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라세 할스트룀 Lasse Hallström

주연
토비 맥과이어....호머 웰즈
Tobey Maguire....Homer Wells
마이클 케인....윌버 라치 박사
Michael Caine....Dr. Wilbur Larch
샬리즈 테론....캔디 캔달
Charlize Theron....Candy Kendall
딜로이 린도....로즈 씨
Delroy Lindo....Mr. Rose
에리카 바두....로즈 로즈
Erykah Badu....Rose Rose
폴 러드....월리 워딩턴
Paul Rudd....Wally Worthington
제인 알렉산더....에드나 간호사
Jane Alexander....Nurse Edna
캐시 베이커....안젤라 간호사
Kathy Baker....Nurse Angela
키어란 컬킨....버스터
Kieran Culkin....Buster
케이트 넬리건....올리브 워딩턴
Kate Nelligan....Olive Worthington
헤비 D....피치즈
Heavy D....Peaches
K. 토드 프리먼....머디
K. Todd Freeman....Muddy
스펜서 다이아몬드....컬리
Spencer Diamond....Curly
파즈 드 라 우에타....메리 아그네스
Paz de la Huerta....Mary Agnes
J.K. 시몬즈....레이 캔달
J.K. Simmons....Ray Kendall

1.

이 영화의 원제인 [The Cider House Rules]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존 어빙의 소설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영어 관용구에는 익숙한 분들이라면 [사이더 하우스 만세!]나 [사이더 하우스 최고다!] 쯤으로 읽으실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경우는 순진한 직역이 맞죠. [The Cider House Rules]은 [사이더 하우스의 규칙]이라는 뜻입니다.

Cider House는 말 그대로 사과술 만드는 집입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호머 웰즈가 20년 동안 살았던 고아원을 떠나 처음으로 정착한 농장에서 그가 머물던 곳이죠. 이 집의 벽에는 간단한 사용자 규칙이 붙어 있어요. '술마시고 기계 만져서는 안된다' '밤에는 지붕 위에 올라가선 안된다', '침대에서 담배 피워선 안된다'...

뻔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중대한 규칙도 아닌 그런 규칙들이지요. 게다가 사이더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맹이라 호머가 올 때까지는 벽에 붙은 종이짝에 뭐라고 써 있었는지도 몰랐답니다. 결국 이 영화가 끝나갈 무렵 종이짝은 난로 속으로 들어가고 말죠.

2.

우리의 주인공은 두 번이나 입양되었다가 딱지 맞고 고아원으로 다시 돌아온 호머 웰즈라는 친구입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고아원 의사인 라치 박사 등 뒤로 의학을 배워서 의사 구실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죠.

어느 날 낙태지지자인 라치 박사한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캔디와 월리라는 젊은이들이 찾아옵니다. 캔디가 낙태 수술을 받는 도중 갑자기 세상을 보고 싶어졌는지, 호머는 그들과 함께 고아원을 벗어나죠. 호머는 월리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사과나무 과수원에서 일을 시작하며 동료인 흑인 노동자들과 관계를 쌓아가고 또 캔디와도 일을 저지릅니다. 한편 고아원에 남겨진 의사 양반은 후계자로 호머를 지목하고 자기 나름대로 계획을 짜기 시작합니다. 물론 호머가 의사도 아니고 의사 자격증도 없다는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말이죠.

흠, 그런데 이 영화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낙태 이슈입니다. 비평가들이 가장 관심을 보였던 부분도 이런 부분이었고요. 영화는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있지는 않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상당히 예민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낙태 이슈는 그렇게까지 큰 부분이 아닙니다. 낙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호머의 생애에 삽입되는 여러 이야기들 중 하나일뿐이죠. 영화 전체를 휘어잡을만한 주제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성장물일까요? 아마도 그럴지 모릅니다. 적어도 그런 모양이 잡혀 있죠. 고아원밖에 모르던 한 젊은이가 세상 밖으로 나와 겪는 모험담이잖아요.

하지만 성장물로 보려고 해도 뭔가 문제가 있습니다. 성장물에선 캐릭터의 성장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호머는 1년 동안의 외출 동안 뭔가 건진 것 같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주인공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의지도 없습니다. 그냥 운명을 따를 뿐입니다. 낙태 시술을 한 번 한 것을 빼면 뭔가 배운 것 같지도 않고요. 배웠다면 '홈 스위트 홈' 정도?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뭘까요? 정말 영화가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기는 하는 걸까요?

제목을 통해 접근하면 어떨까요? 이 영화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은 모두 세상의 규칙을 사이더 하우스의 규칙처럼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라치 박사 같은 사람은 그렇지요. 아마 사과 농장의 흑인 노동자들도 같은 부류 사람들일 겁니다. 이들을 통해 세상의 법도와 규칙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말하고 싶었다면 그럴 수도 있죠.

그러나 이렇게 봐도 영화는 뭔가 모자랍니다. 우선 라치 박사나 로즈 일행은 같이 놓고 비교할 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에 대한 영화의 입장 역시 분명하지 않고요. 제목을 놓고 보더라도 영화는 흐릿하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사이더 하우스]는 그냥 흐릿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흐릿해 보이는 건 분명하게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영화의 재미는 전체적인 이야기가 아닌 부분부분에 있습니다. 여기서 존 어빙과 라세 할스트룀의 성격이 그럴싸하게 어울립니다. 조용한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괴상함과 과격함을 차분하고 태연하게 묘사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세요. 이런 소재와 태도의 충돌은 종종 시적인 느낌까지 불어일으키는데,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닙니다. 결국 영화가 무언가 하려고 했다면 이 엉뚱한 재미를 일으키는 게 아니었나 싶어요.

3.

좋은 배우들이 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사람은 마이클 케인이지요. 악센트를 바꾸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개성적인 목소리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참 연륜을 근사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스카를 받을 만 해요. 젊은 주연 배우들인 토비 맥과이어와 샬리즈 테론도 믿음직스럽고요. (00/06/13)

DJUNA

기타등등

[사이더 하우스]는 아카데미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는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아카데미의 덕을 본 적은 없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몰래 개봉된 것이나 다름 없었죠. 미라맥스의 전술은 효율적이었지만 과연 아카데미 상에 맞는 영화이긴 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