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N. 투이 David N. Twohy

주연
찰리 쉰....제인 지민스키
Charlie Sheen....Zane Ziminski
론 실버....고디안
Ron Silver....Gordian
테리 폴로....샤
Teri Polo....Char
리처드 쉬프....캘빈
Richard Schiff....Calvin
필리스 애플게이트....루즈벨트 부인
Phyllis Applegate....Mrs. Roosevelt
토니 T. 존슨....키키
Tony T. Johnson....Kiki

1.

제인 지민스키는 외계 생명체가 보낸 신호를 찾는 천문학자입니다. 어느날 그는 전파 망원경으로 45초에 걸친 이상한 신호를 포착하고 외계인의 신호라고 보고하지만, 상부에서는 철저하게 무시합니다. 지구에서 보낸 듯한 또다른 신호를 따라 멕시코로 간 그는 지구 식민지를 세우려는 외계인들의 기지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는 혼자이며 주변의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2.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어라이벌]은 두 개의 독립된 아이디어를 끼워맞춘 작품입니다. 도입부에서는 하드한 SETI 이야기로 시작해서 뒷부분에서는 고전적인 외계인 지구 정복 이야기로 발전해가죠. 사실 이 둘은 아귀가 아주 잘 맞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이미 지구에 기지까지 가지고 있는 외계인들에게 모성이 보안이 어렵고 실용성도 없는 전파로 비밀 신호를 보내야 할 이유가 불분명합니다. 게다가 초기에는 각본가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은 '광속의 한계'라는 개념이 뒷부분에서는 살짝 무시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어라이벌]은 꽤 잘 만든 저예산 SF입니다. 적어도 저희는 [인디펜던스 데이]보다 즐겁게 보았습니다. 각본가이자 감독인 데이빗 투이(이 친구는 [도망자]와 [워터월드]의 각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는 적어도 50, 60년대 냉전시대 SF가 관객들에게 주었던 즐거움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어라이벌]은 종종 흔들리기는 해도 핵심을 찌른 복고 SF입니다.

3.

[어라이벌]의 상당부분은 제인이 외계인의 기지에 침입한 뒤 구경하는 '유람'에 할애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상당히 싼 값으로도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는 컴퓨터 그래픽 때문에 이 장면은 꽤 괜찮지만 가끔 외계인의 장난감들에 지나치게 매료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지와의 조우]도 그런 영화였고 저희는 그 영화도 즐겁게 보았습니다.

[어라이벌]의 외계인 역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때문에 그들이 휴머노이드임에도 불구하고 분장한 지구인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형은 다리 관절의 위치입니다. 그들은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꺾어지는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글프게도, 뇌를 감싼 돼지 귀 같은 덮개와 마찬가지로, 그 아이디어는 그렇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들이 지구인으로 변장했을 때는 지구인과 별로 다를 게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장한 외계인들의 정체가 관절의 변형으로 드러나는 장면들은 시각적으로 그럴 듯합니다.

4.

이 영화에는 거의 노골적인 환경 보호 메시지가 깔려 있습니다. 외계인 리더가 제인에게 하는 말은 거의 캐치 프레이즈처럼 들립니다. "우리는 자네들이 시작한 일을 끝낼 뿐이야."

그러나 저희한테는 작위적으로까지 보이는 이 교훈보다는 영화의 결말이 더 흥미롭게 보입니다. 투이는 [인디펜던스 데이]의 패거리들처럼 대통령이 이끄는 전투기들이 외계인의 UFO를 박살내서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대신 제인이 외계인과 나눈 대화를 위성으로 전 세계에 방송하는 소극적인 방법을 택하는데, 사실 그것도 그렇게 대단한 방법 같지는 않아요. 그러나 제인이 외계인 에게 "왜 그냥 도움을 청하지 않았나!"하고 묻는 장면은 뭔가 특별한 데가 있습니다. 적어도 이 결말에는 '화해'와 타협의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런 결말이 이런 스토리에선 더 타당하지요. 어떻게 우리가 그들과의 전쟁에서 [인디펜던스 데이] 식으로 이길 수 있겠어요.

5.

이 영화의 스토리에서 인종적, 문화적인 편견을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외계인들은 덥고 환경법이 엉성한 제3국을 무대로 일을 벌이는데, 이런 상황은 그런 나라들의 환경 정책에 대한 단순한 비난으로 읽힐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대부분의 외계인들이 히스패닉이나 다른 유색인종으로 변장하고 있다는 점도 아주 즐겁지는 않고요. 하지만 스토리를 따지고 보면 나름대로 타당성있는 상황이니 그렇게 심각하게 다루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6.

찰리 쉰은 열심히 하고 믿을 만합니다. 하지만 이 배우는 저희에게 여전히 코미디언처럼 보입니다. :-) 론 실버는 언제나 알찬 조역입니다. 샤 역의 테리 폴로는 어딘가 낯이 익다는 느낌이었는데 알고봤더니 [영혼의 집]의 로사였더군요. (97/06/19)

D&P

기타등등

속편도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습니다.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