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악풍 Feng Yuek

주연
임대....삼성모/침향
Linda Lin Dai....Lady San/Chenxiang
정패패....유언창
Cheng Pei-pei....Liu Yanchang
이청....영지
Li Ching....Fairy Lingzhi
전풍....이랑신
Tien Feng....Erlang

삼성모와 유언창

[보련등 寶蓮燈]은 인기있는 중국 이야기로, 지금까지 다양한 매체를 위해 각색되었고 지금도 각색되고 있지요. 가장 유명한 건 지금 제가 다룰 60년대 황매조 영화입니다. 1999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고, 2004년에도 텔레비전 시리즈가 나왔죠. 이 시리즈에서는 박시연이 조연으로 나오기도 했어요.

각색마다 이야기는 조금 다르지만, 영화 [보련등]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선비 유언창은 과거에 떨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다 여신 삼성모와 사랑에 빠집니다. 둘 사이에는 침향이라는 아들까지 태어나지만, 그만 오빠인 이랑신에게 들키고 말죠. 이랑신은 하늘의 계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삼성모를 화산 밑에 감금하고 유언창과 갓난아기 침향은 삼성모의 시녀인 영지의 도움을 받아 탈출합니다. 14년 뒤,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달아나던 침향은 화산에서 영지를 만나고 둘은 힘을 합쳐 삼성모를 구출합니다. (네, 손오공은 안 나와요.)

뭐,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영화도 재미있는 편입니다. 황매조 영화는 전에 하던 대로만 해도 중간은 하는 장르고요. 하지만 이 영화엔 심각한 문제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캐스팅이에요. 얼핏 보기엔 문제가 없을 것 같죠? 정패패, 이청, 임대는 모두 실력을 인정받은 쇼 브라더즈의 대표 배우들이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게 먹히지 않습니다. 운도 나빴고 타이밍이 나빴으며... 캐스팅 문제는 심각했어요.

우선 정패패를 보죠. 이 작품은 정패패의 쇼 브라더즈 데뷔작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정패패의 조금 투박해보이는 이미지가 황매조 남자 주인공에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제2의 능파를 한 번 키워보자며 황매조 영화에 이 사람을 집어 던진 거죠. 결과는 대실패였어요. 황매조 남자 주인공은 남성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여리고 나긋나긋하고 세련된 선비 느낌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지요. 그리고 정패패는 암만 봐도 선비 이미지는 아니에요. 시골에서 마구 뛰놀며 씩씩하게 자란 농촌 처녀 같지요. 남장 검객 금연자엔 딱일지 몰라도 황매조 남자 주인공과는 맞지 않아요. 게다가 영화 중반 이후엔 나이 든 걸 표현하느라 그 어리디 어린 얼굴에 수염까지 기르고 나온답니다. 도대체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임대는... 삼성모 역을 할 때는 괜찮아요. 자주 해왔던 타입의 역할이니까요. 하지만 이 사람은 삼성모 뿐만 아니라 아들 침향역까지 동시에 맡고 있어요. 여기서 망가지는 거죠. 이 사람은 남자 역에는 맞지 않아요. 14살 소년 역엔 더더욱 안 맞고요. 남자 옷 입은 모습도 그렇게 안 예뻐요. 그냥 나이 든 아줌마가 젊은 척 하는 거죠. 민망해 죽겠어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능파가 얼마나 좋은 황매극 배우인지 알게 돼요. 능파가 두 남자 역들을 맡았다면 노래랑 스턴트도 직접 했을 거고 로맨틱하고 연약한 남자 연인역과 나긋나긋하고 순진무구한 소년역 모두를 그럴싸하게 소화해 냈을 것이며 남자 옷도 완벽하게 어울렸겠죠. 그나마 이 영화에서 자기 역할을 잘 하고 있는 이청과도 호흡이 잘 맞았을 거고요. 네, 팬심에 기울어진 채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맞아요. 하지만 어떻게 반박할 수 있겠어요?

지금까지 제가 열거한 문제들은 사람들의 계산착오에 기인한 것이었어요. 고치려면 고칠 수도 있었던 거죠. 하지만 마지막 문제는 정말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게 뭐냐고요? 이 영화는 임대의 유작입니다. 임대는 1964년 7월 17일, 두 편의 미완성 영화를 남기고 자살했어요. 그리고 그 미완성 영화들 중 한 편이 바로 이 [보련등]이었지요. 영화는 1년 뒤에 완성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미완성 부분을 대역을 기용해 촬영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결과는? [욕망의 모호한 대상]의 중국판이에요. 한 시퀀스 안에서도 당연한 것처럼 중간에 배우가 바뀐답니다. 단지 더블 캐스팅을 유희처럼 즐기는 브뉴엘의 영화와는 달리 [보련등]은 그냥 절실하고 딱하게만 보입니다. 몰입하기도 어렵고요. (06/03/10)

DJUNA

기타등등

근데 침향 대신 감옥에 갔던 유언창은 어떻게 풀려났던 걸까요?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