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른스트 루비치 Ernst Lubitsch

주연
모리스 슈발리에....알프레드 르나르 백작
Maurice Chevalier....Count Alfred Renard
지넷 맥도널드....루이즈 여왕
Jeanette MacDonald....Queen Louise
루피노 레인....자크
Lupino Lane....Jacques
릴리언 로스....룰루
Lillian Roth....Lulu
유진 팔레트....전쟁부 장관
Eugene Pallette....Minister of War
E.H. 칼버트....실바니아 대사
E.H. Calvert....Sylvanian ambassador
라이오넬 벨모어....국무총리
Lionel Belmore....Prime Minister

루이즈와 알프레드

[러브 퍼레이드]는 에른스트 루비치의 첫번째 유성영화이고 첫번째 뮤지컬입니다. 모리스 슈발리에와 지넷 맥도널드에게도 첫번째 메이저 영화였고요.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기념비적인 작품이 됩니다. 루비치에게는 그의 희극적인 개성과 리듬감이 터져나오는 계기였고, 슈발리에와 맥도널드는 이 영화로 스타가 되었으니까요.

루비치의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도 세기초에 꽤 인기있었던 희곡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내용은 대충 둘로 나뉘어집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파리에서 악명을 떨치던 바람둥이 외교관 알프레드 백작과 실바니아의 여왕인 루이즈가 사랑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둘의 신혼 생활을 다루는데 남녀의 역할이 뒤바뀐 이들의 관계는 사랑만 가지고는 풀리지 않습니다.

[러브 퍼레이드]를 보면 루비치가 이 새로운 매체 때문에 얼마나 즐거워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엄청나게 창조적인 실험은 보이지 않아요. 아직 뮤지컬의 묘사도 단순하고 소박한 편이고요. 하지만 배우들이 내뱉는 대사들을 살짝 배반하는 이미지가 빚어내는 그 경쾌하고 시치미를 뚝 뗀 리듬감은 그가 그 때까지 얼마나 사운드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보여줍니다.

모리스 슈발리에와 지넷 맥도널드라는 상반되는 카리스마와 개성을 갖춘 두 배우의 활용도 주목할만합니다. 물론 이들은 무성영화 시대엔 결코 스타가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죠. 일단 둘 다 노래가 무기인 뮤지컬 스타였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프랑스어 억양이 빠진 슈발리에를 상상할 수 있습니까? 이 영화에서 둘은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진 배우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의 미래 경력을 결정할 스타 파워를 보여줍니다.

내용만 따진다면, [러브 퍼레이드]의 이야기는 저에게 그렇게까지 매력적으로 와닿지는 않습니다. 바람둥이 백작과 여왕의 로맨스라는 도입부의 설정은 귀엽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덜컹거리는 결혼생활을 묘사하는 후반부는 별로 설득력이 없군요. 슈발리에도 여자에게 약한 바람둥이에나 어울리지 가부장적 위치의 위협을 받는 진지한 남편 역에는 맞지 않습니다.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알프레드가 벌이는 소동은 그냥 야비할 뿐이고요. 당시 사람들에겐 당연했던 가부장적인 남녀 관계의 상식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 팍 낡아버린 것이죠.

그러나 화려한 세트와 빛나는 스타들, 그리고 예술가로서 두번째 기회를 얻은 루비치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환희는 여전히 상당히 강렬합니다. 제가 이슈에 민감하지 않은 20년대 관객들이었다면 정말 열광할 수도 있었겠지요. (04/12/02)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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