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루스 헌트 Bruce Hunt

주연
콜 하우저....잭
Cole Hauser....Jack
에디 시브리언....타일러
Eddie Cibrian....Tyler
레나 헤디....캐스린
Lena Headey....Kathryn
파이퍼 페라보....찰리
Piper Perabo....Charlie
모리스 체스트넛....톱 뷰캐넌
Morris Chestnut....Top Buchanan
릭 라바넬로....브릭스
Rick Ravanello....Briggs
마르셀 이우레스....니콜라이 박사
Marcel Iures....Dr. Nicolai
키어런 다시-스미스....스트로드
Kieran Darcy-Smith....Strode
대니얼 데이 킴....알렉스
Daniel Dae Kim....Alex

캐스린과 타일러

[케이브]의 아이디어는 괜찮습니다. 네, 이 작품이 80년대 이후 줄기차게 쏟아져 나온 [에일리언] 아류 영화라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식인 괴물과 함께 밀실에 갇힌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더 이상 만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아닙니까?

[케이브]의 아이디어는 루마니아라는 나라의 지리에서 출발합니다. 만이천 개가 넘는 동굴이 나라 곳곳에 숨어 있고 거기서 계속 새로운 생명체들이 발견되는 곳이죠. 그렇다면 드라큘라와 뱀파이어 전설의 고향인 이 나라의 원래 이미지와 동굴 속에 사는 괴물을 섞어 보면 어떨까요? 그 결과 등장하는 게 꼭 지옥과도 같은 동굴 속에서 사는 악마처럼 생긴 동굴 괴물인 것입니다. 물론 그 괴물은 동굴에 들어온 탐사대와 마주치고요.

괜찮지 않나요? 전 괜찮은 것 같은데. 이 아이디어에는 [에일리언]식 괴물 영화와 50년대 펄프 SF, 루마니아를 무대로 한 고딕 호러의 요소들이 적당히 섞여 있습니다. 잘만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할리우드 호러 버전 [신곡]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신곡]까지는 아니더라도 [피치 블랙] 정도는 될 수 있었겠죠.

[케이브]의 문제점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다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냥 안이합니다. 편집과 스토리텔링은 헐겁고 캐릭터들은 재미가 없습니다. 전 라나 헤디와 파이퍼 페라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을 조금 걱정하긴 했지만 구성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장한 백인 남자들은 도통 구별도 되지 않는군요. 가끔 정신을 딴 데 팔면 사람 몇 명이 사라지고 없는데, 그게 누군지 알 수 없을 정도예요.

기술적인 면을 보더라도 영화는 밋밋한 편입니다. 사실 밋밋함을 넘어서서 산만하기까지 하죠. 특히 대충대충 필름들을 이어 붙인 것 같은 편집은 사방으로 튀어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게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면 영화가 그만큼 호소력이 없다는 뜻이겠지요.

액션신 역시 작위적이고 지나치게 공식에 치중한 편입니다. 딱 하나 좋았던 건 극중 인물인 찰리가 절벽에 매달려 괴물과 대결하는 장면이었는데, 그걸 빼면 정말 볼 게 없습니다. 패트릭 타토폴로스의 괴물도 평범한 편이고요.

전 여전히 이 아이디어가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뻔한 [에일리언] 아류라고 해서 새롭게 팔 무언가가 없는 건 아니죠. 아마 이 영화의 가장 큰 실수는 자기네들이 뻔한 [에일리언] 아류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믿은 데에 있을 겁니다. (05/10/05)

DJUNA

기타등등

얼마 전에 영국에서 [독 솔져스]의 감독 닐 마샬이 역시 동굴 속의 괴물을 다룬 [The Descent]라는 영화를 만들었죠. 이 영화 쪽이 훨씬 평이 좋던데 국내 상영은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