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셉 L. 맨키위츠 Joseph L. Mankiewicz

주연
엘리자베스 테일러....캐서린 홀리
Elizabeth Taylor....Catherine Holly
캐서린 헵번....베너블 부인
Katharine Hepburn....Mrs. Venable
몽고메리 클리프트....쿠크로위츠 박사
Montgomery Clift....Dr. Cukrowicz
알버트 데커....혹스타더 박사
Albert Dekker....Dr. Hockstader
머세데스 매컴브리지....홀리 부인
Mercedes McCambridge....Mrs. Holly
게리 레이몬드....조지 홀리
Gary Raymond....George Holly
마비스 빌리어즈....폭스힐 양
Mavis Villiers....Miss Foxhill
패트리시아 마몬트....벤슨 간호사
Patricia Marmont....Nurse Benson
조안 영....펠리시티 수녀
Joan Young....Sister Felicity

1.

주립병원의 정신과 의사 쿠크로위츠 박사는 한참 딸리는 재정 때문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고향인 시카고로 돌아가려 하는데, 그 동네의 돈많은 과부인 베너블 부인이 엄청난 지원을 해주겠다네요. 자기 조카딸 캐서린한테 전두엽 절제술을 해주기만 한다면요.

세상에 상황이 이렇게 좋아질 수도 없지만, 쿠크로위츠는 베너블 부인의 의도에 의심을 품고 조카인 캐서린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지난 여름에 일어났던 베너블 부인의 아들 세바스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밝혀집니다...

2.

전형적인 테네시 윌리엄즈입니다. 남부의 끈끈한 기후 속에서 끈끈한 남부 사람들의 과격한 갈등 관계가 매우 테네시 윌리엄즈 식인 끈끈한 방식으로 펼쳐지는 거죠. 여름에 볼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

윌리엄즈에게는 일상적입니다. 하지만 헐리웃에서는 그렇지 않았지요.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처럼, 이 영화 역시 헐리웃의 역사 속에서 비틀리면서 또 어느 정도 역사를 만들어낸 영화였습니다.

그 결과는 고무 인간의 서커스를 보는 것 같습니다. 동성애와 카니발리즘과 같은, 당시로서는 무시무시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어떻게든 직접 그 소재를 입에 담지 않으려는 그 기가막힌 기만 말이에요. 이 영화는 헐리웃 식 정신분석 분위기가 물씬한 영화지만 정작 영화 자신도 긴 의자에 누워야 할 판입니다.

이런 서커스를 구경하는 것은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세바스찬이 동성애자라는 걸 입에 담지 않고 어떻게든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전달하려는 캐서린의 대사들이 특히 그렇지요.

그러나 진실하지가 못합니다.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 서커스보다는 훨씬 직설적이고 과격한 방식으로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이 서커스는 분명 잘 짜여진 것이지만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검열기관의 칼이 각색자들의 목을 건드리고 있었을테니까) 스토리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3.

마음에 안 드는 건 헐리웃 식 '통풍'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작 희곡은 단막극입니다. 무대도 바뀌지 않고 주로 두 여자 배우들의 독백으로만 구성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헐리웃 식 영화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고어 비달과 테네시 윌리엄즈는 원작 희곡을 툭툭 쪼개고 가끔 공간도 바꾸고 잡아 늘였습니다.

그러고나니 아주 이상해집니다. 구성은 부풀었는데 정작 스토리 자체는 작은 모양으로 남아 있는 거죠. 캐서린의 고백은 원작 속에서는 적절한 클라이맥스입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너무 단순하고 쉽게 풀린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이야기를 왜 2시간이나 끌었냐고 묻지 않을 수 없죠.

4.

괜찮은 것은 두 배우들입니다. 이미 능구렁이처럼 노련해질대로 노련해진 캐서린 헵번과 한참 배우로 물이 오른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모두 근사한 연기를 펼칩니다. 러닝타임을 늘이고 세트를 세우는 대신 이들이 진득하게 앉아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었다면 영화는 훨씬 나아졌을 겁니다.

이들의 번들거리는(이 영화에서는 '번쩍이는' 보다는 '번들거리는'이 맞는 표현 같군요) 연기에 비하면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원래 그렇게 큰 역도 아니지만 '난 연기하기 싫어'의 표현이 얼굴에 가득해요. 하긴 당시 몬티는 마약 복용 중이었고 대사를 외우는 것도 힘들어했었대요.

5.

유명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하얀 원피스 수영복이 나옵니다. 보기 싫더군요. (99/08/23)

D&P

기타등등

당연한 일이지만 [지난 여름 갑자기]는 [셀룰로이드 클로젯]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