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

주연
클린트 이스트우드....프랜시스 D. "프랭크" 코빈 박사
Clint Eastwood....Dr. Francis D. "Frank" Corvin
토미 리 존스....윌리엄 "호크" 호킨즈
Tommy Lee Jones....William "Hawk" Hawkins
도널드 서덜랜드....제리 오닐
Donald Sutherland....Jerry O'Neill
제임스 가너....탱크 설리번
James Garner....Tank Sullivan
제임스 크롬웰....밥 거슨
James Cromwell....Bob Gerson
마샤 게이 하든....사라 홀랜드
Marcia Gay Harden....Sara Holland
윌리엄 디바인....유진 데이비스
William Devane....Eugene Davis
로렌 딘....이든 글랜스
Loren Dean....Ethan Glance
코트니 B. 반스....로저 하인즈
Courtney B. Vance....Roger Hines
라데 세르베지야....보스토프 장군
Rade Serbedzija....General Vostow

언제나 미래의 일일 것만 같았던 것들이 순식간에 과거의 구닥다리로 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역사가 직선으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대표적인 예가 '우주시대'입니다. 50년대만 해도 이 표현은 굉장히 미래지향적이지 않았나요? 하지만 요새 이 표현은 '냉전 시대'처럼 이미 지나가버린 특정 시기, 그러니까 스푸트닉의 발사에서부터 아폴로 호의 달착륙에 이르는 10여년간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요새는 SF 문학에서도 우주 여행은 한물간 소재입니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 구닥다리인 채로 남아 있을 거예요. 우주 비행에 드는 돈이 혁명적으로 싸져서 우주 여행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네 주인공들도 그런 역사의 변화에 밀려 희생자가 된 사람들입니다. 우주 여행 직전까지 갔었지만, 공군이 NASA에 우주개발의 전권을 떠넘기는 바람에 밀려난 사람들이지요.

우주에의 첫 발을 원숭이에게 빼앗기고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자살하고 싶었던 그들에게 어느 날 새로운 기회가 찾아옵니다. 러시아의 인공 위성이 궤도를 잃고 지구에 충돌하려 하는 것이죠. 하필이면 위성은 네 주인공 중 한 명인 프랭크가 디자인한 스카이랩의 기술을 이용하고 있어서, 이미 할아버지가 다 된 네 명의 베테랑들은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습니다. 영감님들은 거의 반 세기 동안 묻어두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우주로 나갑니다.

영화는 이중적입니다. 화면 위에 펼쳐지는 액션은 50년대에도 '현실'이었던 낡은 것이지만, 그걸 포장하는 기술과 테크닉은 최첨단 디지털 마술입니다. SF 액션이라는 최신 장르지만 정작 스토리는 구식 서부극의 플롯에서 따오고 있습니다. 우주공간에서 다양한 액션을 펼치는 이야기지만 정작 주인공들은 네 명의 그럼피 올드맨들이지요. 이런 게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역시 제가 앞에서 말했던 역사의 장난 때문이겠지요. 영화는 그들이 젊은 시절을 살았던 '우주시대'라는 묘한 표현과 잘 어울립니다.

오히려 노땅들이 모여 훈련을 받는 전반부와 음모와 반전이 개입된 후반부의 액션 사이의 충돌이 더 눈에 뜨입니다. 하지만 기왕 영감들을 우주로 보냈으니 뭔가 보여주기는 해야 했을 겁니다. 그냥 지루하게 위성 수리만 시킬 수는 없었겠지요.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이해가 되는 설정입니다. 사실 개연성을 따진다면 이 영화는 나올 수도 없었을테니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야지요.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여름용 블록버스터로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감은 우주로 나가도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영화는 신중하게 느리고 노인네의 지긋한 자존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액션을 즐기러 간 사람들은 지겨울 수도 있을 거예요. 드라마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너무 말도 안되고 기존 공식에 사로잡혀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겠고요.

하지만 주인공인 네 영감들은 모두 구렁이처럼 자기 역할을 잘합니다. 최첨단 시대에 이런 노땅들의 느긋한 액션을 보는 것도 즐겁고요. 무엇보다 반 세기 동안 품고 있던 꿈을 막판에 성취하는 노인네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 속 한 군데가 흐뭇해지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00/10/19)

DJUNA

기타등등

음향 효과 없이는 우주 장면을 만들 수 없는 것일까요? 가끔 이런 면에도 신경 쓰는 영화를 보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