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우디 앨런 Woody Allen

주연
숀 펜....에메트 레이
Sean Penn....Emmet Ray
사만다 모튼....해티
Samantha Morton....Hattie
우마 서먼....블랜치
Uma Thurman....Blanche
안소니 라팔리아....알 토리오
Anthony LaPaglia....Al Torrio
그레첸 몰....엘리
Gretchen Mol....Ellie
우디 앨런....자기 자신
Woody Allen....Himself

해티와 에메트

[스위트 & 로다운]은 에메트 레이라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위대한 재즈 기타리스트'의 생애를 추적하는 세미 다큐멘터리인 척 하는 영화입니다. 물론 에메트 레이가 존재하지 않은 가공의 기타리스트이고, 우디 앨런을 비롯한 수많은 실존 인물 전문가들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걸 알게 될 때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앨런 자신도 자기의 거짓말을 필사적으로 연장할 생각은 없는 듯 하고요.

에메트 레이는 어떤 인물일까요? 글쎄요. 그는 참 하찮은 인물입니다. 에메트 레이라는 인물의 80 퍼센트는 기타리스트로서의 재능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20 퍼센트가 인간으로서의 에메트 레이인데, 그는 참 하찮은 인물입니다. 도벽이 있고 여자를 좋아하고 무책임한 건달에 불과하지요. 그의 인간으로서의 단점은 예술적 재능과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그는 영화 전체를 통해 자기가 생각하는 '예술가 에메트 레이'를 모방하려고 하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영화는 그와 관계를 맺은 두 여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첫번째 여자는 벙어리 세탁부인 해티이고 두번째 여자는 작가 지망생인 상속녀 블랜치입니다. 둘은 맞춤 주문이라도 한 것처럼 대조적인 인물들입니다. 해티는 말없고 단순하며 소박하지만, 블랜치는 이류 영화지 기자처럼 가식적이고 공허한 문구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대는 스노브입니다.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에메트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건 자기가 제대로 총대를 잡은 경우는 거의 없죠. 여자들은 예술가 에메트 레이를 받아들이고 인간 에메트 레이는 덤으로 얻어 참고 지냅니다. 거의 20년대 무성 영화 주인공처럼 요구하는 게 없는 순진한 해티가 더 잘 참아주는 편이죠. 에메트 레이는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무게를 과신하다가 결국 두 사람 모두를 잃고 맙니다. 물론 상실의 고통은 해티 때가 더 큽니다. 결국 영화는 꽤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형편없는 인간인 한 예술가가 잘 될 수도 있었던 여자를 쓸데없는 자존심 쇼 때문에 잃은 뒤 고통스러워 하다가 인간적으로 조금 더 낫고 예술적으로 상당히 성장한 인물로 재탄생한다는 거죠.

비교적 평면적이고 야심없는 에피소드 위주의 이야기를 입체화시키는 건 배우들의 호연입니다. 숀 펜은 오래간만에 [리치몬드 연애 소동]의 코미디 뿌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에메트 레이를 별다른 악센트 없이 헐렁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합니다. 그러는 동안 가끔 드라마틱한 감정을 쏟아주는 것도 잊지 않고요. 결과는 좋습니다. 코미디 연기에는 싱거운 미소를 끊임없이 이어주는 유쾌함이 있고 드라마틱한 부분에는 [길]의 안소니 퀸을 연상시키는 강렬함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 영화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배우는 해티 역의 사만다 모튼입니다. 이 영화는 모튼의 첫번째 '스턴트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모튼은 해티를 옛 무성 영화 시대의 여자 주인공처럼 연기하고 있습니다. 이 배우의 소극적이지만 엄청나게 표정이 풍부한 얼굴은 백마디 말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까 [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영화 후반엔 [길]의 한 장면을 그대로 모방한 부분이 나오기도 합니다) 모튼의 연기는 정말로 [길]의 줄리에타 마시나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모방이라는 뜻이 아니에요. 그만큼이나 풍성한 연기라는 뜻이죠. 단순히 음식을 집어삼키는 단순한 동작만 가지고 그처럼 캐릭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요? 모튼은 그러면서도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표정과 바디 랭귀지에 멋진 중의성을 부여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합니다.

[스위트 & 로다운]은 결코 야심 넘치는 영화가 아닙니다. 앨런은 에메트 레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 재즈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소박하게 이야기하는 것 것 이상은 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영화의 달콤쌉사름한 20세기 초의 분위기와 좋은 배우들의 호연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02/07/11)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기타 연주는 하워드 올든이 담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