.

영화의 스토리는 전형적인 케인 풍입니다. 아니, 코엔 형제 버전 케인 풍이라고 해야겠군요. 케인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처럼 건조한 책을 쓴 적은 없습니다. [블러드 심플]처럼,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도 영리하고 냉정한 두뇌들이 만들어낸 복잡한 플롯과 반전의 미로입니다.

기본 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 에드 크레인은 이발사입니다. 아내 도리스는 백화점 경리이며 사장인 빅 데이브와 불륜 관계고요. 손님인 크라이튼 톨리버가 우연히 언급한 드라이클리닝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가진 에드는 사업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빅 데이브를 협박합니다. 이 장르에 속한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당연히 그의 계획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죠.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와 [블러드 심플]의 차이는 이런 이야기를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블러드 심플]은 처음부터 끝까지 플롯 게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교묘하게 짜맞춘 플롯으로 서스펜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거의 유일한 목적이었던 영화였죠. 하지만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에서 꽈배기 플롯은 도구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습니다. 영화는 플롯 자체를 즐기는 대신 일련의 허망한 우연이 완벽하게 질서잡혀 있던 한 남자의 삶을 초현실적인 미로로 뒤집어놓는 과정을 통해 삶의 부조리함과 우리 의지의 초라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 때문인지 영화는 중반 이후 비정상적으로 이상하게 풀려갑니다. [엑스 파일]에나 어울릴 것 같은 비행접시와 정부 음모 이론이 등장할 때부터 뭔가 잘못되었죠. 마치 나보코프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에드와 틴에이저 피아니스트 버디의 관계나,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들먹이는 변호사 리든슈나이더의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각난 문화적 요소들을 편집해 엮는 것 자체는 기존 코엔 형제의 스타일과 다를 게 없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들의 어긋남이 의식적으로 강조되어 있다는 게 다르죠. [블러드 심플]도 차갑고 잔인한 코미디였지만,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의 황량한 웃음은 그보다 훨씬 노출되어 있고 공공연합니다.

영화의 스타일은 차분하고 안정되어 있습니다. 전형적인 후기 코엔 형제 스타일이지요. 영화는 옛 필름 느와르 영화들에서 많은 것들을 빌려오고 있지만 그 영화들이 가진 끈끈한 느낌은 없습니다. 로저 디킨즈의 흑백 화면은 필름 느와르의 혼돈보다 40년대 말의 안정되고 정갈한 질서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편을 택합니다. 덕택에 이야기가 더 부조리해보이는 것이겠지만요.

다른 코엔 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이 영화도 배우진이 참 좋습니다. 그 중 한 명만 언급해야 한다면 그 사람은 바로 주인공인 빌리 밥 손튼이겠지요. 그의 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글픈 무표정함에 고정되어 있는데, 그 정적인 느낌이 굉장히 강렬합니다. 흑백 화면에서 그의 주름살투성이 얼굴이 아주 인상적인 피사체가 되기도 하고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가 [블러드 심플]이나 [파고]처럼 코엔 형제의 인기작 리스트에 쉽게 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성격이나 이슈가 분명한 영화가 아니죠. 하지만 이 영화가 제공하는 그 느릿느릿한 미로의 느낌은 쉽게 잊혀질만한 것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의견을 확실하게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몇 년 더 기다려봐야 할 듯 해요. (02/05/24)

DJUNA

기타등등

일반 영화를 보기 위해 하이퍼텍 나다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