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랭클린 J. 샤프너 Franklin J. Schaffner

주연
로렌스 올리비에....에즈라 리베르만
Laurence Olivier....Ezra Lieberman
그레고리 펙....요제프 멩겔레
Gregory Peck....Dr. Josef Mengele
제임스 메이슨....에두아르트 자이베르트
James Mason....Eduard Seibert
릴리 파머....에스터 리베르만
Lilli Palmer....Esther Lieberman
우타 하겐....프리다 말로니
Uta Hagen....Frieda Maloney
스티브 구텐버그....배리 콜러
Steve Guttenberg....Barry Kohler
덴홀름 엘리엇....시드니 베이넌
Denholm Elliott....Sidney Beynon
로즈마리 해리스....헤르타 도링
Rosemary Harris....Herta Doring
존 데너....헨리 윌락
John Dehner....Henry Wheelock
존 루빈스타인....데이빗 베넷
John Rubinstein....David Bennett
앤 미라....커리 부인
Anne Meara....Mrs. Curry
제레미 블랙....잭 커리/사이먼 해링턴/에리히 도링/바비 윌락
Jeremy Black....Jack Curry/Simon Harrington/Erich Doring/Bobby Wheelock
브루노 간츠....브루크너 교수
Bruno Ganz....Professor Bruckner
월터 고텔....게르하르트 문트
Walter Gotell....Gerhart Mundt
데이빗 허스트....스트라서
David Hurst....Strasser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젊은 유태인 청년 배리 콜러는 '죽음의 천사' 요제프 멩겔레가 이상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나찌나 홀로코스트와는 전혀 상관 없는 것 같은 해없는 노인네들 90여명을 정확한 날짜에 살해하려는 것이었죠. 콜러는 그 정보를 저명한 나찌 사냥꾼 에즈라 리베르만에게 알리는 동안 멩겔레 패거리들한테 살해당하고 리베르만은 멩겔레가 꾸미고 있는 음모의 한가운데로 뛰어듭니다.

아이라 레빈의 베스트셀러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진짜 멩겔레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음모를 꾸민 적 없습니다. 모두 레빈이 지어낸 것이지요.

소설 속 멩겔레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제2의 히틀러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이미 그가 만든 히틀러의 복제인간들이 전세계에서 자라고 있었지요. 이제 필요한 것은 히틀러의 정확한 성장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히틀러의 아버지가 65살에 죽었으니 그 복제인간 소년들의 아버지 역시 그 나이에 죽어야 했지요.

굉장한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이 소설이 발표되었던 1970년대엔 클로닝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클로닝을 훨씬 만만하게 생각했지요. 이미 복제인간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복제인간]이라는 자칭 논픽션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었어요. 레빈은 그냥 유행을 충실하게 따라간 것 뿐입니다.

꽤 성의있게 따라가기도 했어요. 레빈 자신도 멩겔레의 음모가 어처구니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성장 과정을 복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히틀러가 태어났던 역사적 상황을 재현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사실이고요. 소설과 영화는 이 문제점들을 감추지 않고 전면에 드러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꽤 그럴 듯 합니다. 멩겔레가 유전학에 집착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유태인 수용소에서 말도 안되는 인체 실험을 했던 것 역시 사실이었고요. 윤리 의식의 결여와 과학적 탐구, 미치광이와 같은 집착이 결합되면 정말로 히틀러를 복제할 생각을 꿈꿀 수도 있겠지요.

샤프너의 영화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은 소설을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몇 가지 디테일이 바뀌기는 했지만 대단한 정도는 아닙니다. 영화가 소설과는 다른 어떤 목소리를 내거나 하지는 않아요. 이 영화는 전형적인 '베스트셀러 각색 영화'입니다. 꽤 재미있는 베스트셀러 영화이고 그럭저럭 날씬하게 만들어진 영화이기도 하지만 아주 잘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뭐랄까, 필요 이상으로 작위적이에요.

영화는 원작의 단점 역시 극복하지 못합니다. 특히 에필로그는 약합니다. 히틀러의 복제인간은 결코 로즈마리 베이비나 데미안이 아닙니다. 멩겔레가 어떻게 생각했건 그 아이들이 제2의 히틀러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어요. 그렇다면 에필로그는 허풍일뿐이지요. 그게 허풍이라면 영화 전체의 힘 역시 떨어지고요. 사실 클로닝에 대한 지식이 더 쌓인 요새 이 영화를 보면 좀 맥이 빠집니다.

영화 자체의 모습을 부여하는 것은 로렌스 올리비에와 그레고리 펙, 제임스 메이슨과 같은 거물 노땅들을 동원한 캐스팅입니다. 그 중 독일계 유태인 영감의 고약한 악센트를 일관하며 능청을 떠는 로렌스 올리비에의 연기는 아주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요. 그레고리 펙의 연기는 그보다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둘의 캐스팅을 보고 [마라톤 맨]과 [오멘]의 결합이라고 했는데, 사실 레빈의 원작을 잊는다면 그런 소릴 들어도 이상하지는 않죠. 나찌 전범 이야기와 악마의 아들 이야기가 그럴싸하게 결합해 있으니까요.

샤프너의 연출보다 영화에 더 강한 개성을 부여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는데, 그는 작곡가인 제리 골드스미스입니다. 그는 비엔나 왈츠와 바그너 음악을 적당히 섞고 모방하면서 영화에 놀려대는 듯한 분위기를 심어놓는데, 아주 유쾌해요.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00/04/16)

D&P

기타등등

OCN에서는 이 영화의 제목을 [브라질에서 온 소년]이라고 붙였는데, 이 경우 단수로 고치면 영화의 의미가 달라져 버립니다. 그냥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이라고 하는 게 낫겠어요. 이미 KBS에서 그 제목으로 방영한 적 있고 소설도 그 제목으로 번역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