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강형철

주연
차태현....남현수
박보영....황정남
왕석현....황기동
성지루....이창훈
임지규....이상윤
황우슬혜....유치원 선생

정남과 기동

제가 [과속 스캔들]을 보러간 건 순전히 요새 호감모드로 돌입한 두 배우, 황우슬혜와 임지규를 구경하기 위해서였죠. 정작 영화의 내용 자체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그렇게 당기는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적당히 삭은 36살의 전직 가수/현직 DJ 앞에 딸이라는 22살 미혼모가 6살 아들과 함께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지요. 영화는 슬랩스틱 난장판 코미디로 흘러가다가 중간에 눈물찍 멜로 모드로 빠지고 마지막엔 온 가족이 화합하는 결말에 도달합니다. 심각하게 뻔한 쌍팔년도식 구성이죠. 그런데 황우슬혜와 임지규는 어땠냐고요? 뭐, 그냥. 황우슬혜는 전형적인 예쁜 유치원생 선생 역이라 특별히 손해 보거나 이득 보는 건 별로 없는데, 임지규의 캐릭터는 심각하게 찌질해서 정나미가 많이 떨어지더군요.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전 이 영화를 썩 재미있게 봤습니다. 여전히 기본 설정이나 중간에 멜로 삼천포로 빠지는 스토리 전개엔 좋은 점수를 못 주겠어요. 인공적이고 도식적이죠. 그 인공적인 설정이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뽑아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속 스캔들]은 관객들이 쉽게 즐길만한 킬링 타임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과속 스캔들]의 가장 큰 장점은... 글쎄요. 이 영화는 그냥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졌어요. 몇몇 멜로 파트를 빼면 감상주의를 제대로 통제하고 있고, 배우들도 제대로 관리하고 있고, 편집의 리듬감이 좋으며, 무엇보다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는 정말 드문 경우인데) 음악을 제대로 쓰고 있지요. 사용된 소스 자체가 엄청나게 좋은 건 아닌데, 그걸 적재적소에 넣어 잘 살리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만든 사람들이 코미디에 대한 감이 있더군요. 어디에 힘을 주어야 하고 어디에서 힘을 빼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 실력으로 조금만 더 노력해서 각본을 조금 더 창의적으로 고쳤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의 싱거운 느낌도 괜찮아요.

이 영화의 차태현을 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전 그가 차태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불만 없어요. 그도 자신이 잘 하는 것을 능숙하게 하고 있고.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차태현의 익숙한 캐릭터 옆에 신선한 이미지의 박보영과 아역배우 왕석현이 대비효과를 내기 때문에 그의 익숙함도 그렇게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는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말썽쟁이 모자 콤비를 위한 편안한 상대역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여간 영화가 끝나고 나니 박보영이라는 배우가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초감각 커플]도 한 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 (08/11/24)

DJUNA

기타등등

뮤지컬로 제작된다고 하더군요. 하긴 음악의 비중이 큰 영화이니 쉽게 전환될 수 있을 거예요. 윤하가 박보영의 캐릭터에 캐스팅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