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리처드 플레이셔 Richard Fleischer

주연
찰턴 헤스턴....로버트 손
Charlton Heston....Robert Thorn
리 테일러-영....셜
Leigh Taylor-Young....Shirl
척 코너스....탭 필딩
Chuck Connors....Tab Fielding
조셉 코튼....윌리엄 R. 시몬슨
Joseph Cotten....William R. Simonson
브룩 피터스....해처 경위
Brock Peters....Lt. Hatcher
폴라 켈리....마사 필립스
Paula Kelly....Martha Phillips
에드워드 G. 로빈슨....솔 로스
Edward G. Robinson....Sol Roth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로버트 손

70년대 SF 영화들이 그린 미래가 암담하기 짝이 없는 건 당시 사람들이 정말로 그런 세계를 살았기 때문입니다. 인구폭발과 오일 쇼크, 베트남전, 환경파괴와 같은 것들을 연타로 맞다보면 미래가 50년대 자동차 광고에서 그린 것처럼 밝고 행복할 거라는 생각은 점점 사라지는 게 당연하지요.

해리 해리슨의 SF 소설 [Make Room! Make Room!]의 기본 설정을 적당히 빌려와 영화화한 리처드 플레이셔의 영화 [소일렌트 그린]의 미래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가 그리는 2022년(원작에서는 1999년입니다)의 뉴욕은 우리가 지금 기다리고 있는 미래가 아니라 70년대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을 극대화시킨 악몽입니다.

[소일렌트 그린]이 그리는 세계는 환경 파괴가 극도에 달하고 인구 폭발로 사람 살 곳이 없는 맬서스식의 미래입니다. 거리는 노숙자들로 넘쳐나고 모자란 식량 때문에 툭하면 폭동이 벌어집니다.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소일렌트사에서 제조한 타일 조각 비슷한 합성물질들이고요. 이 세계에서 사람들의 존엄성은 점점 사라져 갑니다. 수사원은 '책', 고급 매춘부는 '가구'라고 불리우는 식으로, 그들은 명칭부터 물건들이 되어 갑니다.

영화는 소일렌트 사의 중역이 살해당하고 우리의 주인공인 로버트 손 형사가 사건을 수사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살인사건의 수사는 유명한 영화의 반전으로 이어집니다. 소일렌트 사의 신제품 소일렌트 그린의 재료가 사람 고기라는 거죠. 마지막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손은 절규합니다. "It's people! Soylent green is made out of people! They're making our food out of people!"

이게 그렇게 대단한 폭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람 고기를 먹는 건 분명 언짢은 일이지만 소일렌트 사에서 소일렌트 그린을 위해 사람들을 도살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원래부터 폐기될 시체들을 재활용하는 거죠. 어차피 자연 속에서 순환되는 건데 조금 빠르게 순환시킨다고 그게 대단한 범죄가 될까요? 특히 이 영화에서 그리는 것처럼 식량 문제가 심각할 때는요.

사실 영화에서 소일렌트 그린의 정체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게 아닙니다. 해리슨의 원작에서는 언급도 없었고요. 제 생각엔 순전히 결말에 힘을 넣어주기 위해 나중에 삽입한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이 영화의 탐정 스토리가 인구 폭발로 지옥이 된 미래의 대도시를 그리는 도구가 되어준다는 것이죠.

슬프게도 영화는 심각한만큼 따분하기도 합니다. 탐정 이야기는 지루하고 진상은 대단치 않으며 우리의 주인공은 살인사건에도, 연애에도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소일렌트 그린의 정체에 매달리는 대신 원작에서 깊이 다루었던 로버트 손(원작에서는 앤드루입니다)과 셜의 로맨스를 조금 더 진지하게 다루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하긴 그런 로맨스가 찰턴 헤스턴이라는 배우와 잘 맞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어요.

솔 로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인물은 헤스턴이나 그의 캐릭터 로버트 손이 아니라 로버트 손의 '책'인 전직 대학 교수 솔 로스와 그를 연기한 에드워드 G. 로빈슨입니다. 이 영화는 로빈슨의 101번째 출연작이고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안고 혐오스러운 삶의 무대에서 조용히 퇴장하는 그의 모습은 찰턴 헤스턴의 요란한 외침보다 훨씬 강렬하고 아름답습니다. 로빈슨에겐 멋진 백조의 노래이기도 했고요. (03/08/27)

DJUNA

기타등등

미래학자인 프랭크 보워맨이 이 영화의 자문으로 참가했는데, 과연 그의 비전이 이 영화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