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저 코먼 Roger Corman

주연
빈센트 프라이스....록/포추나토/발데마
Vincent Price....Locke/Fortunato/Valdemar
매기 피어스....르노라 록 ([모렐라] 에피소드)
Maggie Pierce....Lenora Locke (segment "Morella")
리오나 게이지....모렐라 록 ([모렐라] 에피소드)
Leona Gage....Morella Locke (segment "Morella")
피터 로레....몬트레소 헤링본 ([검은 고양이] 에피소드)
Peter Lorre....Montresor Herringbone (segment "The Black Cat")
조이스 제임슨....애너벨 헤링본 ([검은 고양이] 에피소드)
Joyce Jameson....Annabel Herringbone (segment "The Black Cat")
베이질 래스본....카마이클 ([발데마 사례] 에피소드)
Basil Rathbone....Carmichael (segment "The Facts in the Case of M. Valdemar")
데브라 파젯....헬렌 발데마 ([발데마 사례] 에피소드)
Debra Paget....Helene Valdemar (segment "The Facts in the Case of M. Valdemar")
데이빗 프랭크햄....엘리엇 제임스 박사 ([발데마 사례] 에피소드)
David Frankham....Dr. Elliot James (segment "The Facts in the Case of M. Valdemar")

로저 코먼의 [테일즈 오브 테러]는 애드거 앨런 포 리믹스 앨범 쯤 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포의 세 단편은 [모렐라], [검은 고양이], [발데마 사례]를 각색한 옴니버스 물인데, 리처드 매서슨은 단순히 이 세 작품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다른 포의 단편들을 섞어서 포 칵테일 비슷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인 [모렐라]는 태어난 직후부터 아버지를 떠났던 르노라가 26년만에 집으로 돌아오며 시작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직까지 어머니 모렐라를 잊지 못하고 집에 시신을 감추고 있었죠. 부녀는 간신히 서로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지만 자기가 아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모렐라의 유령은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어섭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아시겠지요? 제목은 [모렐라]지만 스토리는 후처를 딸로 고치고 동기를 바꾼 [라이지아]입니다.

이 두 편의 결합은 그렇게까지 어색하지 않습니다. [모렐라]나, [라이지아]나 결국 같은 이야기니까요. 로저 코먼의 적당히 거창한 센세이셔널리즘이 원작의 우울한 시적 느낌을 모조리 지워버린 건 사실이지만, 우린 이미 그런 코먼의 각색에도 익숙해져 있지요. 괜찮은 에피소드입니다. 빈센트 프라이스도 그 사람 특유의 거창한 똥폼 연기를 선보이고요.

두번째 에피소드인 [검은 고양이]는 주정뱅이 몬트레소 헤링본이 술을 찾아 헤매다가 포도주 감식 클럽에 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포도주 감식인인 포추나토와 대결을 벌인 뒤 곧 친구가 됩니다. 그러나 포추나토가 아내 애너벨과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몬트레소는 전형적인 포의 방식으로 그들을 죽이고 말죠. 한동안 포추나토는 아내의 돈으로 흥청망청 놀아나지만 결국 아내의 검은 고양이가 그의 범행을 폭로해버립니다.

네, 맞아요. 제목과 결말은 [검은 고양이]이지만 스토리와 캐릭터는 [아몬티야도 술통]에서 가져 온 것이죠. 여기에 적당히 불륜 이야기를 첨가하면 이 에피소드가 만들어집니다.

[검은 고양이]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야심적인 작품입니다. 그 정도로 각색이 튀니까요. [검은 고양이]와 [아몬티야도 술통]의 유사점은 지하의 벽에 시체나 원수를 묻는다는 것 정도밖에 없습니다. 이것만 해도 어색한데, 매서슨과 코먼은 이들을 섞어서 고약한 블랙 코미디를 만든다는 재주를 피웁니다. 피터 로레와 빈센트 프라이스 모두 이 영화에서 모두 상당히 코믹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프라이스의 경우는 좀 당황스러울 지경이죠.

결과는 꽤 흥미롭지만 아주 성공적이지는 않습니다. 결국 전혀 다른 이야기를 섞은 작품이라는 티가 상당히 날 수밖에 없거든요. 특히 검은 고양이의 비중은 너무 적어서 제목이 어색할 지경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만 했어요. 이런 단점들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 괴상한 블랙 코미디는 사람들의 의표를 찌르는 면이 있고 부서진 포의 조각들을 저글링하듯 집어 던지는 코먼의 장난은 꽤 흥미롭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발데마 사례]는 앞의 두 에피소드와는 달리 칵테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순수한 각색도 아니고요. 약간의 멜로드라마틱한 에피소드가 삽입되지요. 죽어가는 노인인 발데마에게는 새파랗게 젊은 아내가 있었는데, 아내와 그의 주치의인 제임스 박사는 적당한 선에서 사랑하는 사이죠. 하지만 최면술사 카마이클은 죽어가는 발데마에게 최면을 걸어 그를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세워놓고 그를 미끼로 발데마의 아내를 빼앗으려 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안전한 영화지만 그 때문에 가장 덜 흥미로운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베이질 래스본의 무시무시한 악역은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으로 [테일즈 오브 테러]는 코먼의 최대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는 작품입니다. 포의 순수주의자들은 이런 장난에 짜증이 날 가능성도 높고요. 하지만 이런 식의 칵테일은 꽤 흥미로운 도전이었고 그 결과도 재미있습니다. 베이질 래스본, 빈센트 프라이스, 피터 로레와 같은 거물들의 흥미로운 연기도 강점이고요. 코먼의 포 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 좋은 견본 역할을 해주기도 하겠고요. (00/12/30)

DJUNA

기타등등

[테일즈 오브 테러]는 유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나온 뒤, 60년대 호러 영화계는 이런 식의 삼부작 호러 영화들로 잠시 그득했었지요. [블랙 사바스], [Spirits of the Dead]와 같은 영화들은 모두 [테일즈 오브 테러]의 덕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