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이미 배비트 Jamie Babbit

주연
사라 라세즈....헤더
Sarah Lassez....Heather
라다 미첼....신디
Radha Mitchell....Cindy
클리아 듀발....클리아
Clea DuVall....Clea
빈스 비엘러프....빈스
Vince Vieluf....Vince
로즈 맥고원....스노우 블로우
Rose McGowan.... Sno Blo
니콜 에거트.....스노우 블로우 밴드
Nicole Eggert....Sno Blo Band
레이샤 헤일리....스노우 블로우 밴드
Leisha Hailey....Sno Blo Band
크리스 가넌트....스노우 블로우 밴드
Chris Garnant....Sno Blo Band

스노우 블로우의 장례식

[잠자는 숲속의 공주들]은 제이미 배비트가 [하지만, 나는 치어리더인 걸]을 감독하기 1년 전에 만든 단편입니다. 그래도 캐스팅을 보면 꽤 비싸보이죠? 라다 미첼, 클리아 듀발, 로즈 맥고원, 레이샤 헤일리, 니콜 에거트... 좋아하는 배우가 잠시 나온다는 이유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답니다. 어떨 때는 정말 숨은 그림 찾기 같아요. 니콜 에거트나 레이샤 헤일리 같은 사람들은 겨우 몇 초 등장하고 사라지니까요. 로즈 맥고원은 꽤 자주 나오지만 결국 시체 역이고요.

영화는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이 영화의 무대는 현대 LA이고 주인공은 화자인 엄마 자신입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주인공 헤더는 어린 시절 친구인 신디를 사랑했지만 거절당합니다. 그 뒤로 헤더는 LA에서 장의사 분장사로 일하게 되는데, 요절한 록스타 스노우 블로우의 메이크업을 맡게 된 헤더 앞에 갑자기 신디가 나타납니다. 과거의 아픈 기억과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미래의 희망 사이에서 헤더는 삶과 죽음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장의사라는 배경, 잠자는 공주(들)라는 소재 때문에 영화는 [키스드]와 비슷한 느낌을 풍깁니다. 하지만 [잠자는 숲속의 공주들]은 [키스드]처럼 네크로필리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잠자는 공주'라는 소재는 주인공 헤더의 수줍고 소극적인 짝사랑의 반영입니다. 헤더가 장의사 분장사인 것도 신디와 얽힌 과거의 아픔 때문에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 '잠자는 공주들'을 택했기 때문이죠. 덕택에 비유는 가끔 역류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깨어나는 사람은 잠자는 공주가 아니라 희망없는 짝사랑에서 해방된 헤더 자신입니다.

영화는 네크로필리아의 불경스러움과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의 안전하고 귀여운 느낌을 결합시켜 야하게 화사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화사함이 극에 달하는 부분은 앨범 커버 촬영장으로 둔갑한 스노우 블로우의 장례식입니다. 헤더가 스노우 블로우의 시체한테 보여주는 따뜻한 관심과 쇼비즈니스계 사람들의 염치없는 시신 착취, 이들을 둘러싼 동화적 컨셉이 결합한 결과는 이상하게 매력적입니다.

지금은 다소 전시적으로 느껴지는 캐스팅도 생각외로 잘 먹히는 편입니다. 주연인 사라 라세즈는 이 영화에서 가장 덜 알려진 배우지만 헤더의 그 소극적인 로맨티시즘에는 완벽하게 맞습니다. 신디 역의 라다 미첼은 엉뚱하게도 야비하고 이기적인 기회주의자로 나오는데 이 역시 상당히 잘 어울린답니다. 클리아 듀발의 역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무척 신선하고 유쾌해서, 배비트가 듀발을 차기작에 캐스팅한 것도 이해가 가고요. 심지어 시체 역의 로즈 맥고원도 그럴싸해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미지에 맞는 사치스러운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은근히 경박하고 변태스럽잖아요.

[잠자는 숲속의 공주들]은 가볍고 귀여운 단편입니다. 여전히 시선을 끄는 건 캐스팅이나 후기작의 전조와 같은 작품외적인 면들이지만, 낙천적이고 즐거운 해피엔딩만으로도 볼 가치는 있겠어요. 요샌 자꾸 이런 진짜 해피엔딩의 느낌이 그리워진답니다. (03/01/31)

DJUNA

기타등등

1. 위에 커버 사진을 단 DVD에 이 영화가 수록된 모양인데, 구입할 수 있는 종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배비트가 회원인 할리우드 여성 영화 집단인 Power-Up의 회원 가입 사은품인 것 같거든요.

2. 배비트는 데이빗 핀처의 [게임]에서 스크립트 수퍼바이저로 일하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디어는 핀처와 대화 중에 얻었고 필름은 [게임]에서 쓰다남은 것들을 이용했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