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옥사이드 팡 Oxide Pang
대니 팡 Danny Pang

주연
서기....조이
Qi Shu....Joey
제다폰 폴디....샘
Jesdaporn Pholdee....Sam
원려기....유령
Eugenia Yuan....Ghost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이

[디 아이]는 호러영화의 새 지평을 연 작품 따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충분히 자극적이었고 중국식 전통 귀신들은 재미있었으며 주인공은 호소력이 있었습니다. 해외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고 톰 크루즈는 리메이크 판권을 샀지요. 이 정도면 경험없는 장르에 가볍게 도전한 결과치고는 아주 좋았습니다. 당연히 속편이 나올만 했어요.

그렇다면 [디 아이 2]는 원작을 본 관객들의 기대를 채워줄만한 영화였을까요? 아뇨, 그렇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스토리를 보나, 호러 자극의 정도를 보나, [디 아이 2]는 그냥 함량 미달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1편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단지 극한적인 상황을 겪은 뒤 귀신을 보게 되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점만 같을 뿐이죠. 전편의 주인공 문이 각막 이식 수술을 받은 맹인 바이올리니스트라면, 2편의 주인공 조이는 실연한 뒤 자신이 임신한 줄도 모르고 자살을 기도한 잡지사 기자입니다. 당연히 주인공의 주변엔 귀신들이 몰려들고 임신한 아이도 어딘지 모르게 이상합니다.

영화의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습니다. 꽤 성숙하다고 할 수 있고 동양적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영화는 귀신들의 세계를 단순히 공포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반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우주의 일부지요. 짐작하셨겠지만 임신한 주인공에게 몰려드는 귀신들은 윤회와 관련있습니다. 다시 말해 조이는 늘 일어나는 일에 조금 더 민감한 거죠. 영화가 끝나면 조이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공포심을 접고 그들을 자신의 삶 속에 받아들입니다.

물론 각본은 이야기를 그렇게 일상적으로만 만들지 않습니다. 조이를 스토킹하는 귀신은 그냥 귀신이 아니에요. 생전에 조이와 조금 짜증나는 사연으로 얽혀 있는 사이죠. 이 둘의 관계를 밝히는 게 이 영화의 미스터리인데, 지금까지의 줄거리만 읽고 조금만 생각해도 해답을 낼 수 있을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은 이 아이디어를 너무나도 건성으로 다룹니다. 일단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아요. 이미 조이는 귀신들이 윤회를 위해 임산부의 몸 속에 들어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귀신들을 볼 때마다 그렇게까지 유난을 떠는 걸까요? 물론 여전히 무섭긴하겠지만 그들로부터 어떻게 해서건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죠.

주인공 조이도 아주 비능률적인 캐릭터입니다. 전편에서 이심결이 연기한 문은 좋은 주인공이었습니다. 감정이 깊고 풍부했으며 전체적으로 품위있는 인물이었지요. 관객들은 별다른 거부감없이 문을 주인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조이에겐 문이 가진 장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버릇없는 틴에이저같은 캐릭터예요. 도입부에서 자살을 한 것도 진짜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기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남자 친구를 괴롭히기 위해서였지요. 물론 줄거리와 주제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불완전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 영화에서 조이는 거의 성장하지 않습니다. 끝날 때까지 어리광쟁이 아이같죠. 감정 이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당연히 공포 효과도 떨어지지요.

장르 영화의 기능적 측면을 보더라도 영화는 전작보다 못합니다. 귀신들의 묘사는 모두 전작을 맥없이 반복하고 있어요. (엘리베이터와 같은 무대는 이번에도 재활용됩니다.) 택시 귀신처럼 새로운 분장 시도를 하는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귀신들은 저번만큼 공포 효과를 주지 못합니다. 게다가 공포를 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들이 거의 조잡할 지경이에요. 아무 데에서나 찍찍 사운드를 떨구는 음향효과도 그렇고 리듬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귀신들을 밀어넣는 수법도 그렇고요. 전체적으로 [디 아이 2]에는 좋은 호러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유려한 맛이 부족합니다. 결말은 거의 실소감이고요.

[디 아이 2]가 괜찮은 흥행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곧 제3편인 [디 아이 10]이 나온다고 합니다. 제가 팡 형제와 진가신이라면 잠시 여유를 두고 생각을 해 볼 거예요. [디 아이]가 어쩌다 성공했다고 해서 그들이 호러영화를 특별히 더 잘 다루게 된 건 아니니 말이에요. (04/05/18)

DJUNA

기타등등

귀신으로 나온 원려기는 정패패의 딸이라네요. 별로 닮은 것 같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