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드 루리 Rod Lurie

주연
게리 올드먼....셸든 러니언 하원의원
Gary Oldman....Rep. Sheldon Runyon
조운 앨런....레인 핸슨 상원의원
Joan Allen....Sen. Laine Hanson
제프 브리지스....잭슨 에번즈 대통령
Jeff Bridges....President Jackson Evans
크리스찬 슬레이터....레지널드 웹스터 하원의원
Christian Slater....Rep. Reginald Webster
샘 엘리엇....커미트 뉴먼
Sam Elliott....Kermit Newman
윌리엄 L. 페터슨....잭 해서웨이 주지사
William L. Petersen....Gov. Jack Hathaway
솔 루비닉....제리 콜리버
Saul Rubinek....Jerry Tolliver
필립 베이커 홀....오스카 빌링스
Philip Baker Hall....Oscar Billings
마이크 바인더....루이스 홀리스
Mike Binder....Lewis Hollis
로빈 토머스....윌리엄 핸슨
Robin Thomas....William Hanson
마리엘 헤밍웨이....신시아 찰튼 리
Mariel Hemingway....Cynthia Charlton Lee
캐스린 모리스....특수 요원 페이시 윌로미나
Kathryn Morris....Special Agent Paige Willomina
크리스틴 쇼....피오나 해서웨이
Kristen Shaw....Fiona Hathaway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레인 핸슨

에번즈 대통령의 임기 말기에 부통령이 갑자기 사망합니다. 새 부통령을 뽑는 게 대통령의 '백조의 노래'가 될 판이죠. 가장 유력한 후보는 잭 해서웨이 주지사지만, 에번즈는 그를 매스컴의 영웅으로 만든 자동차 사고가 스캔들로 연결될까봐 영 불안합니다. 그가 대신 선택한 부통령 지명자는 얼마 전에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직을 옮긴 레인 핸슨 상원의원입니다. 핸슨은 이상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안전한 선택입니다. 능력은 있지만 특별히 야심이 대단한 것 같지 않고 무엇보다 카메라빨 잘 받는 미인이거든요.

하지만 핸슨의 선정에 불만인 법사위원회의 러니언 하원의원이 등 뒤에서 핸슨의 뒤를 캐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는 핸슨의 대학 동창들로부터 핸슨과 관련된 혼음 파티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 정보를 몰래 인터넷에 흘립니다. 핸슨은 순식간에 매스컴의 집중포화를 받지만, 이상할 정도로 그 사실에 대해서는 진위여부를 밝히지 않습니다.

[컨텐더]의 가장 큰 장점은 부통령 인준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미국 정치판을 그려내는 방식입니다.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로드 루리는 법사위원회의 청문회라는 메인 이벤트를 중심에 놓은 뒤, 흥미진진한 소재들을 잔뜩 던져놓습니다. 청문회의 공식적인 드라마와 그 밑에서 진행되는 물밑 세력 다툼,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알력,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이중 잣대, 정치인의 섹스 스캔들과 그에 대한 다양한 대응... 이들은 좋은 토론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좋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소재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미스터리 중심에는 레인 핸슨 상원의원이 있습니다. 핸슨은 영화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로 존재합니다. 일단 이 사람은 그렇게까지 믿음직한 정치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중간에 당적을 옮긴 것부터가 의심스럽고 과거를 밝히지 않는 것도 뭔가 숨기고 있다는 증거 같아요. 영화는 인준 청문회를 통해 서서히 핸슨이라는 인물의 성격 위에 덮인 베일을 벗겨가는데 그 과정은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이 영화가 가장 흥미진진할 때도 핸슨이 살짝살짝 속내를 드러내는 정체불명의 인물일 때고요.

후반에 모든 진상이 밝혀집니다. 알고 봤더니 핸슨은 프랭크 카프라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상적인 정치가입니다. 미심쩍게 보였던 일들도 모두 굽히지 않는 소신의 결과였고요. 반대로 영웅 대접을 받던 잭 해서웨이는 위선자이며 사기꾼입니다.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해서웨이의 음모가 밝혀지는 반전은 너무 작위적이라 사실적인 정치물로 시작했던 영화의 흐름을 깹니다. 핸슨이 너무나도 이상적인 정치가라는 사실 덕택에 캐릭터의 힘이 많이 죽으며 전체적으로 영화가 민주당 선전물 비슷하게 변질됩니다. 대통령의 요란한 연설로 맺어지는 결말도 카프라 영화의 흉내같고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악 구분을 해버리지 않았다면 영화가 훨씬 그럴싸했을 거고 주제도 더 잘 살았을 겁니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라는 헌사도 그렇게 닭살돋는 느낌을 주지 않았을 거고요.

후반부의 변질을 커버하는 것은 배우들의 질입니다. 핸슨 역의 조운 앨런은 캐릭터의 힘이 조금 딸리긴 하지만, 미스터리에 싸인 주인공의 복잡한 심정을 완벽하게 살려냅니다. 에번즈를 연기한 제프 브리지스는 클린턴식 쇼맨십과 그 은근하게 느끼한 느낌을 섞어 믿음직한 카리스마로 구축해냅니다.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러니언 역의 게리 올드먼입니다. 역도 좋죠. 올드먼은, 이중 잣대와 편견으로 뭉쳐있으며 목적을 위해서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 인물이지만 자신의 신조에 충실한 정치가이기도 한 이 복잡한 캐릭터를 힘있고 인상적으로 연기해냅니다. 이들은 앙상블도 좋아서 영화는 좋은 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 대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컨텐더]는 여전히 좋은 부분이 많은 가득한 정치 스릴러입니다. 좋은 배우들의 불똥 튀기는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노골적인 카프라 접근법 때문에 진짜로 좋은 정치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가능성을 놓쳐버리고 괜찮은 '민주당 할리우드' 영화로 주저앉고 말았군요. 알고 한 선택이겠지만 그래도 결과가 그렇게까지 좋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03/01/07)

DJUNA

기타등등

1. 게리 올드먼은 영화의 결말에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원래 각본에서는 러니언을 그렇게까지 악역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원래 각본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제 생각엔 그대로 따랐다면 이야기가 더 믿음직했을 것 같습니다.

2. 윌리엄 L. 페터슨이 나오는 장면을 볼 때마다, 왜 저 사람이 물에 빠진 자동차를 조사하지 않는지 궁금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