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더글러스 트럼불 Douglas Trumbull

주연
브루스 던....프리먼 로웰
Bruce Dern....Freeman Lowell
클리프 포츠....울프
Cliff Potts....Wolf
론 리프킨....바커
Ron Rifkin....Barker
제시 빈트....키넌
Jesse Vint....Keenan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1세기 초. 지구의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유일하게 남은 지구 생물들의 샘플은 토성 주변을 도는 거대한 우주선 안에 보존되어 있죠. 그러던 어느 날, 지구에서 우주선의 온실을 모조리 파괴하고 지구로 귀환하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우리의 주인공 로웰은 온실을 살리기 위해 동료들을 살해하고 로봇들과 함께 온실을 사수합니다...

...로 시작되는 이 영화 [침묵의 질주]가 중요한 SF 영화로 평가받는 이유는 더글러스 트럼불이란 이름 때문입니다. [침묵의 질주]는 이 특수 효과계의 거장이 직접 감독한 몇 안되는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고요.

1971년 당시 [침묵의 질주]는 선구적인 영화였습니다. 요새야 특수 효과로 범벅이가 된 영화들이 거의 공해처럼 여겨질 지경이지만, 60년대말과 70년대 초에는 이런 영화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50년대 SF 영화의 황금기가 지나가자, 특수 효과 영화들은 거의 멸종하고 있었죠. 물론 지금도 가장 위대한 SF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이 시기에 나왔지만, 그건 아주 드문 예외였습니다.

[침묵의 질주]는 어떻게 보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자식이었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2001]에 사용하려다 포기한 토성 그림을 그대로 재활용하고 있기도 하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긴 작업을 하던 트럼불이 자기만의 SF를 만들 생각을 품게 된 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트럼불의 영화가 아니랄까봐, 영화는 수많은 특수 효과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배경이 되는 우주선 '밸리 포지'만 해도 그렇지요. 이 영화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세 로봇인 휴이, 루이, 듀이도 아주 새로운 종류의 로봇들이었고요. 요새 관객들에게는 그렇게 대단해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당시에는 굉장한 구경거리였습니다. 노력도 엄청났을 거예요. 빠듯한 제작비로 거의 기초부터 시작했을테니까요.

영화는 내용면에서도 심각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트럼불은 특수효과 견본 이상으로 영화를 끌어가려고 했으니까요. 그가 선택한 것은 환경 문제였습니다. 로웰의 투쟁은 [침묵의 봄]을 읽고 겁에 질렸던 당시 사람들의 그렸던 미래에 대한 반발감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존 바에즈의 포크 송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내용에 대해 칭찬만 할 수는 없습니다. 꽤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고 심리 묘사 일부도 썩 잘 되어 있으며 끝부분은 상당히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제대로 받아들이기엔 SF적 논리가 너무 엉망이에요.

21세기 초에 나온 우주선에 인공 중력이 있다는 건 관례라고 칩니다. 하지만 왜 생물 견본을 토성 궤도에서 돌리는 거죠? 왜 갑자기 그걸 폭파하려 하는 거고요? 샘플을 외계로 보낼 정도로 철저하게 생태계가 파괴된 지구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실직자가 한 명도 없는 지루한 유토피아를 만들었을까요? 어떻게 온실은 클라이맥스 때까지 그 빈약한 태양빛으로 살아남았죠? 그 때까지 용하게 살아 남았다면 왜 막판에 갑자기 말썽을 피우는 거예요? 그토록 오랫동안 온실을 관리해왔으면서 왜 로웰은 광합성이라는 기초적인 개념도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매일 그렇게 전구를 켜놓을 거라면 그 에너지는 어디서 얻을 거고요?

언제나 제가 말하는 거지만, 그럴싸한 설정 자체는 꼭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설정이 너무 이상해서 그럴싸해보이는 것 자체도 실패해버리면 문제가 있습니다. [침묵의 질주]가 바로 그런 영화가 아닌가 해요. 스토리와 아이디어의 결함 때문에 영화가 주려는 교훈과 드라마가 심각하게 삐걱대니 말입니다. (01/02/08)

DJUNA

기타등등

NTV 방영작이지만 필름스엔 자료가 없군요.