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대니 보일 Danny Boyle
러블린 탄단 Loveleen Tandan

주연
데브 파텔....자말 K. 말릭
Dev Patel....Jamal K. Malik
아닐 카푸르....프렘 쿠마르
Anil Kapoor....Prem Kumar
사우라 슈클라....스리니바스 경사
Saurabh Shukla....Sergeant Srinivas
프레이다 핀토....라티카
Freida Pinto....Latika
이르판 칸....경위
Irrfan Khan....Police Inspector
아자루딘 모하메드 이스마일....가장 어린 살림
Azharuddin Mohammed Ismail....Youngest Salim
아유시 마헤시 케데카르....가장 어린 자말
Ayush Mahesh Khedekar....Youngest Jamal
루비아나 알리...가장 어린 라티카
Rubiana Ali....Youngest Latika
타나이 체다....중간 자말
Tanay Chheda....Middle Jamal
아슈토시 로보 가지왈라....중간 살림
Ashutosh Lobo Gajiwala....Middle Salim
탄비 가네시 론카르....중간 라티카
Tanvi Ganesh Lonkar....Middle Latika
마드후르 미탈....살림
Madhur Mittal....Salim

자말과 라티카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원작은 비카스 스와루프의 장편 소설 [Q&A]입니다. 이 소설의 설정은 정말 교활해요. 일단 도입부부터 시선을 확 끕니다. 람 모하마드 토머스라는 밑바닥 출신의 웨이터가 퀴즈쇼에 나와서 모든 문제를 맞혔습니다. 그가 엄청 똑똑하거나 박학했기 때문이 아니에요. 어쩌다보니 문제의 정답이 모두 그의 인생과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그는 자신이 사기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문제와 관련된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변호사에게 들려줍니다.

얼마나 교활한지 아시겠죠? 퀴즈쇼가 완벽한 액자 구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복잡한 구성을 짤 필요가 없습니다. 퀴즈별로 이야기가 분절되기 때문에 심지어 순서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어요. 그냥 화자를 주인공 삼아 자기가 알고 있거나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내키는 대로 들려주면 되는 겁니다. 물론 소설이 정말로 재미가 없다면 이런 설정도 다 헛짓거리지만. 소설은 재미있습니다. 뭄바이 빈민촌에서부터 몰락한 볼리우드 스타의 화려한 아파트까지 자유자재로 누비면서 호러에서부터 멜로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토해내지요.

대니 보일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소설과 내용이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건 이해가 가요. [Q&A]는 일종의 피카레스크 소설로 전체 구성보다는 개별 이야기의 재미에 더 집중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2시간짜리 영화라면 흐름에 더 신경을 써야 하죠. 어차피 원작소설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건 관객들을 잡아끄는 기본 설정이니 그것만 유지한 채 재료를 재구성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도 뭐랄 사람은 없는 겁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원작보다 훨씬 순정파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자말은 영화 내내 오로지 한 여자, 어린 시절 친구였던 라티카만을 사랑합니다. 꼴을 보아하니 남은 평생 동안 계속 그러겠어요. 그는 그림 동화나 빅토리아 조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순수한 인물입니다.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그의 정직함과 순수한 사랑은 엄청난 행운이라는 보답을 받습니다. 이런 건 말도 안 돼!라고 말씀하실 필요는 없어요. 우린 모두 이게 대리 만족을 위한 판타지라는 걸 알고 있지 않습니까? 자말의 행운은 오히려 솔직합니다. 이런 게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아니까요. 이건 정말 즐겁디 즐거운 판타지인 겁니다.

그러나 영화가 그리는 세계는 예상 외로 꽤 입체적입니다. 빈민촌에서 시작하지만 빈민촌에 머물지만은 않지요. 자말은 원작의 람처럼 다양한 세계를 오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가 사는 세상은 전통과 현대 문명이 멋대로 섞인 문화적 용광로인 세계의 질감을 상당히 그럴싸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인도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지는 저도 모르죠.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 이 영화의 세계는 평균적인 볼리우드 영화가 그리는 화려한 중상층 계급의 세계보다는 더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아뇨. 전 ‘모든 볼리우드 영화’로 일반화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슬럼독 밀리어네어]라는 영국 영화가 무조건 덜 입체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어떻게 보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원작과는 내용이 많이 다르다고는 했지만 스토리가 휙휙 넘어가는 경쾌함과 관객 몰입도는 두 작품 모두가 공유하고 있지요. 주제가 무엇이고 이 작품의 위치가 무엇이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의 매력을 알고 그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뽑아냈다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즐거운 영화예요. 그를 통해 일구어낸 재미가 솜사탕처럼 가볍고 달콤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게 큰 잘못일까요. 이 영화가 우리보고 솜사탕만 먹으라고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에요. (09/03/11)

DJUNA

기타등등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이 영화에 출연했던 (실제 빈민촌 출신의) 아역배우들의 대우 문제가 한동안 화제가 되었죠. 그런데 저에겐 이 스캔들 역시 [슬럼독 밀리어네어]라는 영화와 그럴싸하게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하여간 일이 잘 풀리고 아이들도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