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오토모 가츠히로 Katsuhiro Ôtomo

주연
스즈키 안....제임스 레이 스팀
Anne Suzuki....James Ray Steam
츠카야마 마사네....에디 스팀 박사
Masane Tsukayama....Dr. Eddie Steam
나카무라 카츠오....로이드 스팀 박사
Katsuo Nakamura....Dr. Lloyd Steam
코니시 마나미....스칼렛 오하라
Manami Konishi....Scarlett O'Hara
코다마 키요시....로버트 스티븐슨
Kiyoshi Kodama....Robert Stephenson
사와무라 이키....데이빗
Ikki Sawamura....David
테라지마 스스무....프레디
Susumu Terajima....Freddie

레이

[스팀보이]의 시대배경은 1866년. 맨체스터의 발명가 집안에서 태어난 레이 스팀은 어느 날 미국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일한다는 아버지로부터 스팀볼이라는 장치를 소포로 받습니다. 소포가 오자마자 아버지가 일하는 오하라 재단에서 나왔다는 수상쩍은 두 남자가 그 장치를 빼앗으려 하죠. 스팀볼과 함께 간신히 탈출한 레이는 곧 자신이 미래의 기술문명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엄청난 사건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스팀보이]가 그리는 세계는 우리가 경험했던 역사선 위에 위치하지 않습니다. 일단 이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런던 만국 박람회는 1852년에 개최되었거든요. 당시엔 영화에서 그려진 엄청난 사건들이 일어난 적도 없고요.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우리는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얻게 되는데, 그 역시 우리 세계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쟁이나 기계들의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그 시기가 훨씬 빠르죠. 예를 들어 우리 세계에서는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이게 농담인지?)가 단엽기를 탄 용감무쌍한 조종사가 될 수 없었겠지요.

영화는 물리학의 법칙도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지키고 있지 않습니다. 일단 작은 공 안에 엄청난 증기를 쑤셔넣었다는 스팀볼이라는 장치부터가 설득력이 없지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증기기관 탈것들이나 비행선들은 우리 세계에서는 절대로 그렇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런 날렵함을 보여주기엔 너무 무겁고 둔하거든요.

이 모든 변형들은 '스팀 펑크'의 쿨한 이미지와 아이디어에 봉사하기 위해 가해진 것입니다. 하긴 누가 과학적 엄정함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겠어요. 관객들이 원하는 건 쥘 베른이나 허버트 조지 웰즈의 소설에 나올 법한 번들거리는 19세기 풍 금속 괴물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환상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영화는 그렇다고 액션에만 만족하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는 근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스팀 집안 3대 남자들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는 동안, 과학, 군국주의, 전쟁, 자본, 도덕, 양심과 연결된 수많은 이슈들이 제시됩니다.

이 모든 건 지독하게 매력적입니다. 우리 현실과 연결된 중요한 이슈들이 영화적으로 너무나 근사한 환상과 결합되어 우리의 시청각과 두뇌를 자극하는 것이죠. 적어도 오토모 가츠히로가 10년 동안 끙끙거리며 이 작업에 매달린 건 그 매력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최종결과는 이상할 정도로 맥이 풀립니다. 영화가 선보이는 가짜 19세기 기계들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그와 연결된 주제 의식 역시 가볍지 않고요.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보았을 때, [스팀보이]는 마땅히 도달해야 하는 선을 넘어서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영화가 발밑에 커다랗게 파여 있는 함정에 그냥 빠져 버렸기 때문일 겁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기계들을 지나치게 좋아한 거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게 아이디어의 기둥이니까요. 하지만 이럴 때는 어느 정도 정도를 지키는 게 좋습니다. 특히 '과학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주제로 깔고 있을 때는요. 이 영화의 스펙터클은 종종 주제와 심하게 충돌합니다. 거의 위선적으로 보일 지경이에요.

기계들의 액션 역시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의 액션은 아이디어나 드라마도 없이 거의 전적으로 기계적인 움직임만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스팀 펑크 기계들을 침흘리며 구경하는 것도 한두번이죠. 이건 좀 심합니다. 이러는 동안 진지하게 깔아놓은 드라마나 주제도 덜컹거리며 틈 사이로 빠져 버리고요.

[스팀보이]는 근사한 스펙터클입니다. 전 그런 면에서 이 영화를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쉬워요. 오토모 가츠히로가 통제력을 잃지 않고 주제와 드라마에 보다 심각하게 접근했다면 얼마나 근사한 영화가 나왔을까요. (06/04/07)

DJUNA

기타등등

영어 더빙판과 일본어 더빙판을 모두 봤는데, 전 영어 더빙판을 더 편하게 봤습니다. 아무리 오리지널 언어가 일본어라고 해도 영국 사람들은 영어를 말하는 게 정상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